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불붙은 화약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현지 시각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했다. 하마스가 인질 납치까지 자행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파괴적인 전쟁이 될 것”이라는 표현과 함께 지상군을 투입해 북가자지구를 포위했다. 이에 양측 사상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어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국제정세에 큰 변화를 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The HOANS가 개전 원인과 영향에 대해 알아봤다.

 

한 지붕 두 가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100여 년 전부터 시작돼 ‘현재진행형’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중동의 패권국이었던 오스만 제국과 영국이 충돌하자, 1915년 영국은 아랍 민족의 참전을 조건부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아랍국가의 독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영국이 1917년 유대계 자본을 전쟁에 이용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 국가 건설을 약속하면서 근현대 중동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아랍인이 대부분이었던 지역에 아랍국가 건국과 유대 국가 건국을 동시에 약속해 땅은 하나, 나라는 두 개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는 아랍 세력과 유대 세력의 충돌을 일으켰다. 1947년 국제연합은 중재에 나서며 ‘팔레스타인 분할안’을 통과시켰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으로 분리하되 예루살렘은 국제 공동 통치 구역으로 두는 분할안이었다. 아랍 민족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영토를 이스라엘에 할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아랍인들은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듬해인 1948년 5월 유대인 지도자는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했다.

그다음 날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제1차 중동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은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국가들과 1973년까지 3차례 더 중동전쟁을 치르며 입지를 굳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서쪽 가자지구와 동쪽 서안지구를 장벽을 세워 봉쇄해 팔레스타인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인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이주시켜 정착촌을 건설하는 등 점령 정책을 실행해 팔레스타인을 탄압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랍인들은 ‘팔레스타인을 병합하려는 시도’라 주장하면서 두 국가 사이는 더욱 악화했다.

 

다극화하는 분쟁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진입으로 전면전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주변 아랍국가와 서방국이 중재 또는 개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분쟁은 ‘이스라엘-미국·유럽 연합국’ 대 ‘하마스-범아랍 국가’의 모습을 띠고 있다.

하마스 내 군사 조직을 이끄는 모하메드 데이프 사령관은 성명을 통해 서안지구와 아랍국가들에게 전쟁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레바논의 무장투쟁 정당인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공격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이란은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에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란은 이번 분쟁을 통해 중동 지역 영향력을 확대하고 분쟁의 최대 수혜자가 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편 미국은 이란의 행보를 매우 경계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직접 이란을 지목하며 더는 전쟁에 개입하지 말도록 경고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항공모함을 급파하고 추가적인 장비와 탄약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 공격 규모와 대응 때문에 이번 전쟁을 ‘새로운 중동전의 발발’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두 개의 전선을 관리해 그 힘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무력 충돌을 두고 “미국이 더는 과거와 같은 지배적 강대국이 되지 않고 그 영향력이 약해져 국제질서가 다극화 체제로 가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심층인터뷰 – 이동선 교수님

 

외교·안보를 전공한 뒤 국제정치와 국제관계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이동선 본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번 분쟁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중요하다. 첫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타협의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두 정부 모두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하나의 국가만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은 외교적 해법이 아닌 무력 충돌로 해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됐다. 둘째는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가 간의 관계 개선을 방해하려는 목적이다. 하마스가 추구하는 무장투쟁을 위해선 주변 아랍국가의 지원이 필요한데 그 숫자가 감소하고 있다. UAE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고 사우디와도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고 있었다. 하마스에 상황이 불리해지기 전에 군사적 행동을 취해야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과 이번 분쟁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2012년, 2014년에도 여러 차례의 로켓 공격과 자살테러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지상전을 노렸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스라엘이 세워놓은 분리 장벽을 뚫고 하마스의 지상군이 침투해 공격했으며 인질 납치를 자행했다. 공격의 규모에서도 이전의 분쟁과는 차이가 있었다.

 

과거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오슬로 협정의 두 국가 협정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미국의 중재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두 국가 체제’와 상호 불간섭 등을 합의한 오슬로 협정은 사실상 폐기됐다.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대로 현 이스라엘, 하마스 정부가 두 국가 해법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오슬로 협정의 부활을 위해선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정파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내에서 집권하고 반대파를 압도할 수 있는 권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번 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 갈등이 심화하리라 생각하시는지.

심화할 것으로 생각하며, 이미 시작됐다. 대중의 여론과 정부를 구분해 생각해 봐야 한다. 이란을 제외한 다른 아랍국가들은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고자 이스라엘과 전쟁할 생각이 없다. 반면 대중의 여론에선 반유대주의·반이스라엘 정서가 지배적이다. 이렇게 된다면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란과 같이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국가나 사우디처럼 관계 개선 중이던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갈등이 깊어진 가능성이 있다.

 

이번 분쟁이 대한민국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 있을지.

먼저 경제 영역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팔레스타인 지역 자체는 석유 생산 지역은 아니지만, 중동 지역에서의 불안이 지속되면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석유의 유통경로인 호르무즈 해협 등지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국제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원화에 비해 강세를 보일 것이다. 이는 수입 물품 가격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정치 영역으로는 미국이 동아시아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많은 재원을 투입했고 이스라엘까지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선 대중국 역량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아랍인들의 반유대주의 정서가 반서방 정서로 이어졌을 때 대한민국까지 해당 정서에 포함될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과 경제,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등 서방의 일원으로서 행동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반감이 강화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응 방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안보 불안으로 인해 대한민국 방위산업에 관심이 집중됐을 때 무기 수출 기회를 살려야 할 것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무기 수출과 재건 사업 참여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기존 무기 수출국과의 협력 강화와 신규 시장 탐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가 상승 우려는 긴축 재정과 금리 인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이는 경기침체를 동반해 신중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 국군의 증강을 통해 자체 대응능력을 향상하고 개발협력과 공공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인식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형진·정상우 기자

dundisoft@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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