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흉기 난동 범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최근 이른바 ‘무차별 흉기 난동 범죄’가 급증하면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극에 달했다. 이에 The HOANS에서는 우리가 흉기 난동 범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분석해 봤다.

 

요즘 들어 무차별 흉기 난동 범죄가 잦아졌다. 무차별 흉기 난동 범죄는 ‘묻지마 범죄’의 일종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런 범죄들은 피의자-피해자 간의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이유 없이 행해지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유형의 범죄는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최근 몇 달간 갑작스럽게 증가했고 그 피해도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시발점은 지난 7월에 발생한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이었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 조선은 신림역에서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두르며 행인들에게 중상을 입히거나 심하게는 사망에 이르게 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범행의 동기가 단지 ‘삶이 힘들어서’였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언제든지 누구나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불안이 확산됐다.

신림역 사건이 일어난 지 채 2주가 되지 않은 시점에서 분당 서현역에 그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최원종이 AK플라자 분당점을 향해 차로 돌진해 1차 피해자가 발생했고 이후 하차해 흉기를 휘두르며 많은 사상자를 냈다. 그 후 흉기 난동 범죄는 지난달 19일 서울 2호선 열차 안에서 5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2명을 다치게 하면서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잇따른 사건으로 사람들의 극에 달한 공포심은 오해를 빚기도 했다. 9호선 신논현역에서는 아이돌 팬들이 실시간 방송을 보며 소리를 지른 것이 흉기 난동과 독가스 테러라 오해받았고 지하철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또한 경찰이 운동하며 뛰고 있던 중학생을 범죄의 용의자로 오인하면서 그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과잉 진압으로 다치게 한 사례도 알려졌다. 이렇듯 최근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한 공포는 최고치로 끓어오른 상황이다.

 

유행처럼 번진 살인 예고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살인 예고 글이 동시다발적으로 게재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17일 기준 ‘살인 예고’ 글 393건을 확인해 작성자 171명을 검거하고 이 중 1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런 예고 글들이 실제 사건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울고속버스터미널 흉기 난동 미수 사건 등 실제 흉기를 들고 현장까지 갔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들도 발생했다.

살인 예고 글 중 일부는 “내일 밤 10시에 한티역에서 칼부림 예정입니다”, “내일 아침 잠실역에서 20명 죽일 거다” 등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포함해 게재돼 사회에 공포심을 줬다. 웹서비스 업체 ‘공일 랩(01ab)’은 지난달 6일부터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장소와 예고된 장소를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테러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개시 하루 만에 5만여 명이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는 등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런 서비스가 시작돼 살인 예고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음에도 흉기 난동 범죄는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에 흉기 난동을 상대하는 방법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450만 회를 넘어섰으며 ▲방검조끼 ▲삼단봉 ▲전기충격기 등 호신용품의 판매량이 이전보다 6배 많아지기도 했다.

 

제기되는 다양한 원인들

 

급증한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한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과 폭염이 그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월 중국 푸단대학과 독일 환경 건강연구센터 등의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신체적·성적 가정폭력이 6.3% 증가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스위스 취리히대의 공동연구팀에서 세계경제포럼(WEF)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며칠간 지속되는 고온의 기후가 인간의 공격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인 조선이 게임중독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해 논란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조선이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감이 쌓여 범행을 저질렀다”며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공격한 사건”이라 설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은 명확하게 정의된 개념이 아니므로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게임 이용과 범죄 사이에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게 없다”고 검찰의 발표에 반박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제기되고 있어 The HOANS가 여러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핵심 원인을 분석해 봤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이 원인이다?

 

혹자는 흉기 난동 범죄의 원인으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이 많아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을 키워나가며 이를 흉기 난동 범죄와 같이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19세~34세 청년 1,077만 명 중 54만 명이 고립 상태로 추산된다. 2019년 청년 인구의 3%였던 약 34만 명의 고립 청년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2년 만에 20만 명이 증가했다. 서현역 사건의 피의자인 최원종 역시 장기간 고립된 상태에서 정신질환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을 받아 폭력성을 키워갔다고 전해졌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이유가 무엇이고 그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본지는 송효종 본교 사회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해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효종 교수는 개인의 일탈을 통제하는 사회적 유대(social bond)의 약화를 무차별 흉기 난동의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송 교수는 “온라인 환경에 우리의 일상생활이 의존하는 정도가 커짐에 따라 온라인상에서 정제되지 않은 감정과 과격한 생각 등이 표출되는 것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고 본다”며 “이러한 비현실적인 부분은 현실 세계에서의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균형 잡혀야 하는데 이것이 서툴 경우 온라인 공간의 성격이 현실 세계에서 흉기 난동과 같은 극단적인 행위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흉기 난동 피의자들을 중심으로 불거진 정신질환 관련 논란에 대해 “정신질환을 범죄와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보다 그것이 공격성으로 발현될 가능성을 조건적 요소들을 찾아야 한다”며 “대부분 정신질환자의 가족이 보호의 모든 책임을 떠맡게 되는데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 말아야 하고 국가가 나서서 여러 형태의 지원을 통해 이들이 더욱 안전하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유대와 비공식적 통제(informal social control)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안정적이고 비전을 줄 수 있는 일자리를 청년에게 제공해 극심한 격차에서 발생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자극적 보도가 문제다?

 

잇따른 사건의 범행 수법, 동기 등 범행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은 자극적인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의 신상이 공개되고 그들의 성장 환경 등이 자세히 소개되면서 가해자를 영웅화하는 소수의 사람도 생겨났다. 그에 따라 범죄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람들의 모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범죄 감염 이론’의 관점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범죄 감염 이론이란 미디어에서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사건들을 위주로 보도하면서 예비 범죄자들을 자극해 그들이 범죄를 실행에 옮겨 범죄가 확산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라 ‘범죄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범행에 대한 상세한 묘사 및 무분별한 언론의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살인 예고 글의 경우 작성자의 58%가 10대다. 10대는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에 익숙하며 살인 예고 글 작성 행위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긴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자신은 수사기관의 IP 추적 등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10대들을 무분별한 언론 보도가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기 과시욕이 높은 10대 청년들이 인정받고 관심받기 위해 모방하여 이런 글들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모방 범죄의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흉기 난동 범죄와 같은 사회적 사건들을 보도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하지만 집중된 언론 보도는 또 다른 모방 범죄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언론은 딜레마 상황에 직면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딜레마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본지는 박아란 본교 미디어학부 교수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박아란 교수는 “(흉기 난동 범죄와 관련해서) 언론이 전적으로 사건에 책임을 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준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에 가해자의 고립감이나 우울감이 집중적으로 보도되면서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는 행위 자체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행위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모방 범죄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특히 모 프로그램의 보도를 언급하면서 “실제 범행의 CCTV 장면과 서현역 사건의 범인이 범죄에 사용했던 30cm 이상의 흉기도 자세하게 보여줬다”며 “흐릿하게 처리했어도 너무 자극적이었고 관련된 충동이 있는 사람에게 ‘팁’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절제된 보도가 언론의 역할인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알권리와 선정적 호기심에 대한 구분을 강조했다. “유명인이 이혼하고 결혼했다는 것은 알권리지만 간통이나 불륜으로 인해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자 하는 것은 선정적 호기심의 영역”이라며 “범행이 일어났을 때 결과나 대응 방안 등에 대한 내용에는 알권리가 있지만, 모든 부분을 다 방영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선정적 호기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언론에서 흔히 칭하는 ‘묻지마 칼부림’ 용어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묻지마’라는 용어는 이유도 없고 대책을 세울 수도 없다는 의미로 읽혀 명칭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법 체계가 문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잇따른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흉악범에 한해서는 우리나라도 사형 집행을 해야 한다”며 “가해자의 인권만 중요하고 피해자의 인권은 경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글을 남겼다. 우리나라도 흉기 난동 등의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에 대해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고 있지 않아 국제앰네스티에 의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됐다.

이러한 여론에 대응하듯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입법을 예고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무기징역을 받더라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신청이 가능한데, 이를 개정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2023년 교정 통계 연보를 통해 무기징역을 받고도 가석방된 흉악범이 최근 6년 동안 116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사형제와 더불어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범죄자에 대한 처우가 과도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극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과잉 진압 등의 우려로 경찰이 대응하기 어렵고 사형이 내려져도 형이 집행되지 않는다는 신호를 범죄자에게 줬다는 것이다. 이에 한 경찰관이 온라인상에 쓴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잉 진압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경찰이 무기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며 “국민들은 알아서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사형제는 절대 부활할 수 없는 것일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본지는 차진아 본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통해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차진아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에 ‘사형’이라는 문구가 있기 때문에 헌법 해석학적으로 봤을 때는 사형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렇다고 사형제를 꼭 존치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법률로 폐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사형제도가 부활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사형이 97년에 마지막으로 집행되고 약 26년이 다 돼가는데 이번 정권에서 이를 다시 시행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손해라 볼 수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위상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하며 사실상 사형제는 사문화됐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 교수는 사형제도를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으로 대체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현재도 사형수들이 존재하는데 사형판결이 확정된 이후로 30년이 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미결구금 상태로 사실상 사형제도를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이러한 상태는 위헌이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범죄자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범죄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때문에 경찰의 대응능력이 떨어졌다기보다는 정당방위에 대해서 법원이 소극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 본다”며 “어떤 사람이 흉기로 난동을 부리고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를 제압하게 된다면 유죄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법원의 판례 변경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총체적인 해결책 마련 필요

 

윤희근 경찰청장은 “흉기 난동 범죄는 사실상 테러 행위”라며 지난달 4일부터 특별 치안 활동을 선포하며 즉각적이고 집중적인 경찰력 투입을 지시했다. 이에 살인 예고 글에 언급된 강남역과 서면역 등 여러 지역에 장갑차가 배치됐다. 각종 번화가에는 총기로 완전 무장한 경찰 특공대가 자리하기도 했다. 이는 잇따른 사건들에 대한 경찰의 강력 대응 방침 중 하나로 범죄를 예방하고 시민들의 불안감을 줄이려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경찰력 동원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장갑차와 경찰 특공대가 있으니 이전보다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으나 부정적인 시각도 다수 존재한다. 위압감 조성에 불만을 표하거나 경찰력 낭비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당장의 안전을 위해서는 경찰력을 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범죄가 자주 일어난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경찰 특공대가 총을 들고 거리를 배회할 수는 없는 법이다.

최근 발생한 흉기 난동 범죄로 우리나라 사회가 지난 몇십 년간 급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긴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 ▲언론의 자극적 보도 ▲사형제 존폐와 범죄자 인권 논란 등 여러 가지 병폐가 마침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앞으로 일어날 흉기 난동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흉기 난동 범죄로 인해 희생된 피해자들에 명복을 빌며 다시는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정상우·인형진·임재원·정지윤 기자

jungsw060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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