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윤석열 대통령의 KBS 신년 대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8개월간 공식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중단한 후 공개 질문을 받지 않은 것도 15개월이 지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7일 사전 녹화 형식으로 방영된 KBS 신년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 이목이 쏠렸다. 취임 3년 차를 맞아 ▲물가 상승 ▲의대 정원 증원 ▲영수회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에 직접 입장을 밝혔으나 국정 기조를 설명하고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윤 대통령의 대담을 The HOANS에서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

민생 현안 해결 의지 밝혔지만…난관 산재해

# 물가 안정

첫 질문은 물가 안정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물가 안정 대책을 묻는 말에 윤 대통령은 명절 대표 과일인 사과를 언급하며 물가 안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규제 완화 ▲비축 물량 공급 ▲수입품 관세 인하 등의 공급 관리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실행해 물가상승률을 2%로 관리하겠다고도 밝혔다.

# 대출금리

대출금리와 관련해선 “은행이 대형화되는 과정에서 과점 체제가 형성돼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은행 간의 경쟁을 유도해 금융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고 답했다.

# 의료 개혁

지난달 6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와 관련된 질문에는 “소위 말하는 소아과 오픈런이라든지 또 시쳇말로 응급실 뺑뺑이라는 말이 있다고 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고 언급하며 의료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고령화로 인해 의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의료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를 키우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의료 보상 체계의 공정성을 높이고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적이지만 의료인력 공급이 부족한 분야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협치가 사라진 정치, 돌파구 제시는 없어

# 영수회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요구한 ‘단독회담’ 관련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직후부터 여러 차례 영수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여당의 소위 1호 당원이라는 개념이긴 하지만 엄연히 당의 지도부와 대통령실은 별개다”면서 영수회담을 가지면 “여당의 지도부를 대통령이 무시하는 것이 될 수 있기에 곤란하다”는 말로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이어 “영수회담은 우리 사회에서 이제 없어진 지 꽤 된다”고 부연했다.

과거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던 총재 정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을 염두에 두고 야당 대표를 독대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단독 만남은 계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두 차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세 차례 영수회담을 가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집권 2년 차에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와 단독회담을 가진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가 심하다 보니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면서도 협치 실현을 위한 또 다른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땡윤방송이라는 오명을 남긴 채

#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김건희 리스크’를 직격하자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당무개입 의혹과 관련해 KBS는 해당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았다. 전국 언론노조 KBS본부는 “국정 홍보와 일방적 변명으로 점철된 대담이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장범 앵커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파우치’로 ‘조그마한 백’을 ‘놓고 간’ 사안이라 애써 축소하며 조심스럽게 질문한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방송을 주관한 KBS가 언론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대담에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손준성 검사 고발 사주 의혹 ▲약속 사면 의혹 등 사회적 이목이 쏠린 현안에 관한 질문은 어디로 갔는지 되물어 봐야 할 것이다.

 

오정태·인형진 기자

jeong3006@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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