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동일 선상으로 한 걸음씩

겨울은 실내 구기 종목의 시즌이다. 특히 배구의 인기가 눈에 띈다. 우리나라의 프로배구 리그인 V-리그는 야구 KBO리그에 이어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이벤트인덱스 2위로 산정되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은메달, 여자 동메달의 성과를 거두면서 더욱 그 인기가 높아졌다. V-리그는 남자부와 여자부를 함께 운영하는데 한국배구연맹(이하 KOVO)이 주관한다. 하지만 KOVO의 V-리그 운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점이 많다. 특히 남녀부 경기 분리, 일정 등에 대한 문제점이 화두가 되고 있다.

V-리그는 4대 프로스포츠 중 남녀부가 같은 연맹에 소속돼 리그가 진행되는 유일한 종목이다. 지난 2016-17시즌까지 V-리그는 남녀부를 통합해 진행됐다. 남자부 일정에 여자부가 따라가는 방식으로 남자부 한 팀과 여자부 한 팀이 짝을 이뤄 같은 날 경기를 했다. 예를 들어 남자부 A팀과 여자부 B팀이 짝이라면 A팀이 홈 경기인 날엔 B팀도 홈 경기, A팀이 원정 경기인 날엔 B팀도 원정 경기, A팀이 휴식인 날엔 B팀도 휴식하는 식이다. 그러나 남자부는 평일 저녁 7시, 주말 낮 2시에 경기를 하는 반면 여자부는 평일 5시, 주말 4시에 경기를 했다. 이렇게 남자부에게는 흥행에 유리한 평일 저녁, 주말 낮 시간대를 배정하고 여자부는 흥행에 불리한 시간대를 배정한 것에 대해 배구 팬들의 비판이 거셌다.

이러한 비판에 KOVO는 남녀부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17-18시즌 V-리그에서 남녀부 경기 일정을 분리해 독립적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이번 2018-19시즌에는 드디어 평일 여자부 경기를 7시로 배정했다. 사실 지금까지 KOVO가 남자부와 여자부의 경기 시간을 통일하지 않은 이유는 경기시간 통일이 여자부 흥행에 지장이 된다는 명분에서였다. 남자부 경기와 여자부 경기의 시간이 겹치게 된다면 관중이 나뉘어 여자부 관중이 감소할 수도 있다는 논리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달랐다. 이번 시즌 여자배구는 현재까지 프로스포츠 흥행의 지표인 TV 시청률과 관중수에서 괄목할 성과를 쏟아내는 중이다. 시청률의 경우 1%대를 연이어 넘기며 지난 시즌 평균 시청률인 0.79%를 웃도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말 경기 시청률은 오히려 여자배구 시청률이 남자배구 시청률을 추월하는 모습도 계속해서 나타난다. 관중수 또한 지난 시즌에 비해 23%나 증가했다. 2라운드까지의 여자배구 관중 수는 지난 시즌 5만 4197명에서 올 시즌 6만 6687명으로 크게 늘었다. 남자배구 관중수가 9%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아직 여자배구에 대한 불리한 조건은 완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이번 2018-19시즌에 여자부 일정은 매주 4~5경기를 진행하는데 수요일 하루에 항상 2경기씩 배정됐다. 동시간대에 여자부 두 경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팬들이 둘 중 한 경기만 선택해서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며 이는 곧 경기당 평균관중과 평균시청률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배구의 흥행으로 이런 우려가 불식되기는 했지만 이는 여자배구의 인기가 이런 불리한 장벽을 넘어선 성과를 이룬 것일 뿐이지 여자배구가 가진 악조건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만약 수요일 동시간대 2경기 편성이 아니었다면 여자배구는 더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

여자배구는 V-리그 출범 초창기에 남자배구에 비해 매우 저조한 흥행을 거뒀다. 직장인도 학생도 관람하기 어려운 평일 5시 시간대가 그 상징이다.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는 여러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세계 최고의 윙 스파이커인 김연경을 배출하면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구팬들의 오랜 요구로 여자부 경기는 평일 7시에 배정됐고 올 시즌 여자배구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직 남아있는 여자배구에 대한 악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한국배구가 더욱 큰 발전을 이루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풍환 기자
98tigger@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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