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지축을 박차고 도서관으로 향하라

4월 23일은 1955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독서·출판을 장려하고 지적 소유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제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The HOANS에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아 본교 독서문화의 심장인 도서관의 다양한 면모를 담아봤다.

 

민족의 도서관

 

본교에는 ▲중앙도서관 ▲법학도서관 ▲학술정보관(CDL) ▲과학도서관 ▲의학도서관 등 여러 도서관이 있다. 단과대 라운지나 캠퍼스 내 휴게 공간에는 열린 도서관도 조성돼 있다. ‘자유·정의·진리’의 가치를 내세우는 본교 도서관은 ▲380만 권의 장서 및 100만 건의 디지털 콘텐츠 ▲12만 책의 고서 및 문화재 ▲다양한 학습공간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서 수는 국내 사학 최대 규모로 다양한 자료를 보존하는 장소로 기능 중이다.

 

엘리제도 좋아해 고대의 도서관을

 

본교 도서관의 강점으로는 ▲맞춤형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자동화 시스템 ▲RFID 자동화 시스템 ▲국내 최대 고서 보유 및 보존 체계가 꼽힌다. 맞춤형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자동화 시스템으로는 학술정보큐레이션서비스(SICS)를 들 수 있다. SICS에는 전공별로 학술연구에 필요한 ▲전문 도서 ▲학술논문 ▲학술 뉴스 ▲학술대회 일정 등이 한 눈에 정리돼 있어 본인의 학과는 물론 관심 있는 학과의 정보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KUMAIL로도 소식지를 받아볼 수 있다.

본교 도서관은 국내 대학 도서관 중 최초로 RFID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중 스마트대출반납서비스는 본교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간편대출’을 신청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책을 배달받는 서비스다. 다만 본교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해당 시스템에 대해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고 24시간 365일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스마트대출반납기가 위치한 일부 건물은 23시 이후 출입이 제한돼 아쉬움을 남긴다.

국내 사학 최대 규모의 고서 보유 및 보존 체계를 갖췄다는 점도 본교 도서관의 자랑이다. 본교 중앙도서관(대학원) 내에는 한문으로 쓰인 책인 한적(漢籍)을 보관하는 한적실이 존재한다. 한적실은 ▲국보 〈용감수경〉을 비롯해 ▲삼국유사, 용비어천가 등 보물 10점 ▲서울시 유형문화재 3점 ▲등록문화재 3점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규모는 고서 약 12만 권이며 귀중서는 7,700여 권에 달한다. 한적에 대한 보수와 보존 처리 작업도 진행한다.

 

나가자 연결하자 이기자

 

본교 도서관은 학내 기관과 연계해 여러 전시 및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양한 공동체를 연결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KU 개척마을은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과학도서관 1층에서 ‘복잡미묘’ 전시를 진행한다. 전시는 본교 학우들의 다양한 감정과 기억을 모은 후 오감을 활용해 이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또한 3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는 새내기와 학교를 잇는 ‘신입생 입학기념 특별전’을 중앙도서관 1층 로비에서 만나볼 수 있다. 1817년 성균관에서 치러진 효명세자(익종)의 입학례를 기념한 화첩인 〈왕세자입학도첩〉과 사도세자가 4살 때 쓴 글씨가 삽입된 〈영조어필〉이 전시 중이다.

연세대 도서관과의 교류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1학기부터 본교 도서관(의학도서관, 세종캠퍼스 제외)과 연세대 도서관(의학도서관, 미래캠퍼스 제외)의 상호이용이 재개됐다. 각 학교 학생은 학생증을 제시하면 자료를 열람하거나 자료실 내 자유석을 이용할 수 있다. 대출 서비스 및 예약공간 이용은 제한되나 양교의 학술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특별한 계기가 되기엔 충분해 보인다.

이러닝(동영상 강의) 및 전자책 서비스도 놓쳐선 안 된다. 이러닝은 본교 학우들의 교양 함양 및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매체와 제휴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다. ▲어학 강좌 ▲인문학 강좌 ▲IT/그래픽 ▲공무원 시험 강좌 ▲기술·경영 ▲생화학·분자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본지 3월호 ‘속속들이 파헤치는 고려대학교 교양강의 현주소’에서 지적했듯 현재 본교 교양강의는 인문 사회 분야에 치중돼 있으니 과학기술 및 예체능 강의를 희망하는 이들은 이러닝을 이용해봐도 좋을 듯하다. 본교 포털 아이디를 통해 전자책 및 오디오북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우는 소리

 

다채로운 모습을 갖춘 본교 도서관을 이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신입생 박상민(정외 23) 씨는 “분야에 상관없이 도서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장서가 매우 다양해서 시간만 있다면 한 번씩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정말 많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또한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여러 논문 자료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유익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많은 이용자가 본교 도서관을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이용자들의 행태는 개선이 요구된다. 도서 안에 필기가 돼 있거나 형광펜이 그어져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내지가 구겨지거나 찢긴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서관 소장 도서가 공용이라는 점을 주지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열람한 도서를 제자리에 두지 않거나 숨기는 행위도 문제다. 과학도서관 벽면에 ‘열람하신 책은 정확히 제자리에 두시거나 주위의 카트에 쌓아주세요. 한 번 잘못 놓인 책은 영원히 못 찾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을 정도다.

본교 도서관의 도서 훼손 문제 해결을 위해 참고할 만한 사례로는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훼손도서의 아픔을 읽다 展’ 기획이 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본교 도서관과 비슷하게 도서 훼손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끝에 ▲포스트잇 부착도서 ▲페이지 훼손 및 파지 도서 ▲낙서도서 ▲오염 및 침수도서를 전시해 도서관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을 꾀했다. 서울대 도서관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재학생들이 “가끔 책에 필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치는데, 이런 전시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그런 마음을 눌러주셔서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들어라 보아라 그리고 보완하라

 

본교 도서관에는 많은 장점만큼이나 보완돼야 할 부분도 여럿 보인다. 우선 ‘도서 문화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현재도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는 있다. 온라인으로는 서지정보 관리 프로그램 EndNote, 표절예방도구 Turnitin(턴잇인) 사용법을 다루는 정보이용교육을, 중앙광장 CCL에서는 ▲Adobe Photoshop ▲Adobe Premiere ▲DSLR 카메라 등을 실습하는 멀티미디어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타 대학에 비해 프로그램의 분야와 범위가 좁다.

이는 서울대가 북클럽, 연세대가 우수연구자 초청 강연이나 코딩캠프 등 프로그램을 진행해 더 많은 학생을 도서관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과 대비된다. 대학 도서관의 문화 프로그램이 대학 구성원의 문화 수준 향상과 도서관 이용률 및 활용도 제고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만큼 도서관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고려해 볼 시점이다.

도서관 공식 인스타그램 페이지가 존재하나 활발히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지난해 3월 1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는 단 11개의 게시물만이 업로드됐다. 그중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 정보를 담은 게시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2023년 1학기 개강 이후엔 아직 아무 소식이 올라오지 않기도 했다. SNS 활성화를 통해 더 많은 본교 구성원이 도서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도서관은 신화가 되리라

 

본교 도서관의 이모저모를 둘러봤다. 이번 기회에 단순히 책 읽는 공간을 넘어 구성원을 연결하기도 하는 도서관을 100%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도서관 이용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과 도서관 프로그램의 다양화 및 홍보 활성화 등이 뒷받침된다면 고려대 독서문화의 큰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정지윤·조유솔 기자

alwayselois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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