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기후 재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 열대화’ 시대가 도래했다. 여름 동안 폭염이 이어지며 온열질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평범했던 일상이 폭염과 폭우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침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The HOANS에서 온열질환과 침수 피해를 중심으로 이번 여름의 폭염·폭우 상황을 돌아봤다.

 

무더위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여름은 앞으로 당신에게 남은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는 경고까지 등장했다. ‘억수로 내리는’ 폭우도 문제다. 온열질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침수로 인해 사망자가 나오는 등 인명피해가 심각하다. 올여름 ▲기후위기(기후재난) ▲온열 질환 실태 ▲침수 피해 실태 등에 대해 살펴봤다.

 

청량함 가득했던 여름은 어디로 갔나

 

지난해 10월호에서 본지는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이 돼버린 현시대의 환경 실태를 소개하며 지난해의 ▲기후위기 상황 ▲세계적 대응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짚은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올해 첫 열대야는 6월 28일에 관측됐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현상으로, 서울에서 6월 열대야가 관측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6월 열대야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올여름 세계 곳곳에서 기후 재해가 발생했다. 한국은 ‘폭염과 극한 호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날씨’로 인해 신음했다. 미국의 경우 극심한 더위가 보고됐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7월 4일부터 7일까지 그간의 모든 기온 기록을 경신하는 더위가 이어졌다고 발표했다. 하와이와 캐나다는 화재 피해를 보기도 했다. 청량함 가득했던 여름이 사라졌다.

 

폭염, 소리 없이 다가오는 죽음의 사신

 

폭염이 이어지며 연일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온열질환은 숨쉬기조차 어려운 무더운 날씨에 무리한 외부 활동으로 발생하는 질병이다. 온열질환 발생 시엔 뇌의 체온 조절 중추가 기능을 잃어 체온 조절이 되지 않는다. 증세가 심해지면 신체의 혈액 응고 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기게 되고 열사병에 이르면 사망률은 60%에 달하므로 즉각적인 인지와 조치가 필수다.

질병관리청 응급실감시체계 신고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8월 9일까지 총 2,08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동일 기간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를 훨씬 넘긴 수치다. 지난해에는 5월 20일에서 9월 30일까지 1,56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고 보고됐다.

온열질환은 특히 실외 작업장, 논밭 등에서 일하는 야외 작업자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전체 온열질환자 중 31.9%가 실외 작업장, 14.9%가 논밭에서 활동하던 중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에 쿠팡 상하차 근무를 했다는 A (정외 21) 씨는 작업 중간에 열을 식힐 수 있는 냉각 시설이 없었다고 밝혔다. 온열질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냉방은 (창고 구조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선풍기를 늘려야 할 것 같다”며 현재의 열악한 상황을 지적했다. “물을 마시고 쉬는 시간도 너무 부족해서 따로 휴식 시간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농민학생연대활동에 참여했다는 본교 정치외교학과 재학생 B 씨는 “온몸을 가리는 복장으로 작업했음에도 강한 햇빛과 더위는 어쩔 수 없었다”며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관해 이야기했다. “마땅한 냉각 시설이 존재하지 않고 아이스박스에 챙겨간 얼음물, 캔 커피가 전부였다”고도 했다.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C 씨는 “이런 더위에 야외에서 작업하면서 온열질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휴식을 취하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항상 2명 이상 작업해서 온열질환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안전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폭염의 비가시성은 폭염과 그로 인한 온열질환 등의 위험성을 증폭시킨다. 미국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저서 ‘폭염사회’에서 ‘사람들은 TV 화면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재난에만 관심을 기울이지만 그 모든 것을 합해도 폭염의 위험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폭염을 ‘소리 없이 다가오는 죽음의 사신’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특히 ▲저소득층 ▲주거 취약 계층 ▲비정규직 야외 노동자 등 폭염 취약 계층은 폭염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무더위 쉼터, 긴급 냉방비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무더위 쉼터의 부실 운영이 다수의 언론 취재로 드러나는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다. 취약 계층 지원 대책의 보완 및 강화와 더불어 근본적인 원인인 ‘지구 열대화’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촉구된다.

 

폭우에 휩쓸려 간 안온한 일상

 

폭염이 이어지던 와중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도 여럿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전국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일어나면서 침수 예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름 집중호우로 강남 일대가 침수됐으며 이수역 천장이 붕괴해 일시적으로 통행이 제한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물이 들어차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올해도 침수 피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지난 7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일대가 폭우로 인해 물에 잠기면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했다. 인근의 미호천교 임시 제방이 붕괴하면서 범람한 물이 지하차도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결국 궁평 2 지하차도에서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사망했다. 궁평 2 지하차도의 배수펌프가 다량의 범람수를 처리하지 못하고 기능을 일시적으로 상실한 것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충청북도는 해당 참사를 ‘집중호우와 당국의 부실한 재난 상황 관리로 인한 복합 재난’이라고 판단, 심리치료 및 상담 등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부상자 및 유가족을 지원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외에도 ▲경기권 ▲충남 논산 ▲강원 고성 등 전국 각지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침수 피해 예방에 대한 요구는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침수 예방을 위한 대책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다. 서울특별시는 지난해 반지하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지원을 위해 ‘전체 높이 중 2/3 이상이 지하에 묻혀 있는 중증장애인 거주지’를 조사했다. 이는 시각장애인 등 중증장애인의 경우 반지하 거주지에 물이 들어차면 그곳을 빠져나오기 어려워 빠른 구조가 어렵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기준을 벗어난 침수 우려 건물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사각지대로 남았다. 강북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김 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경우 거주지 전체 높이의 절반(1/2)만이 지하에 묻혀 있어 최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달 행정안전부는 침수 우려 지하공간의 침수 방지 시설 미설치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규정하는 내용의 자연재해대책법 개정안을 이달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 7월 집중호우를 비롯한 재난 대응 체계 전반을 개편하기 위해 ‘기후위기 대응 수해 방지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주요 과제로는 ▲현장 중심의 지자체 상황관리체계 개선 ▲지하차도 침수 대비 안전대책 마련 ▲홍수통제 관리 강화 ▲급경사지·비탈면 등 위험 사각지대 해소 ▲디지털 재난관리 등이 선정됐다. 여름철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현상이 반복되는 가운데 침수 피해 예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나간 여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폭염과 폭우 등으로 인한 여름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계절이 지나도 이 여름을 기억해야 할 이유다. 실정에 맞는 재발 방지 대책이 요구되며 여름 이상기후를 촉발한 최초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이 돼버린 지금,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을 지키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정지윤·김수환·유성규 기자

alwayselois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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