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을 제2정경관

문과대와 정경대가 사용할 예정이던 인문사회관, 이른바 제2정경관의 건립이 무산됐다. 제2정경관은 정경대의 강의실 부족·자치공간 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계획 무산 이후 정경대는 본교와의 합의 끝에 SK미래관 강의실 사용과 기존 정경관 리모델링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 대안은 학우들은 물론이고 제2정경관 건립을 위해 가장 많은 금액을 후원한 정경대 교우회에도 공식적으로 통지되지 않았다. 제2정경관을 둘러싼 논란은 언제 종식될 수 있을까. 제2정경관의 건립 무산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The HOANS에서 파헤쳐 봤다.

없어선 안 될 제2정경관

정경관 건립 전까지는 문과대학 서관을 정경대와 문과대가 함께 사용했다. 현재 ▲정치외교학과 ▲경제학과 ▲행정학과 ▲통계학과 ▲일반대학원 ▲정책대학원의 보금자리인 정경관은 1984년 8월 준공됐다. 이후 2003년 리모델링을 통해 현재의 외관을 갖추게 됐다.

정경관 건립으로 많은 공간이 확보됐지만 정경대의 ▲강의실 ▲자치공간 ▲학습 공간이 충분하진 않다. 정경관 지하 1층에는 자치단체 공간과 청소미화원 휴게실, 지상 1층에는 ▲학과 행정실 ▲각 과 학생회실 ▲학습 공간 등이 위치한다. 지상 ▲3층 ▲4층 ▲6층에는 교수 연구실과 정경대 서고와 도서관 등이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강의실로 쓰이는 공간은 1층 대형 강의실과 지상 2층과 5층이다. 각 층 강의실도 일반·정책대학원과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일부 전공수업은 우당교양관과 국제관에서 열리는 등 강의실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정경대는 지금까지 포화 상태에 이른 정경관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제2정경관을 건립하려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정경대 차원에서는 ‘혁신관’이라는 이름의 제2정경관 건립을 위한 발전 기금 모금 운동을 벌였다. 정경대 교우회도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하며 건물 신축을 지원했다. 정경대 교우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수립된 정경대학 장기 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제2정경관 신축을 본교로부터 승인받은 바 있다. 정경대의 학습·자치공간 확보를 위한 제2정경관 건립은 모든 정경대 학우와 정경대 교우회 회원의 바람이었던 셈이다.

<혁신관 관련 조감도>

출처: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혁신관 건립과 정경관 리모델링 정기기부 신청서

인문사회관? 제2정경관?

홍보관 철거 이후 해당 자리에 정경대가 사용할 건물이 신축되는 것은 2010년 정경대 교우회 연석회의에서 사실상 확정됐다. 다만 당시에 논의의 방향성은 명확하지 않았다. 이후 SK미래관 건설 때 SK미래관을 인문관으로 사용하려던 문과대의 활용 방안에 차질이 생기면서 정경대 공간 부족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일시적으로 미뤄졌다. 제2정경관의 건립계획·인문사회관 신축계획이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정해졌으나 이내 예산과 부지의 한계 때문에 두 계획에 대한 절충안으로 ‘인문사회관’ 건립계획이 탄생했다. 과거 홍보관 부지에 두 개의 쌍둥이 건물을 세워 한 건물은 정경대, 한 건물은 문과대가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정경대와 문과대 두 단과대의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문사회관을 건립하기로 했으나 현재는 문과대 공간 확충을 위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지하 2층·지상 9층 규모로 정경대와 문과대 그리고 과거 홍보관 시설을 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캠퍼스 마스터플랜과 설계과정에서의 문제 등의 이유로 인문사회관 건립 계획이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축소됐다.

이에 정경대와 문과대 학장단이 공간 배정을 논의한 결과 가칭을 인문사회관에서 ‘인문관’으로 변경하고 인문관에는 문과대 강의실만을 배정하게 됐다. 정경대 강의실 부족 문제는 SK미래관 3층에서 5층까지를 활용해 해결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을 두고 국제관 1층을 임시 자치공간으로 사용 중인 문과대는 릴레이로 대자보를 게시하며 항의했다. 문과대가 문제 삼은 내용은 가장 시급한 강의실 부족 문제가 건물 신축 전까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한편 정경대 학우들도 전공수업을 위해 SK미래관으로 둥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 정경대 학생회장이 전한 제2정경관의 이야기

본지에서 전 정경대 학생회장 장형공(행정 21)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경대 학생회는 인문사회관이 인문관으로 변경된다는 사실을 언제 전달받았는지.

지난해 6월 8일 정경대 학장 면담 때 해당 내용을 전달받았다. 본교 본부와의 지속적 논의 끝에 SK미래관을 강의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내용이 문과대 측의 항의를 초래할 수 있으니, 후에 있을 SK미래관 기공식 이전까지는 자중해 달라는 말씀 역시 들었다. 그 이유로 외부에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 정경대학은 SK미래관을 제2정경관처럼 완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강의공간으로 배정을 받고, 관리주체 역시 정경대 행정실이 맡기로 당초 합의를 했다고 전달받기는 했다. 현재는 내부 사정으로 교양교육원이 그대로 SK미래관을 관리하고 강의공간만 정경대가 많은 부분 배정받기로 했다고 전해들은 상황이다. 정경대 학우들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자치공간에 대해서도 여쭤봤다. 본교 측에서는 자치공간부터 내어주게 되면 정경대가 SK미래관을 사용하는 이유로 내세운 ‘강의공간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이 무너지는 데다 심각한 문과대 강의공간 문제에 대한 학내 여론 역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첨언하자면 김동원 총장의 총장 후보자 공약이 문과대와 정경대의 SK미래관 공간 활용이었는데, 문과대가 매우 축소된 규모의 인문관을 쓰기로 하고 정경대가 SK미래관 활용 제안을 받아들인 것을 보면 문과대가 먼저 해당 안을 거절해서 정경대가 SK미래관을 사용하게 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2정경관 건립 무산 이유로 건축기금의 부족이 제시됐다. 이와 관련해 정경대 학생회가 혹시 알고 있던 내용이 있는지.

확실한 건 정경대 측 모금액이 문과대보다 적지 않다는 것이다. 2021년 각 단과대별 기부금 연차 보고서를 보면 인문사회관 기금과 제2정경관 기금이 같이 모이고 있다. 제2정경관 건립기금 자체도 그 규모가 단독이지만 작지 않다. 자료상으로도 정경대의 모금액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 지난해 호안정대 학생회를 출범하면서 인사관 협의체를 실제로 운영했다. 초기 계획으로는 문과대 학생회와 연계해 인문사회관 관련 모금액을 정확히 파악하고 진척 사항을 제대로 파악한 이후에 대응하려 했지만 정보 자체를 얻기가 어려웠고 본교 관계자마다 말씀이 상이했다.

기부금 활용도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시되는데, 기부금이 제2정경관 이름으로 기부된 금액과 인문사회관 명목으로 기부된 금액이 활용되는 데에 차이가 있는지.

제2정경관 신축을 위해 기부된 금액이 문과대의 인문관 건립비용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애초에 그 목적에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제2정경관 관련 금액은 SK미래관 리모델링이나 올해 예정된 정경관 리모델링에 투입될 것이다. 신축 건물 계획은 기금 모금이 더 이뤄진 미래에야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인문사회관 명목으로 기부된 정경대학 측 기부금의 용처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교우회 측의 반응은 어땠는지.

교우들도 후에 새로운 정경관 건물 건립이 무기한 연기된 것을 알고 나서 많이 아쉽다는 말을 전해주셨다.

이외에 제2정경관과 관련해서 할 말이 있는지.

정경대도 자치공간과 강의공간 문제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문과대의 경우에도 인문관 건립이 계획보다 축소됐다는 큰 아쉬움이 있다. 정경대의 경우에도 SK미래관을 홯용하기는 하나 반쪽짜리 활용에 지나지 않고 내부 시설 사용이 제한되며 자치공간도 부재하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

 SK미래관 아닌 SK정경관

지난해 2학기 리모델링을 거쳐 추가로 마련된 SK미래관 3~5층의 10개 강의실에서 현재 정경대 전공수업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SK미래관 강의실 전체를 사용해도 정경관 강의실 수용률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정경관은 SK미래관 사용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도 모두 과포화 상태다. 아직 국제관·우당교양관 등 다른 건물에서 강의가 개설되는 등 정경대 강의실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자치공간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더욱 소요될 전망이다. SK미래관 리모델링 단계에서 본교 측은 강의실 확충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경대 학우들을 위한 스터디 라운지 등 자치공간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SK미래관의 사용 주체가 정경대 행정실이 아니라 교양교육원인 탓에 정경대 학우들의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본 기자가 SK미래관 내 대강당의 대관을 정경대 행정실에 문의한 결과 교양교육원 소속의 공간 대관을 문의하면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현재 우당교양관과 SK미래관은 학생 개인의 대관 신청이 불가능하다. SK미래관이 진정 정경대의 공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공간 활용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경대의 공간 문제 해결을 향해

결국 제2정경관을 건립하려는 20년의 노력이 사라지고 학우들의 자치공간 문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또한 올해 2학기에는 정경관 리모델링이 시작되며 기존 정경관 시설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인문사회관의 건축 계획이 인문관 건축 계획으로 변경되면서 정경대 학우들을 위한 공간을 바라던 모두의 기대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정경대의 공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든 학우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임재원·김수환·오정태·인형진 기자

kb1111511@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