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학점제, 정당한 보상인가

지난 1월 29일 서울대와 국방부가 군복무경험 학점인정 추진 업무협약(이하 군학점제)을 체결했다. 협약 체결로 군복무 경험 중 일부를 대학 학점으로 인정받게 됐지만 협약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The HOANS에서 과거 비슷한 논쟁에 휩싸인 제대군인 가산점제도(이하 군가산점제)를 참고해 군학점제를 짚어 봤다.

군학점제 톺아보기

지난 1월 서울대와 국방부가 체결한 군학점제는 군 복무기간의 사회봉사, 인성교육, 리더십 등의 경험을 각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대표적인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설정했으며 2017년 11월 학교 밖의 학습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을 이뤄냈다. 이를 통해 재작년 8월 ▲강원도립대학교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경인교육대학교 등 12개 대학과의 협약으로 처음 시행됐다. 올해의 경우 서울대를 포함한 24개의 대학이 이를 실행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군학점제 참여대학 확대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와 군학점제 협약을 체결한 대학의 재학생들은 해당 학교에서 인정하는 군 복무 경력을 학점으로 인정받게 된다. 강원도립대학교의 경우 학점인정심의위원회를 통해 사회 봉사활동이나 분대장 등과 같은 리더십이 인정되는 군 복무 경험을 P/F의 형식으로 인정한다. 서울대는 아직 군학점제와 관련된 세부 사항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대 12~15학점 정도를 수강할 수 있다. 본교의 경우 군대 내에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창구는 2017년 2학기부터 시행한 군 원격강좌뿐이다. 군 원격강좌는 현역 장병들이 부대 내 사이버지식정보방을 통해 온라인으로 MOOC 강의와 NeMo 강의를 학기당 최대 6학점, 연 12학점을 수강하고 휴가 기간을 이용해 시험을 보는 형식이다. 강의 수강 후 시험을 본다는 점에서 군대 복무 경험 자체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군학점제와는 다른 방식인 것이다.

군학점제에 대한 반응과 명암

국방부와 서울대 측은 군학점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보였다. 우선 국방부는 본 제도가 복학 후 학점 취득에 대한 부담을 경감하고 모교에 대한 재학생들의 자부심을 고양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신석민 서울대 교무처장도 “이번 협약을 통해 우리 학교가 군 복무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동참하게 되어 기쁘며 군 복무를 마친 본교 재학생들이 자랑스럽게 복학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 재학생 A 씨도 “군학점제가 상대적으로 군 복무 때문에 졸업이 늦는 남학생들을 위한 합리적인 사회적 차원의 지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군학점제가 청년 장병들의 헌신과 봉사를 인정하고 학점과 관련된 부담을 감소시킨다는 평가다.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 이면에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제도의 적용 대학이 한정적이라는 점이 논란의 요지가 된 것이다. 본교 법학연구원이 2018년 발행한 논문 ‘군 복무 학점인정제도 도입에 대한 헌법적 검토’에서도 해당 제도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군 복무자의 범위가 너무 작고 혜택의 정도도 미미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9년 교육 기본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은 430개교가 존재한다. 석·박사 과정만을 운영하는 대학원대학 45개교를 제외하면 385곳의 대학이 남는데, 이 중 24곳만 군학점제를 실시하는 정책은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군학점제의 시행이 대학별로 다르다는 점 이외에도 제도 자체가 차별적이라는 주장이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군학점제가 결국 군가산점제와 다르지 않으며 위헌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가산점제는 제대 군인이 공무원 시험이나 공기업 입사 시험에 응시할 경우 최대 만점의 5% 이하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제대 군인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돕고 인력 개발 및 활용을 촉진하고자 1961년 도입됐으나 1998년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에 의해 폐지됐다. 폐지 당시 적용 대상자와 비대상자 사이의 차별 발생 가능성과 적용 비대상자에게 돌아가는 불이익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군학점제가 이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뭘 말하려고 했나

군학점제와 비슷한 선례로서 군가산점제 폐지의 윤곽과 그 사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재는 5개의 결정 요지를 통해 군가산점제를 위헌 판결했다. 이 중 ▲신성한 의무의 이행 ▲제도의 적용 대상 차별 ▲평등권 침해 항목은 군학점제와 연결성이 있는 요지다. 우선 헌재는 군 복무가 헌법 제39조 제1항에 따른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39조 제2항은 병역의무 이행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금지하는 것이지 보상조치나 특혜가 따르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군학점제가 군 복무자의 복학 후 학점취득에 대한 부담 경감을 위한 제도임을 생각하면 이 역시 군 복무자에 대한 보상조치나 특혜에 해당할 수 있다.

군가산점 제도의 적용 대상이 신체 건강한 남성에게 편중돼 성별에 의한 차별과 건강상의 차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결정 요지도 주목할 만하다. 헌재는 “전체 여성 중 극히 일부만이 제대 군인이 될 수 있어 실질적으로 성별에 의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병역면제자와 보충역복무자 등에 대해서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건강상의 차별을 받게 된다고 판시했다. 군가산점제가 시험 점수 순위에 차등을 만들 소지가 있어 군학점제가 지닌 차별 가능성과는 그 규모 면에서 다를 수 있지만 제도의 적용 대상이 편중된다는 점은 같다. “제대 군인에 대한 사회 정책적 지원이 모두에게 균등히 보장돼야 할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판시 또한 해당 논의와 궤를 같이한다. 군학점제가 비대상 집단의 기회를 박탈하지는 않지만 특정 대상 집단에만 독점적으로 제공되는 제도라는 점에서 평등성을 잃는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엇갈리는 찬반, 헷갈리는 효용

군가산점제가 폐지된 결정적인 사유들은 군학점제가 가진 쟁점과 비슷하다. 군학점제에 반대하는 측은 앞서 살펴본 헌재 판결과 유사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전반적으로 군가산점제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 요지가 군학점제의 논쟁점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우선 군학점제는 군 복무라는 신성한 의무의 이행을 특별한 ‘헌신과 봉사’로 보는 것이기에 국방의 의무를 보상할 필요가 없다는 첫 번째 요지와 연결된다. 또한 ▲고졸자 ▲장애인 ▲여성 등 제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집단에게는 학점을 인정받을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 찬성 측은 대학의 참여가 자유일뿐더러 특정 집단에 가산하는 방식이 아니므로 위헌의 소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제대군인에게 일괄적으로 가산점을 주는 군가산점제와는 달리 군학점제는 군 복무 기간의 특정 경력에 대해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학점을 인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학의 학점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군학점제가 같은 시간 동안 상대적으로 더 많은 학점을 얻을 기회가 있는 여성에 대한 실질적인 차별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외에도 국방부가 고졸 또는 고졸 학력 미만의 입대자에게 맞춤형 학습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찬성 측은 이것이 군학점제가 실질적으로 불공평한 제도가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별개로 일각에서는 군학점제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서울대와 국방부의 협약 체결로 재학생들은 군 복무 기간 동안 최대 12~15학점 정도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2~15학점은 군 복무를 하지 않고 대학에 다녔을 시 받을 수 있는 학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군 휴학생들의 경우 4학기를 쉬게 되는데 이는 본교 정규학기 기준 최대 88학점을 수강할 수 있는 시간이다. 12~15학점으로는 이 기간을 충분히 보상할만한 학점이 아니므로 군학점제는 결국 형평성 측면에 어긋나고 그 효과도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대학 교육의 목적과 군 복무의 목적이 서로 확연히 달라 이를 같은 학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지적됐다.

군학점제의 향방은

분명 군학점제는 국가에 봉사하는 것을 인정해 준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국방부는 군학점제를 통해 “군 복무 기간이 학업과 경력단절의 잃어버린 시간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고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형평성과 실효성에 있어서 재고가 필요하다. 앞으로 국방부가 군학점제를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황제동·권민규 기자
hhjd200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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