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인물]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내영 본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학자인 동시에 국회입법조사처 처장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현실 정치에 참여해 온 인물이다. 올해 12월이 돼 어느덧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이 교수의 이야기를 The HOANS에서 들어봤다.

 

이내영 교수는 자신의 모토가 ‘철없이 살자’라 말하며 해맑은 미소로 본지 기자를 반겼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꼰대같이 살지 말고 도전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며 유쾌하게 근황을 전해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 교직을 떠나는 소회는 어떤가.

본교에서만 23년, 연구자 생활은 30년을 했다. 늘 그렇듯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가 이루지 못한 게 많아 아쉬움이 많다. 그러나 큰 사고 없이 모교에서 정년으로 건강하게 떠날 수 있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 교수님이 생각하는 정치외교학이란.

한마디로 하면 ‘국가의 통치’에 관한 학문이다. 더 좋은 국가로 만들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경영학이 기업을 위한 학문이라면 정치외교학은 더 좋은 나라, 살기 좋은 나라를 고민하는 학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큰 생각의 틀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정치학이 어렵기도 하지만 그런 학문을 가르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나의 대학 시절에는 술도 많이 마시고 나라와 사회 문제에 대한 토론이나 동아리 활동이 활발했지만, 한편으로는 수업도 많이 결석하고 자기관리에 소홀했다는 문제도 있었다. 반면 요즘은 워낙 취업이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학생들이 너무 자기 진로에 대한 준비에 집중하느라 나라와 사회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있다.

 

– 교직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교내로 한정한다면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을 맡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 10년 치 연구비를 따오는 등 쇠퇴하던 아세아문제연구소를 부활시켰다는 평가가 있는데 큰 보람이었다. 또 하나는 학과장 할 당시에는 학부생을 너무 방치한다고 해서 전체 학생을 데리고 MT를 갔다. 정외과 교우회의 재정지원을 받아서 1박 2일로 하나은행 연수원을 빌려 선배들을 초청해서 놀기도 하고 진로간담회 등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 통상 운동권이라 하는 세대였고 강의 중 종종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돌이켜 봤을 때 그런 경험이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박정희 권위주의 말기인 유신체제 시기였기 때문에 권위주의 정치에 대한 반감과 저항 의식이 당시 대학의 분위기였다. 나처럼 운동권 학생들은 본인의 진로를 준비하기보다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해서 학점관리도 못하고 지냈다. 그러나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충실하게 한국 사회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살았다는 점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대학 시절의 경험이 이후 교수가 돼서 강의와 연구를 할 때도 나라와 사회에 기여하는 학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 본교에서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은?

내가 2000년대 초반 정외과 학과장이 되어보니 정외과 학생들은 운동권 학생이 많고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소수이고 학과 차원에서 지원도 부족했다. 그래서 학과장으로서 정외과 고시 준비생들을 모아서 밥도 사주고 학과 예산으로도 지원하니 너무 고마워하고 졸업하고도 나에게 연락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큰 보람을 느꼈다. 또 대학원 제자 중에 교수가 된 사람들이 여러 명 있는데, 나보다 훌륭한 학자가 된 것을 확인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

 

– 국회입법조사처 처장·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면.

의회정치와 한국 정치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국회와 중앙선관위라는 국가기관에서 업무를 수행한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좋은 정책을 만들고 제도를 바꾸려면 현장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정치 현장인 국회에서 국회의원들과 정당들과 교류하고 입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서 정치 현실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정책과 제도 개혁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가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 정외과 교수로서 한국 정치의 문제점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개략적으로 조언 부탁드린다.

첫째, 권력 구조 개편의 방향과 대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시급하다. 대통령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대통령 권력을 향한 무한 경쟁이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둘째, 취약한 정당정치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최근 퇴행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핵심적 과제는 정당정치의 제도화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진영대결의 정치, 강경파에 의해 포획된 팬덤 정치, 당내 민주화의 약화 등을 극복해야 할 구체적 과제로 볼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정경대 학생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린다.

인생은 낭비하기에는 너무 짧지만 그렇다고 너무 초조하게 생각해서 대학 들어오자마자 입시 준비하듯 진로를 정하고 거기에만 매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며 많은 학우와 얘기도 나누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기 바란다. 또한 정경대 학생들은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본인의 삶의 목표를 설정하는 데 있어 사회와 국가에 대한 관심과 기여라는 요소가 포함되기를 기대하고 싶다.

 

[정경대 학우들이 궁금해 한 질문] 양수리 카페란 무엇인가요?

양평에 있는 양수리(두물머리)에 있는 카페를 일컫는다. 그곳에 카페가 많아 데이트 장소로 유명했다. 다만, 나는 동아리 활동 등으로 바빠서 데이트하러 양수리에 가본 적이 없었다.

 

오정태·정상우·조유솔 기자

jeong3006@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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