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스가 해봤다: ‘살 집’ 많아도 ‘내가 살 집’은 없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주거 문제를 두고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통학할 여건이 되지 않아 안암동 인근에 거주해야 하는 학우들은 기숙사나 자취방을 선택한다. 본교가 학부생에게 제공하는 기숙사는 학생동·프런티어관 등이 있다. 자취를 선택할 경우 본교 근처나 성북구에서 방을 많이 구한다. 그러나 기숙사와 자취방 모두 각기 다른 문제를 지적받아 왔다. The HOANS에서 대학생 주거 문제에 대해 직접 살펴봤다.

청년 주거의 현주소

주거는 고정 수입이 없거나 부족한 대학생에게 늘 부담스러운 문제다. 청년 주거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과도한 주거비 부담이며 둘째는 열악한 주거환경이다.

높은 주거비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는 ‘임차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이하 RIR)이 있다. 직업을 갖지 못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의 비율이 높은 20대의 경우 주거비 부담을 나타내는 RIR이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RIR 지수가 30%를 넘는 청년이 60%나 된다. 따라서 청년 가구는 주거비 부담으로 인하여 거주지 선택 시 거주 비용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경향을 보인다.

거주 비용을 우선으로 고려하다 보니 청년들의 주거환경은 다른 연령대의 가구에 비해 열악한 상태이다. 우리나라 준거집단의 총가구 수 중에서 최소한의 주거 기준 미만에 해당하는 가구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을 가리키는 주거빈곤율의 22.9%(약 53만 가구)를 서울 거주 대학생 가구가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1인 대학생 가구의 비율은 36.3%로 12만 가구에 달한다. 즉 혼자 사는 서울 거주 대학생 3명 중 한 명은 주거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모든’ 고대생의 보금자리가 아닌 기숙사

재학생의 거주비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기숙사 역시 수용인원 문제에 시달린다. 지난 2022년 본교 안암학사의 수용률은 10.8%로 같은 기간 4년제 대학교 평균 기숙사 수용률인 23.8%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는 단순히 본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북구 관내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국민대 11.7% ▲동덕여대 10.7% ▲서경대 11.1% ▲성신여대 9.7% ▲한성대 11.1% ▲한국예술종합학교 13.2%로 전국 기숙사 평균 수용률과 비교할 때 매우 열악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올해 신입생이 거리 순으로 입사할 수 있는 안암학사 프런티어관은 수시합격자 기준 남학생은 대구광역시·전라북도 부안군, 여학생은 대구광역시, 정시합격자 기준 남학생은 경상남도 김해시, 여학생은 광주광역시보다 멀리 거주해야 가능했다. 통학거리가 멀어 기숙사에 입사하고 싶어도 수용인원 문제로 들어갈 수 없는 학우가 많다는 것이다.

수용인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부터 개운산 기숙사 신축을 추진해 왔으나 주민 반대로 인한 구청의 승인 거부로 10여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주된 반대 의견은 임대업자들에게서 나온다. 기숙사 신축이 재학생들의 하숙 및 전월세 수요를 감소시키며 이는 임대업자들의 장기적인 생계 위협과 직결된다는 의견이다. 특히 안암동 임대업자들 대부분이 평균 연령이 높아 임대업만을 생업으로 하는 점을 고려하면 주민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기숙사 건립을 위해서는 주민의 동의가 꼭 필요하다. 본교가 소유한 부지는 현재 도시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인근 지역 주민의 동의가 포함된 여러 서류를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에 제출한 뒤 심의를 거쳐야 기숙사 건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본교 측은 지난 2020년 “기숙사 신축을 위해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의견을 좁히기 위한 노력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기숙사 수용률이 대학교 평균 수용률보다 낮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기에 기숙사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본교는 기숙사 신축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자취를 위한 발자취

이러한 낮은 수용률의 문제점으로 기숙사에 입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입사에 실패하거나 입사를 원치 않는 경우 본교 인근에 집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자취방을 구하는 과정을 직접 수행해 본 결과, 집을 구하는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정경관 후문에 소재한 부동산 중개업체의 외벽에 붙어있는 전월세 계약 조건을 살펴보고 부동산 중개업자 A씨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봤다. 먼저 “좋은 조건의 본교 주변 원룸과 오피스텔은 개강 2~3개월 전에 계약이 완료된다”며 좋은 주거 조건을 위해서는 미리 방을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전에는 대학생들도 전세로 계약하는 경우가 열에 둘 정도는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세 사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월세로만 계약한다”고도 설명했다. 그와 동시에 “HUG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해 전세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없앨 수 있어 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에 본 기자가 HUG 주택도시보증공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보니 조건을 만족하는 청년과 매물이라면 연 1.8%~2.7%의 대출금리로 최대 2억 원,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대출이 가능했다.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은 후 만기에 일시 상환하기 전에는 이자만 납부하면 된다.

많은 경우 본교 대학생은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에서 방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실제 본 기자도 ▲다방 ▲직방 ▲네이버 부동산 세 가지 업체를 통해 방을 검색해 봤다. 정경관 중심을 중심으로 반경 1km의 원룸 57곳의 가격을 비교해 보니,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평균 월세는 61만 원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보이는 방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른 경우가 많다. 해당 방의 단점에 관해서는 설명이 부족한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본교 인근에서 자취 중인 이 모(정외 23) 씨는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를 이용해 집을 알아봤다. 해당 과정에서 “홈페이지에서 보이는 방의 모습은 깔끔했지만 침대와 옷장 옆을 자세히 보니 곰팡이가 피어있었다”면서 “방 사진이 편집돼 실제 크기보다 과장된 방도 있었다”고 온라인 중개업체의 신뢰성에 관해 지적했다.

청년을 위한 집은 없다

의식주 중 하나인 주거는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대학생 주거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기숙사는 수용인원이 부족해 희망하는 모든 인원이 거주할 수 없고, 자취를 하더라도 높은 가격과 열악한 환경이 큰 걸림돌이 된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전세 사기 역시 이제 막 사회로 나온 청년들에게 가혹한 상황임이 틀림없다. ▲본교 ▲재학생 ▲임대업자 ▲행정기관 모두가 협력해 대학생 주거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인형진·김지현 기자

dundisoft@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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