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점 찍은 보수통합, 분열부터 신당까지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온 보수통합 논의가 미래통합당의 탄생으로 열매를 맺었다. 보수 진영을 사분오열시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2년 만이다. 20대 국회 내내 맥을 추지 못하던 보수진영이 뜻을 모았다는 것에서 이번 통합은 의의가 크다. 탄핵부터 미래통합당의 탄생까지 다사다난했던 보수통합의 과정을 취재부가 정리해봤다.

쪼개진 보수와 지방선거 참패

새누리당을 통해 집결한 보수진영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박 전 대통령 집권 후 당의 주도권을 잡은 친박(親朴)과 이에 대해 불만을 품은 비박(非朴) 간의 해묵은 갈등이 탄핵이라는 대형 이슈로 가시화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한때 거대 여당의 위치를 차지했던 새누리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이견으로 공중분해 되며 보수 분열의 시작을 알렸다.

탄핵 찬성파에 선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국회의원 29인은 2016년 12월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새누리당에 잔존한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2017년 11월 박 전 대통령을 제명하며 전 정권과의 거리를 두는 데 주력했다. 이와 같은 조치에 반발한 강경 친박계 의원들은 탈당 후 새로운 새누리당을 구성해 ‘태극기’ 세력의 맥을 이어갔다. 이로써 ▲한국당 ▲바른정당 ▲태극기 세력의 삼자 구도가 형성됐다.

분열의 혼란이 채 가시지 않은 채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맞이한 보수 진영은 각개전투에 임했다. 바른정당은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당과 합당을 시도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각종 쇄신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의 결과는 참담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낙인을 지우지 못한 데다 여러 당으로 유권자들의 표가 분산된 탓이다. 보수 진영은 광역자치단체장 17석 중 한국당이 대구광역시장과 경상북도지사 2석을 얻은 것으로 선거를 마무리해야 했다.

분열 속 시작된 통합

전례 없이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보수 정당은 집안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 공방이 당내 계파 갈등을 다시금 촉발한 탓이다. 탄핵 이후 세를 잃었던 한국당 내 친박계 의원들은 김성태 원내대표를 위시한 비박계 지도부에게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세력 다툼의 시작을 알렸다. 친박계 의원들이 김 원내대표의 쇄신안에 반기를 들며 불붙은 갈등은 계파 타파를 목표로 한 혁신 비대위 출범 후에도 계속되며 당의 응집력에 상처를 남겼다.

화학적 결합을 완료하지 못한 바른미래당 또한 분열의 조짐을 보였다. 창당 초기부터 감지된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다툼은 국민의당 출신인 손학규 의원이 당 대표로 취임하며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갈등으로 비화했다. 계파 간 반목은 비당권파 당수인 유승민 의원이 작년 9월 당내 비당권파 모임인 변혁을 결성하며 본격화했다. 분파 간 화해를 위한 움직임이 여러 차례 관측됐으나 중도를 기치로 내건 당권파와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비당권파의 사상적 간극을 봉합하지 못한 바른미래당은 결국 분당 수순을 밟았다.

보수통합 논의는 내홍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작년 11월 7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유 의원과 태극기 세력을 대표하는 우리공화당에게 보수 통합 협의 기구를 결성할 것을 제안했다. 유 의원은 한국당이 ▲탄핵 찬반 불문 ▲보수 가치 재정립 ▲새로운 제3정당 수립으로 이루어진 ‘보수재건 3원칙’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며 조건부 동의의 뜻을 표했다. 이른바 ‘탄핵의 강’을 넘어 과거의 앙금을 묻어두고 쪼개진 보수를 하나로 합치자는 요지다. 하지만 우리공화당과 한국당 내 친박계에서 탄핵 찬성파와 함께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제기되며 보수 통합은 순탄치 못한 시작을 알렸다.

같은 달 20일, 황 대표가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의 철회를 요구하는 단식 농성에 돌입하며 제자리에 머물던 통합 논의는 12월 말 두 법안이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다시금 돛을 올렸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범여권으로 구성된 4+1 협의체의 협공으로 통과되자 보수가 하나로 뭉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까닭이다. 이에 올해 첫날 황 대표는 통합추진위원회의 구성을 발표하며 통합 논의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과 결별하고 새로운 보수당을 창당한 유 의원은 황 대표가 3원칙을 공개적으로 수용하기 전까지는 통합에 참여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1월 9일, 새보수당을 제외한 여타 보수 정당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하 혁통위)가 출범하며 본격적으로 통합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착수했다.

유보적 태도를 견지하던 새보수당은 1월 13일 황 대표가 3원칙을 공개 수용할 것을 밝히며 통합 열차에 올랐다. 중도 보수층을 포섭할 열쇠를 쥔 것으로 평가받던 보수당의 합류에 통합 논의는 순풍을 타는 듯했으나, 보수당이 혁통위의 중립성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진통을 겪었다. 20일 황 대표가 한국당-새보수당 통합협의체 구성에 동의하자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2월 6일 혁통위 내 통합신당 준비위원회가 발족한 후 9일 유 의원이 한국당과의 합당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통합은 빠르게 진행됐다. 17일 미래통합당이 공식 출범하며 험난했던 보수 통합의 여정은 마침표를 찍었다.

미래통합당, 판 흔들 수 있을까

통합당의 탄생은 총선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년 동안 찢어져 있던 보수가 하나의 당으로 모임으로써 보수 유권자의 표를 결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표 나눠 먹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한 만큼 고배를 마셨던 2018년 지방선거에 비해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속속들이 입당하고 있는 것 역시 통합당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손 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해 바른미래당을 떠난 안철수계 의원 5명은 김중로 의원을 시작으로 줄줄이 통합당 합류를 선언했다. 이 중 김삼화 의원은 입당 환영식에서 “문재인 정부를 막기 위해 중도보수 대통합만이 대한민국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길”이라고 밝히며 중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부탁했다. 통합당이 비(非)보수 유권자의 표를 끌어오는 데 성공한다면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통합당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범여권은 통합당이 탄핵 전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새 인물과 새 비전이 안 보인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118명의 의원 중 104명이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선된 이력이 있다는 사실은 통합당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김형오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도로 새누리당’ 논란을 의식한 듯 친박계 의원들을 대구·경북 지역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켰다. 하지만 ‘컷오프’된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 선언과 강남병 공천 논란으로 인한 김 위원장의 사퇴 등 악재가 계속되며 공천 논란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완전한 통합 또한 숙제로 남았다. 새보수당을 이끌던 유승민 의원이 미래통합당의 출범식에 불참하면서 통합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새보수당 측은 유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칩거에 들어갔을 뿐이라고 답변했지만 유 의원의 측근인 이혜훈 의원이 공천 배제되면서 논란이 재점화했다. 이후 오신환 의원과 유의동 의원 등 새보수당 출신 인사들이 경선 없이 선거에 나서게 되며 공천 논란은 사그라졌지만,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사상적 결합은 미지수로 남았다.

보수통합, 미풍일까 태풍일까

총선 두 달 전 첫발을 뗀 통합당이 보수의 재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여야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안철수계 국회의원들의 연이은 입당과 계파색을 희석한 공천으로 낙관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폭넓은 사상을 가진 집단을 아우른 만큼 통합당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은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는 통합당이 보수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윤서·오성원 기자
yunseo05@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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