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학금의 허와 실

교내에서 학업과 병행하며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근로장학금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인기에 뒤따라오는 여러 잡음과 진실에 대해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근로장학금은 대학이나 일부 기업에서 일정 시간을 근무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장학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노동’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다른 장학금과 구분되고 일정 시간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받는 것이기에 대부분의 다른 장학금과 중복수혜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근로장학금은 크게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가근로장학금’(이하 국가근장)과 각 대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교내근로장학금’으로 나뉜다.

 

국가근로장학금이란 무엇인가?

국가근장은 교육기본법 제28조를 근거로 해 학자금 마련을 위한 일자리 제공과 이를 통한 안정적인 학업 여건 조성을 목적으로 한국장학재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이와 더불어 직업체험의 기회를 주어 취업역량을 제고하는 것 또한 목표로 두고 있다. 국가근장은 크게 ▲교내근로 ▲교외근로 ▲대학생 청소년교육지원으로 나뉜다. 세 유형 모두 최대 인정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학기 중 주당 20시간 ▲방학 중 주당 40시간이며 그 이상의 근로는 인정하지 아니한다. 또한 학자금 지원 구간에 따라 선발우선순위를 두며 ▲4구간 이하는 1순위 ▲5~6구간은 2순위 ▲7~8구간은 3순위이다. 다만 ▲긴급하게 가계에 곤란이 있는 학생 ▲교외근로 중 취업연계유형근로 ▲교내근로 중 봉사유형의 경우 학자금 지원 구간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교내근로는 교내근로지에서의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일반근로유형과 장애 대학생의 학업 및 이동을 도와주거나 외국인 유학생의 학교적응을 도와주는 봉사유형을 그 내용으로 한다. 시급은 9,000원이다. 본교 학생의 경우 일반근로와 장애 대학생의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봉사업무는 가능하나 외국인 유학생의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봉사업무는 불가능하다.
교외근로는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근무하는 일반교외근로와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취업연계유형근로로 구성되며 시급은 11,500원이다. 교육부는 2020년도의 국가근로장학사업 중점 추진 사항으로 교외근로 활성화를 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외근로 선발인원을 3000명가량 증가시켰다. 본교 학생인 경우 일반교외근로는 가능하나 취업연계유형근로는 불가능하다.

대학생 청소년교육지원장학금은 초·중·고등학생에게 학업 등에 관련된 멘토링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를 통해 대학의 지역사회 기여체계를 마련함과 동시에 멘토링의 질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시급은 교외근로와 동일한 11,500원이며 본교는 해당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에 지원이 불가능하다. 다음 표는 본교 학생의 국가근장 지원 가능 여부를 정리한 것이다.

 

교내근로장학생에 몰리는 학생들

국가근장 중에서도 교내근로지에서 행정업무를 돕는 ‘교내근로’ 유형이 있었지만 본교 내 근로장학금(이하 본교근장)도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교육부의 정책에 따라 한국장학재단에서 시행하는 국가근장과는 다르게 각 학교의 정책 및 운영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 본교의 경우 학사관리 내 장학금 지급 규정 제27조에서 명시하고 있다.

본교의 장학제도는 지급 취지에 따라 ▲자유장학금 ▲정의장학금 ▲진리장학금으로 나뉜다. 자유장학금은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장학금으로, 다양한 봉사장학금이 이에 해당한다. 정의장학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돕기 위한 필요기반 장학금으로, 면학장학금과 생활비장학금이 있다. 진리장학금은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해 외국인 장학금과 교환학생을 위해 지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장학생 모집 공고는 모두 본교 홈페이지 및 포털 사이트 내 장학금 공지사항 게시판 등에 공고되는 것이 원칙이다.

본교근장은 정의장학금의 한 유형으로, 시급은 대부분의 경우 최저시급을 웃도는 8,600원 가량이다. 근로장학생은 주로 전화 응대 및 행정보조 업무를 맡는다. 수요가 있는 부서에서 수시로 공고문을 올려 모집하며 ▲각 단과대학 행정실 ▲총무부 등의 본부 산하 부서 ▲도서관 등 모집 부서는 다양하다. 보통 오전부터 오후 시간까지 모두 근무 가능한 학생을 모집하기 때문에 지원 자격으로 휴학생 신분이 요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무가 쉽고 개인 시간이 주어진다고 알려져 있기에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열람실 게이트 관리 담당 근로 경험이 있는 A 씨는 “근무지가 학교이기 때문에 교외에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과 교통비를 아낄 수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길 바란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보이지 않는 허점

부서의 수요가 생길 때마다 상시 모집을 하는 본교근장의 특성은 가장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인력을 보충해야 하는 시기가 다르다는 점을 들어 포털 사이트에 공식적으로 올라오는 모집 공고는 극히 일부에 해당하고 대부분은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모집하는 실정이다. 선발 절차도 국제처와 같은 부서를 제외하고는 간단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이에 기반한 면접이다. 그런데 마감일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채 ‘적당히’ 학생들이 지원하면 공고문을 내리는 등 흡사 선착순으로 모집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공식적인 공고 없이 지인에게 넘겨주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근장과 달리 소득분위를 고려하지 않아 ‘필요를 기반으로 하는 정의장학금’으로 분류된 그 목적과 다르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이는 본교의 염재호 전 총장이 “성적 우수자에게는 명예를 부여하는 것이 옳으며, 대신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하겠다”며 2016년을 마지막으로 성적장학금을 폐지한 취지와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한편, 2019년 발표된 본교의 장학금 수혜 현황에 따르면 교내장학금으로 분류되는 ▲성적 우수 장학금 ▲저소득층 장학금 ▲근로장학금 ▲교직원 장학금 등의 항목 중 근로장학금은 약 13%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업무 난이도가 낮아 인기가 많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간혹 부서마다 업무 강도가 다르다는 점도 지적된다. 본부 산하의 한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B 씨는 “모집 공고에 업무 내용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지는 않았다”는 말에 이어 “개인 시간이 많지 않고 업무 강도가 교외 아르바이트와 비교해도 낮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근로장학생들은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일례로, 학생들이 학교의 미숙한 행정처리 등을 들어 불만을 제기할 때 사무실로 전화하며 근로장학생이 먼저 응대하게 된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근로장학생 C 씨는 “욕을 많이 듣는 것이 사실”이라며 “해당 부서에 근무하며 전화를 받는 근로장학생은 아무 죄가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일각에서는 근로장학생 담당 교직원에 대한 장학생들의 불만 사항도 제기된다. 학사 일정 변경 등의 문제로 인한 근로장학생의 일과 취소를 당일에 공지하고, 비효율적인 지시로 인해 업무를 끝낼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A 씨는 “이런 부분에 신경을 써준다면 금전적인 보상을 받고 일하는 장학생 입장에서도 보다 책임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고, 서비스 대상자인 재학생 또한 큰 만족을 얻어갈 것 같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암시했다. 이동에 소모되는 비용 절약으로 인해 본교근장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지만, 근무하면서 겪는 높은 업무 강도와 불합리함 등의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근로장학생의 보다 나은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한 본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지·오성원 기자
minji113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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