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美 행정명령에 직격탄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와 무역안보론을 천명하면서 시작됐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에서 중국은 흑자를, 미국은 적자를 내는 상황을 지속하면서 미국은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했다. 지난 2018년 미국은 중국 수입품에 340억 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붙여 경제 제재를 가했고, 중국 역시 미국 제품에 최고 25%의 관세를 매기며 반격했다. 이후 미국과 중국의 협의가 계속 결렬되면서 결국 이번 화웨이 제재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5월 15일, 미국은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에 대한 행정명령’을 발동하여 중국 IT 기업인 화웨이에 대해 강한 제재를 가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자국 정보통신을 보호하고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명목으로서, 미국 기업이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 및 단체와 거래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령에 근거한 행동이다. 백악관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 행정명령은 미국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위협에 대응해 국가안보에 위험을 제기하는 거래를 금지할 권한을 상무장관에게 위임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올해 1월 16일,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 IT기업의 부품을 금지하는 법안을 냈고, 이어서 16일에는 화웨이 및 70개 계열사를 ‘기업 리스트’에 올려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명시적으로 드러냈다.

美 행정명령, 그 영향력은 어디까지?

이번 행정명령은 세계 여러 곳에 영향을 미쳤다. 미 상무부가 행정명령을 시행한 5월 16일부터 화웨이는 미국 기업과 어떤 거래도 할 수 없게 됐다. ▲퀼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브로드컴 등의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고 기술 계약도 해지했다. 퀼컴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모바일 반도체에 중요한 칩셋 기술인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모바일 기기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인텔과 브로드컴은 반도체 부분에서 핵심 기술과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었지만 이번 제재로 인해 화웨이는 이들로부터 기술을 조달받지 못하게 됐다. 미국 CNBC의 보도에 따르면 TF인터내셔널 분석가 밍츠쿼는 화웨이가 구글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방법을 찾지 못할 경우 매달 출하량은 800만~1000만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국가에서도 화웨이는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독일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온이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지 않기로 했으며, 일본 파나소닉과 영국 ARM 역시 화웨이와의 거래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타격은 화웨이의 제품 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일본 NTT 도코모와 KDDI, 소프트뱅크 등의 통신사들이 화웨이의 스마트폰 발매를 무기한 연기했다. 대만 중화텔레콤, 타이완모바일, 파이스톤 등의 이동통신사 역시 화웨이 신규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여론은 미국의 이런 조치가 부당하며 이에 강경대응하겠다는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무역전쟁이 곧 ‘인민의 전쟁’이며 중국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국적 본교 재학생 고신(정외 18) 씨는 “중국인 대부분은 트럼프의 화웨이 규제 조치에 대해 현재 글로벌 경제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제 세계화에 역행하는 이런 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여전히 대화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지만 일련의 패권주의 행동에는 고개를 숙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화웨이 제재는 한국에도 영향을 줬다. 농협과 코스콤 등 국내 금융권 기업들은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보안 우려 등에 대한 고려가 그 골자다. LG 유플러스는 4G부터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했으며 이번 5G 관련 장비도 화웨이에서 공급받은 탓에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계속 화웨이와 거래한다면 LG 유플러스 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는다면 중국 시장의존도가 높은 LG그룹에 대한 중국정부의 제재가 우려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한국의 외교상황 역시 LG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본교 아세아문제연구소의 이정남 교수는 “중국에의 경제의존도와 한미동맹 사이에서 한국은 현재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화웨이 사태에 따른 미·중 간의 대립양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제재를 더욱 거세게 조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동원한 카드는 관세 보복과 기술 통제의 두 가지다. 이런 제재에 대해 중국도 미국과 유사한 규모로 맞제재를 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건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중국이 어떤 도구를 활용해 미국에 반격할 것인지가 화두인데, 중국이 펼쳐볼 만한 대응방안으로서는 ▲미국국채매각 ▲희토류 수출제한 ▲미국산 불매운동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중국은 보유하고 있는 미국채를 매각할 수 있다. 국채를 매각하면 해당 국가의 국채가격이 급락함과 동시에 시중 금리가 치솟아 국가경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채를 1.1조 달러 가까이 보유하고 있어 미국정부의 최대 채권자이다. 지난 3월, 중국은 원화 24조 원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팔아 미국을 긴장시킨 적이 있다. 두 번째로, 희토류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경제제재에 대해 산업 핵심자원을 수출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을 견제할 수 있다.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는 전자산업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의 중요 원동력이 되는 핵심광물자원이다. 희토류의 세계 매장량의 40%를 중국이 소유하고 있는데 지구상 희토류 생산량의 72%는 중국으로부터 수입된다. 중국은 과거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희토류 수출 제한을 통해 일본에 대한 우위를 점한 전례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자국시장에서 미국산 제품을 불매운동하도록 여론을 조성해 미국 경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5월 17일 미국산 돼지고기 3천 247톤에 대한 수입을 전면 취소하며 미국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중국 웨이보에선 ▲아이폰 ▲미국산 자동차 ▲KFC와 맥도날드 ▲미국 여행 등을 불매하는 내용을 포함한 반미운동 지침까지 공지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대응방안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이정남 교수는 “국채매각은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대응이다. 중국이 미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채 일부를 팔아 미국채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건 결국 중국 스스로의 자산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희토류 수출제한의 경우 일정 부분 파급력을 가지는 조치가 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미국과 정면대결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중국에게 불리하다”며 “현실적으로 중국이 할 수 있는 대응은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자국 시장에서 미국에 대한 불매운동을 유도하는 것 외엔 없다고 볼 수 있어 중국은 미국에 정면으로 대응해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당분간 양보와 타협을 통해 글로벌 파워를 키우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화웨이 사태를 놓고 중국과 미국의 ‘기술 냉전’이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본교 정치외교학과 이신화 교수는 “현재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기술스파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며 “현재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다른 나라의 협력을 얻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법치국가로서의 최소한의 ‘룰’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화웨이와 중국은 항상 자유법치질서의 기본 룰을 지키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이 별개라는 것을 증명해서 다른 국가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립이냐 협상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작년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은 이번 화웨이 제재로 중국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미국의 견제에 중국이 강력하게 맞대응해 양국의 대립구도를 확실히 할지, 아니면 한발 물러서 미국과의 타협을 택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패권국과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단순한 국제 경제체제나 무역질서를 넘어선 국제 패권경쟁의 측면에서도 중국의 다음 행보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풍환·김효재·유효민 기자

98tigger@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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