HOANSCOPE: 찾아온 금리 딜레마

지난해부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기준금리를 기존 0.25%에서 5.5%로 급격히 인상했습니다. 한국은행(이하 한은) 또한 0.5%에 머무르던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한 후 최근 5차례 동결한 바 있는데요.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한미금리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2%P까지 벌어졌습니다. 여러 가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The HOANS가 국내외 경제 상황과 한국 금리의 전망을 알아봤습니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금리와 물가의 상관관계를 파악해 봅시다. ‘돈을 빌리는 대가’라 할 수 있는 금리가 인하되면,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출량이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그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고 자산시장과 소비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소비가 촉진됩니다. 다시 말해 침체 국면에 있는 경기를 부양하고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물가 상승 등의 역효과가 있어 중앙은행은 물가안정과 경기 부양의 균형점에서 통화 정책을 수립해 왔습니다.

 

폭주하다 멈칫, 세계 금리

 

코로나19의 위험이 잦아든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미국 금리는 수직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6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에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로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달성했습니다. 유럽도 마찬가지로 금리를 올리는 추세죠. 지난달 14일을 기준으로 유럽중앙은행의 기준 금리는 4.5%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이 끊임없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완화’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현상을 의미하는데요, 특히 ▲가계 ▲기업 ▲정부 등의 지출이 커지고 시중에 돈이 풍부해지면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수요견인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돈을 과도하게 풀면서 급격한 수요견인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죠. 이러한 현상은 높은 물가로 소비를 위축시키고 결국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됩니다. 이에 지난 8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 안정은 연준의 책무에 필수적이다”며 필요하다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금리를 인상한 결과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지난해 3월 8.5%에서 지난 8월 3.7%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무려 총 4.8% 급락했습니다.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지표를 살펴봤을 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습니다. 미국의 GDP 성장률을 살펴보면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평균 2.2%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그렇게 미국은 현지 시각 9월 20일 성황리에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그러나 긴축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연준은 긴축 속에서도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으며 현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죠. 올해 안으로 0.25%의 금리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예측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스위스의 중앙은행도 인상 여지를 남겨두며 금리를 동결해 긴축 기조는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추세입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미국이 고금리 장기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 증거로 지난달 21일 뉴욕증시는 전장보다 1.08%P 하락하기도 했죠. 이렇듯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속해서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금리가 연준의 예측대로 흘러갈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5차례 동결된 한국 금리, 왜?

 

그렇다면 한국의 금리는 어떨까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 8월 24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이하 회의)에서 연 3.5%인 현재 기준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2월부터 5차례 연속으로 진행된 금리 동결의 일환입니다. 회의 결정문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성장세 둔화 ▲경제 불확실성 등이 동결 결정의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7월 2.3%, 8월 3.4%로 지난해 6%대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감소한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에 추가 인상이 보류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무역수지 흑자를 보였으나 수입량이 대거 감소함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점도 한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의 경기 침체에서 오는 경제 불확실성 역시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이 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이하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중국을 덮쳤습니다. 이에 대중국 수출이 악화하는 건 물론이고 국제자본이 아시아에서 돈을 회수할 경우 한국도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을 수 있게 됐는데요. 이런 이유로 한은이 올해 하반기에도 추가 금리 인상을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금리, 딜레마에 놓이다

 

하지만 역대 최대금리차인 2%P 앞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요구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강달러 현상이 중국의 경제성장률 감소 및 경기 둔화에 따른 아시아 투자자금 유출을 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한 외국인 자본유출과 유동성 감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원화의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면서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합니다.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하락해 7월 2.3%까지 기록했으나 이후 8월 3.4%로 반등했습니다. 여전히 물가안정목표제의 기준인 상승률 2%를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또한 자연재해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국제유가까지 상승하는 상황에서 추가 물가 상승 여력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기준금리를 인상해 가계부채 급증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기준금리가 5차례 동결되자 ‘금리가 슬슬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시장에 확산하며 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금융권 자료에 따르면 ▲하나 ▲신한 ▲우리 등 시중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달 14일 기준 681조 6,216억 원으로 지난 5월 대비 약 4조 이상 늘었습니다. 감소세였던 신용대출도 같은 기간 3,445억 원 증가했죠.

이는 ‘대출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가계의 상환능력을 초과해 대출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경우 투자자산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가계 파산 ▲금융기관 도산 ▲소비 감소 등의 연쇄 발생으로 대규모 경기 침체가 도래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대출량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역효과가 발생합니다. 가계 부채에 있어서 금리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딜레마가 가계부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경기 침체 우려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죠. 한국 수출량 부진과 중국 경기 침체가 덮친 악조건 속에서 고금리로 인한 소비 및 투자 위축이 더해진다면 더욱 심각한 경기 침체에 돌입할 수 있다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신한PWM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은의 금리 동결을 두고,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맞지만 금리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일정 수준의 경기를 유지하기 위해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미 금리차가 더욱 벌어져 “환율의 문제와 자본 유출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금리 인상이 필요하고 금융 환경 개선을 위해 부실 채권 정리가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은행의 동전 던지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중앙은행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일례로 미국이 1980년에 물가상승률 14.8%라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은 적이 있죠.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1981년 중반 금리가 19.1%에 이를 때까지 인상했습니다. 정책의 여파로 3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3.9%까지 하락했으나 다음해에 실업률 10.8%로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심각한 침체를 맛봐야 했죠.

이처럼 금리 정책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가계부채와 중국 경기 침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 한은이 한국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박예나·김은서·인형진 기자

june23107@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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