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당신은 그곳에서 안녕하십니까?

필자는 군대에 가지 않지만, 보통의 남학생은 2학년을 마치면 군 복무를 위해 휴학한다. 친구를 만들려면 만들 수 있겠으나 혼자 지내보니 나쁘지 않았다. 여러 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도 얕은 관계를 많이 만들 바에 차라리 혼자 있는 게 나았다. 물론 마음 가는 사람과는 자주 보려고 노력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예전처럼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이 두렵고 목적 없이 잡는 약속은 실례라고 생각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목적이 분명한 집단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신문 제작, 운동 등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서 사람을 만나는 건 상당히 의미 있고 건강했다. 집단 속에서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관심사를 공유하니 사람도 깊게 사귈 수 있었다.

그러나 집단도 신중하게 들어가야 한다고 느꼈다. 심리학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사회 정체성을 언급하는데, 이는 특정 집단이 개인에게 주는 중요성의 척도를 의미한다. 즉, 개인의 가치와 집단의 가치가 동일할수록 사회 정체성이 커져 개인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소속감으로 연결된다. 소속감은 자신의 존재가 집단의 일부라고 느끼는 긍정적 감정이고, 소속감은 집단에 헌신할 마음을 키운다.

필자는 지난 학기 했던 학회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 일정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공부하기 위해 모였다는 점에서는 학회와 필자의 목적은 같았다. 그러나 학회의 진행 방식이 필자와 맞지 않았다. 체계적인 과정보다 개인이 알아서 공부하고 사례를 준비해야 하는 방식으로 학회가 진행됐는데, 이러한 집단의 가치는 필자의 가치와 달랐다. 목적만 나와 맞으면 집단에 들어갔을 때 무조건 사회 정체성이 생길 것으로 생각한 필자의 실수였다. 사회 정체성이 없으니 소속감도 없었고 집단에서 열심히 활동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반면 필자가 속한 운동 동아리에서는 큰 소속감을 느꼈다. 운동을 통해 건강해지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고, 서로서로 챙겨주고 늘 웃으면서 활동을 진행했다. 또한 정규 시간 외에도 활발히 만나 다양한 활동을 같이하며 운동 외의 좋은 추억도 많이 쌓았다. 학회에서는 없었던 사회 정체성이 생겼고 소속감을 바탕으로 집단에 헌신할 의지가 생겼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학회나 운동 동아리나 ‘목적’이 같았는데 왜 어떤 집단에서는 사회 정체성이 생기고 어떤 집단에서는 생기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유대감이라고 생각한다. 소속감은 자신의 존재와 집단과 관련된 감정이라면, 유대감은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집단은 인간의 집합이므로, 유대감은 소속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목적이 같아도 유대감이 없다면 사회 정체성이 생기기 어렵고, 이는 곧 소속감의 부재로 이어짐을 위 두 집단에서 몸소 느꼈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자. 신문사에 모인 사람들은 ‘신문 작성’이라는 목표를 갖고 모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신문사에서 정말 신문만 쓴다면 사회 정체성이 생기기 쉽지 않다. 즉, 집단에게 있어서는 유대감 형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게 생긴 유대감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소속감을 준다. 즉 개인이 집단을, 그리고 집단이 개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만든다면 개인과 집단 모두 견고하게 유지된다. 혹자는 ‘어떻게 유대감을 생기게 하냐’고 물어본다. 필자도 모른다. 인간관계는 제각각 다르고, 집단 내 인간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집단을 운영하는 지도부 혹은 집단 전체가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분명한 건 집단은 개인의 집합이고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어서, 반대로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대감의 부재로 소속감을 형성하지 못한 집단은 와해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하다면, 그 집단과 집단의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유대감을 소홀히 하지 않길 바란다.

이상훈 기자

qxid051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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