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 살아 숨 쉬는 문화재, 속속들이 알아보자

지난달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행사가 열렸다. 월대는 궁궐 정전 앞에 설치된 넓은 대를 의미한다. 이번에 복원된 광화문 월대는 남북 48.7m, 동서 29.7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로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이후 무려 100년 만에 복원된 것이다. 행사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사전 신청한 국민 500명이 참석해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런 문화재 복원 작업 뒤편에서는 역사 왜곡이나 문화재에 대한 관리 소홀 등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광화문 월대, 역사 ‘복원’인가 ‘왜곡’인가

 

광화문 월대는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중건 시 설치된 구조물로 과거 국가 행사에서 왕과 백성이 소통하는 장소로 사용됐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에 걸친 발굴 작업 끝에 월대의 옛터가 복원됐다. 문화재청은 덕수궁 돈덕전 또한 재건했다. 돈덕전은 고종 즉위 40주년에 맞춰 덕수궁 안에 지은 서양식 영빈관으로 역시 일제강점기에 훼손됐다. 2015년부터 추진해 온 덕수궁 복원 정비사업에 의해 지난해 12월 준공이 완료됐고 올해부터 관람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두 문화재가 모두 고종 시기 만들어진 구조물이기에 이런 복원 사업이 역사 왜곡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조선 말의 아픈 역사를 자랑스러운 과거처럼 미화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복원 가치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돈덕전은 1905년 지어졌지만 1920년대 일제에 의해 철거됐다. 고작 20년 남짓 존속했던 공간을 복원할 가치가 있냐는 것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달 1일 월대 복원 사업이 “충실한 고증과 복원원칙에 근거해 장기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전통 궁궐 건축의 가치를 고려해 일제 수탈 이전을 복원 기준으로 삼았다고도 덧붙였다.

 

산전수전 수난 겪는 문화재

 

한편 문화재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대법원은 과거 일본에 약탈당했던 고려 불상의 일본 측 소유권을 인정했다. 해당 불상은 고려 시대 제작돼 부석사에서 소유하고 있었으나, 왜구의 약탈로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보관되다가 지난 2012년 국내 문화재 절도단에 의해 한국에 반입됐다. 이후 불상의 최초 소유자였던 부석사가 불상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상을 반환하도록 판결했다. 부석사 주지 원우스님은 “약탈 문화재에 취득시효를 인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문화재 훼손에 대한 처벌 기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주 바다 풍경을 관람하는 관광잠수함으로 인해 서귀포시 문섬의 연산호 군락과 절대보호지역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잠수함 업체에 고의성이 없었기에 처벌은 불가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문화재 훼손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반박하고, ‘원상회복’ 행정명령을 내렸다.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 역시 꾸준히 발생했다. 지난달 13일 창덕궁 후원에 멧돼지가 출몰해 예정된 관람 행사가 취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창덕궁관리소는 멧돼지가 궁을 빠져나간 것으로 판단하고 행사를 재개했으나 이틀 후인 15일 새벽 또다시 멧돼지가 나타나 결국 후원을 폐쇄했다. 멧돼지는 15일 오후 포획 과정에서 사살됐다.

이처럼 궁능이 야생동물로 피해를 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00년 이후 발생한 문화재 구역 내 멧돼지 출몰 사례는 53건에 달한다. 이에 임 의원은 “문화재청이 야생동물 경계 시설을 설치하고 관련 기관과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며 문화재청의 책임을 강조했다. 자칫 문화재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곁의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서

 

지난달 31일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무형문화재법 ▲세계유산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문화유산전담관을 지정해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부서를 설치하는 등 문화유산정책을 더욱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무형유산을 실현하거나 전수교육을 시행하는 사람이 경비와 수당을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 또한 마련됐다.

그간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행위제한은 각종 민원을 발생시키는 지역 주민과의 갈등 요인이었다. 이번 법률 개정으로 시·도지사는 문화재청장과의 협의를 통해 보존지역 주민지원사업에 관한 계획을 수립 및 시행할 수 있게 됐다.

현행 매장문화재법 제11조에 따르면 매장문화재 발굴 경비는 원칙적으로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해서 매장 문화재가 많은 서울시에서 사업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 이에 서울시가 지난 5월 문화재청에 매장문화재법 개정을 건의했다. 건의안이 채택되면 땅속에 묻힌 문화재가 발굴돼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비용을 지원한다. 개발 사업 지연 혹은 중단에 대한 손실도 보상한다.

서울시는 지난 8월 남대문시장 재정비를 위해 건축물 높이 규제 완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시는 “문화재의 유형·특성과 개별 문화재의 입지·지역 여건 등을 반영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합리적으로 관리·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조정 사유를 설명했다. 시가 추진하는 남대문시장 건축물 규제 완화 방안은 문화재청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한편 국내 문화재의 보호 방안과 달리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는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22만 9,655점의 한국 문화재가 ▲일본 ▲미국 ▲영국 등 27개국에 존재하는 정황이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도 국외 소재 문화재의 환수 여건은 열악하다. 해외 문화재 환수에 필요한 실태조사 인력은 2명에 불과하고 실태조사조차도 2016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뤄지지 않았다. 국외 문화재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문화재와 공존하기 위해 나아갈 길

 

최근 문화재 복원과 보존 작업은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적 및 인적 자원의 적극적인 투입이 필요하다. 또한 문화재가 지역 주민들과 공생할 수 있도록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보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약탈 등으로 해외로 반출된 유물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환수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문화유산 헌장에 따르면 문화유산은 삶의 뿌리이자 인류의 자산이다. 우리의 역사를 담고 있는 문화재의 중요성을 바르게 인식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은서·김지현 기자

cat3754@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