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등록금 인상 우리는 괜찮은가?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 전국 4년제 대학은 26곳에 달한다. 지난해 사립대 9개교와 국·공립대 8개교 등 17곳보다 9곳 늘어난 것이다. 지난 2009년부터 16년째 이어진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로 인해 상당수 대학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의 수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본교 등록금 현황을 The HOANS에서 분석했다.

대학 등록금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부터 전국적으로 동결 기조였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걸었다가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대학 근로장학사업 평가 항목에 등록금 인상률을 포함한 것이 그 배경이다.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 유형(대학이 자체 기준으로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 지원금을 주도록 연계한 후 이런 흐름이 굳어졌다. 국가장학금Ⅱ 유형 연계를 적용받지 않는 정원 외 외국인 유학생이나 대학원생 등록금과 달리 학부 등록금이 오르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대학가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등록금의 법정 인상 상한선은 직전 3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로 정해지는데 지난해부터 물가가 급등하면서 올해 상한선은 5.64%까지 올랐다. 등록금 인상으로 기대되는 수익이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액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커지며 정부의 재정 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 인상을 택한 대학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본교가 등록금을 올해 상한선인 5.64%까지 올릴 경우에 추가로 확보되는 재원은 약 168억 원이다.

등록금 인상은 고등교육법과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근거해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서 책정한다. 등심위는 ▲교직원 ▲학생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데 학생 위원은 전체 위원 정수의 10분의 3 이상, 구성단위별 위원은 10분의 5 미만이 되도록 하고 있다. 본교는 ▲학교 측 6인 ▲학생대표 6인 ▲총장 추천으로 선임되는 전문가 1인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등심위를 구성해 등록금 문제를 논의한다.

위원 구성에 총장 추천 전문가 1인이 포함돼 사실상 동수구성을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올해는 학교 측에서 ▲기획예산처장 ▲학생처장 ▲총무처장 ▲세종기획처장 ▲의과대학 교무부 학장 ▲대학원혁신본부장이 자리했고 학생대표로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 ▲세종캠퍼스 총학생회장 ▲대학원 총학생회장 ▲의과대학 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세종캠퍼스 총학생회 기획정책위원장 ▲대학원총학생회 정책국장이 참석했다.

유용근 등심위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장기간 동결된 등록금과 공공요금 및 최저임금 등 소요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정부 R&D예산 삭감에 따른 지원 축소 등으로 학교는 재정적으로 놓여 있다”며 “이에 따라 신임 교원 모집에 있어서 계획하였던 절반 수준의 인원만 임용하는 등 교육과 연구 여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재정 부담을 ▲일반 ▲특수 ▲전문대학원 ▲외국인 학부생의 등록금 인상을 통해 덜고자 한다는 점을 밝혔다.

그러나 1차 회의에서부터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비추어 명시된 기한보다 회의 일정 통지가 다소 늦은 점 ▲자료열람 기간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심위 개회 이전에 대학원생 신입생 등록금을 5%를 인상하여 고지한 점이 문제가 됐다.

특히 일반대학원은 지난 2022년 등록금이 1.6% 인상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수료연구등록금까지 5% 인상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도 등록금 5.5% 인상안이 나온 것이다. 이에 본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고대원총)는 지난 1월 23일 중앙광장에서 2024 등록금심의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동결을 요구했다. 앞서 대학원 등록금 동결이 확정된 서울대·연세대 대학원 총학생회장도 참석해 연대했다.

이 같은 대학원생 반발이 있고 하루 뒤에 열린 2차 회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2024학년 등록 책정(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외국인 신입생 등록금 인상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반영돼 3차 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안이 의결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대학원 총학생회장과 정책국장이 퇴장하는 일도 벌어졌다.

  신입생 재학생
내국인 학부생 동결 동결
외국인 학부생 5.5% 인상 5.5% 인상
일반대학원생 5.5% 인상 4.0% 인상
특수대학원 및 전문대학원 5.5% 인상 5.0% 인상

올해 학부 등록금은 동결됐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지난 1월 31일 교육부 출입기자단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4년제 일반대 총장 102명 중 40.2%가 “2025학년도 이후에 학부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기준으로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6%로 지난 2021년 2.5%보다 높은 수치다. 이에 더해 공공서비스 물가 상승까지 예정돼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칫 등록금 법정 인상 상한선이 올해보다 높아져 등록금 인상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관계자는 “15년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32.8% 인상돼 실질등록금은 30%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 고등교육이 약화된 데는 등록금 동결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하기도 했다.

2024년도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임시회의에서 마지막 안건으로 고대원총 연대 요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 안건이 ▲찬성 31표 ▲반대 30표 ▲기권 19표로 부결되면서 학부 차원에서는 지난 1월 23일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학부 차원에서 대학원 등록금 관련 의제 대응에 관한 건’이 가결돼 중앙비상대책위원회에서 관련 대응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대학원생과 유학생에게 전가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대폭 삭감된 R&D 예산 등 단기적 어려움뿐 아니라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흐름 속에서 이러한 부담이 본교 학부생에게마저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전에 교육부의 재정 지원 확대와 등록금 외 재원 다원화를 꾀해야 한다. 실제로 김동원 총장은 부속기관 경쟁력 제고를 통해 재정 확충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본교 당국에서 약속한 혁신을 서두르기를 바란다.

 

오정태 기자

jeong3006@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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