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는 교권과 학생 인권, 표류하는 대한민국 공교육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신임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교사는 생전 일부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느꼈으며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이 어쩌다가 그토록 고통스러운 일이 됐을까? 이에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교권 보호를 위해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법 개정에 따른 학생 인권침해 우려의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교권 침해의 발생과 진정한 해결 방안까지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누가 교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나

 

SBS 방송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서이초등학교(이하 서이초) 관계자가 밝힌 말에 따르면 신임 교사 A씨가 맡았던 학급은 유난히 ‘높은 난도’의 학급이었다. 사건 발생 5일 전에도 A씨 학급의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일이 있었다. 학교장 처리로 사건은 일단락됐으나, 이때 관련 학부모가 ‘교사 자격이 없다’며 A씨를 찾아와 폭언을 가했으며 개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SBS가 서울특별시교육청 자료를 입수한 결과 올해 A씨가 학교 측에 상담 요청을 한 건 무려 8번이었다. A씨가 지난 5월부터 정신과 상담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며 오랜 기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이초 사건은 지금껏 교사들이 수없이 겪은 악성 민원의 현실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7월 25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치원 ▲초등 ▲중등 ▲고등 교원 3만 2,951명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 인식 및 대책 마련 교원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학부모 등에 의한 민원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냐는 물음에 매우 심각하다는 답변이 79.8%, 심각하다는 답변이 18.2%로 나타나며 교사 대다수가 악성 민원에 시달려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악성 민원뿐 아니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역시 문제로 지목된다.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에 명시된 ‘정서적 학대’의 정의가 모호한 탓에 정당한 지도 행위라도 이를 정서적 학대로 신고가 가능하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와 제24조에 따르면 경찰관이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수사하고 이를 검찰에 송치해야만 한다. 심한 경우 이 과정에서 교사 직위가 해제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무분별한 신고가 이뤄지면 법적 절차를 거쳐 무혐의로 끝나더라도 그동안 교사의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세종지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세종시의 한 교사 B씨가 아동학대 피의자로 신고당하자, 교육청은 곧바로 B씨의 직위를 해제시켰다. 경찰 조사 끝에 증거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해당 교사는 긴 시간 급여 및 인사상의 피해를 봐야 했다.

 

변화로 물결치는 교육계

 

잇따른 교권 침해 사태에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동료 교사들이었다. 지난 7월 22일부터 서이초 사건의 진상규명과 교육활동 보호를 요구하는 교사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총 4차례 진행됐으며 ▲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이하 교사노조) ▲전교조 등 6개 교원단체가 합류했다. 특히 강조한 것은 교사를 보호할 만한 법적 토대였다. 교사들은 악성 민원에 대한 ▲학교장 ▲교육청 ▲교육부의 책임을 명시하고 민원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아동학대와 생활지도를 명확히 분리하라고도 요구했다.

여론에 발맞춰 정부도 대응했다. 교육부는 지난달부터 꾸준히 민원창구 일원화를 추진해 온 바 있다. 지난달 10일 개최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박대출 정책위원장은 악성 민원에 대한 교사의 고립 해소를 위해 앞으로 학교 현장의 모든 민원은 ▲교감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으로 구성된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이 전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발표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우선 추진방안’의 ‘교사 면담 사전 예약제’도 주목받고 있다. 이 제도는 학부모가 교사와 면담하거나 통화하기 전에 사전 고지하는 것을 의무로 두고, 면담 전 ‘민원인 대기실’을 거치도록 해 민원과 교사를 일차적으로 분리한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민원 시스템도 ‘결국 교내 구성원들에게 문제를 전가하는 구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경기도교육청 일반직 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들이 교실 내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로 민원을 전담하는 것이 적절한 대책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교육청노동조합연맹 등 교육청 소속 공무원들은 교직원 모두를 보호하려면 악성 민원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에 입을 모은다.

한편 지난달 17일 교육부는 교사의 생활지도와 아동학대를 명확히 분리하기 위해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을 발표했다. 고시안을 바탕으로 교사는 학급 분리나 학교장 징계 요청뿐 아니라 수업 방해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게 됐다. 대신 교사의 생활지도에 불만이 있는 학생 및 학부모는 학교장에게 직접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또한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에게 상담을 요청할 수 있으며, 상담의 범위는 교사의 근무 시간과 직무 범위 내에 있어야 하고 상담 중 ▲폭언 ▲협박 ▲폭행이 있을 시 즉시 중단 가능하도록 기재됐다.

 

학생인권조례가 문제? 진정한 해결책은 어디에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을 만들어 2학기부터 현장에서 적용하도록 교육부에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고시안이 학생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존속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며 논란은 더욱 심해졌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인권 보장을 목적으로 교육청이 제정 및 공포하는 조례로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생겨 ▲광주광역시 ▲서울특별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제주도 등에서 시행 중이다. 그러나 고시는 조례보다 상위 체계에 있기 때문에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이 시행될 경우 이에 반하는 조례 내용은 개정해야 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고시안을 발표한 날 “학생인권조례 폐지도 정비 방법 중 하나로 안 될 것 없다“며 조례 폐지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장관은 이 같은 발언이 폐지 권고는 아니며 지역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덧붙였으나 실제로는 각 교육청이 학생 인권을 우선하던 기존의 정책과 다르게 고시에 맞춰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에 중점을 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교권 보호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학생의 휴대전화 검사 및 압수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규정이 고시안에 여럿 포함되면서 학생인권조례에 있던 관련 학생 인권 보호 규정이 무력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작 학생인권조례 존폐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관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교사는 현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학생 인권 향상과 연결 짓는 접근 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학생 인권과 대립하는 대신에 교권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시스템 확충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교사도 학생도 웃는 교실 되기를

 

올해 4월 교사노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3%가 최근 5년간 학생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으며 그중 26.5%는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렇듯 현재 교권은 위태로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 해결 방안이 학생 인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학생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시스템이 마련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공교육이 충분한 숙고를 거쳐 학생과 교사의 권리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김은서·박예나·오정태 기자

cat3754@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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