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 여는 문 정부, 민심도 열릴까

문재인 정부(이하 문 정부)가 2019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예산 규모와 한국 경제의 향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The HOANS가 2019 ‘활력예산안’과 그를 둘러싼 논란들을 분야별로 짚어봤다.

지난 8월 28일 문 정부에서 2019년 ‘활력예산안’을 내놓았다. 전년도 대비 9.7% 증가한 470조 5000억 규모의 예산으로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내용이다. 이번 예산안은 ▲보건∙복지∙고용 ▲교육 ▲문화∙체육∙관광 ▲환경 등 총 12개 분야 중 SOC(사회간접자본)외의 모든 분야의 예산 규모가 증가했다. 총지출 증가율은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예산안은 전형적인 ‘확장재정’ 정책으로 정부가 지출을 늘려 총투자를 증대해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2009년 예산안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정책이었으나,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일자리, 양극화, 저출산, 저성장 등 당면한 경제ㆍ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안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는 중이다. 찬성 측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기반이라는 기대가, 반대 측에서는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정책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위한 고용 부문 증가, 혁신성장은?

경제 관련 부문 예산의 최대 쟁점은 ‘일자리’와 ‘혁신성장’ 두 가지다. 일자리 예산안은 23.5조로 작년의 19.2조에 비해 22% 확대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일자리 예산이 큰 폭으로 상승된 만큼 ▲1.6만 명의 여성친화적 일자리 추가 확충 ▲노인 일자리 10만 개 확대 ▲장애인의 직접일자리 확충 및 발달장애인 훈련센터 증설에 쓰일 예정이다. 세부 전략으로는 공약이었던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와 함께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훈련 강화, 민간일자리 창출 지원 등이 목표로 제시됐다.

기재부의 2019년 예산안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공공부분의 일자리 확대는 공무원 증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트랙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공무원은 국가직 공무원 2만 1천 명, 지방직 공무원 1만 5천 명으로 총 3만 6천명이 증원된다. 이로서 작년 10월 공포된 ‘정부의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의 총 17만 4천 명 증원목표 중 내년까지 총 7만 5천 명을 충원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1.7만 명의 정규직화가 이뤄진다. 이에 더해 ‘취업 빙하기’를 해결하기 위한 취업지원책들도 실시된다.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을 강화한다. 또한 근로자나 구직자들이 ‘스펙’을 갖출 수 있도록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도 5만 명을 추가적으로 지원한다. 공공부문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민간부문에서 ‘고학력 신중년’ 세대에게 경력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재취업 장려금을 지급하는 인원도 늘어난다.

혁신성장 분야의 예산은 어떨까. 문 정부는 기업 성장 플랜으로 ▲플랫폼 기반 경제 구축 ▲주력산업단지 경쟁력 강화 ▲혁신창업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혁신인재를 2만 명 더 양성하고 3대 전략(데이터‧AI‧수소경제)에 대한 투자를 늘려 성장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한다. 또 산업단지의 경우 노후화된 시설을 공원 등으로 재생하고 자동차나 조선 산업 같은 위기 업종을 지원한다. 청년친화형 산단 13개에 대한 지원 또한 2,500억 원으로 확대된다. 이에 더해 혁신 창업의 활성화를 위해 초기-성장-도약‧재도전이라는 3단계를 설정해 각 단계에 맞는 경제적 지원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에 지나치게 복지에 치중하고 혁신성장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R&D분야에는 약 20조원의 예산만이 분배됐으나 보건‧복지‧노동은 약 162조 원을 차지한다. R&D 예산에서 7,000억이 늘어나며 최초로 20조 원을 돌파했으나 이전대비 증가율은 3.7%로 복지‧고용 분야의 증가율 12.1%에 비해 낮은 수치다. 결국 이번 경제 분야의 예산안은 지난 최저임금 논란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의 균형보다는 소득주도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달라진 복지예산, 삶의 질도 변화할까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복지는 다양한 계층의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생계급여 지급기준 완화로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 6만 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고 지급받는 금액도 늘어난다. 또한 계층이동 사다리 구축으로 저소득층 학생 3천 명에게 월 40만 원씩을 새롭게 지원한다. 소외계층의 경우 ▲한부모 가족의 양육비 지원을 확대하고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와 ▲보호종료된 아동의 자립수당 지원이 신설됐다.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급하고 QR코드를 이용한 소상공인 전용 결제시스템이 100만개 점포에 새롭게 확산 지원된다. 1인 소상공인에게는 고용 보험료에 대한 지원도 확충된다. 또한 청년 계층은 전보다 안정된 고용 환경을 제공받는다. 실업급여가 평균임금의 60%까지 확대됐고, 그 기간도 30일씩 증가했다. 또한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이나 저소득층 구직 촉진 수당이 새롭게 도입됐다. 고용 보험과 국민연금에 대한 지원을 담은 ‘두루누리 사회보험’의 수혜자도 237만 명으로 이전대비 37만 명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복지 정책이 일시적 소비에만 초점을 둔 단기적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투자를 통한 인프라 건설이나 장기적 소득을 증가시키는 과정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고 지원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예산안의 3대 기본방향인 ▲재정 ▲경제 ▲복지 중 복지 분야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됐는데, 현실적으로 재분배 강화와 투자 증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가 동시에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늘어난 복지예산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 역시 발생하고 있다. 국가의 재정건전성은 세출과 세입의 균형정도를 평가해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세입으로 세출이 충당될 경우 건전재정이라고 정의한다. 국가는 지출과 세입의 균형 있는 국가예산을 추구해야 한다. 복지예산은 대개 불가역적이기 때문에 한 번 늘어나면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돈의 비중이 커진다. 따라서 정부가 과도하게 재정지출을 늘려 복지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정부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고려하면 높은 상승률이 아니며, 재정운용도 세수가 늘어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가 공개한 예산안에 따르면 GDP대비 재정수지는 올해 1.6%에서 1.8%으로, GDP대비 국가채무는 39.5%에서 39.4%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어 적정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주장이다.

활력예산안, 남북관계에도 활력을?

최근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남북 관련 예산 또한 큰 변동을 보였다. 통일부 예산은 올해의 2,275억 원에서 2,184억 원으로 4% 감액되었고, 북한이탈주민 정착금 지원 사업 또한 올해 584억 원에 비해 185억 원 감소한 399억 원이 편성되었다. 그러나 ▲경협기반 무상 ▲경협기반 용자 사업 ▲이산가족교류 ▲민생협력지원 ▲사회문화교류지원 등을 포함하는 남북협력기금은 14.3% 증가한 1조 1,004억 원으로 편성됐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철도∙도로 사업과 산림협력을 위한 사업비 또한 이번 예산안에 편성돼 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예산안

2019 활력예산안은 확장재정과 재분배 정책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정부의 비전을 담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청년채용 지원 ▲청년구직화동지원금 ▲창업성공패키지 등을 마련해 청년들의 취업 활동을 지원하고, ▲산학협력 확대 ▲4차산업 특화 ▲장학금 확대 ▲지방거점 국립대 지원 등의 교육정책이 실시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과연 본교 학생들에게도 취업 지원과 장학금 혜택이 돌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예산안은 특정 계층이나 직종이 아닌 모든 국민들의 실질적인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정부가 ‘민심’을 위한다면 가장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정책 중 하나이다. 정부가 특정 이념에 휩쓸리지 말고 모두를 위한 예산안을 구상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2019년도의 문 정부도, 그 이후의 어떤 정부도 스스로가 구상하는 청사진에만 매몰되지 말고 국민의 바람을 기억해야 한다.

김지용⸳김동현⸳유효민 기자

jiyong0504@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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