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과정 부실화, 당국은 책임감 느껴야

지난달 24일 유은혜 부총리는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브리핑을 열고 새롭게 적용될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공개했다. 이번 개정안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중·고교에 적용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 교육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무리한 교육과정 축소로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우려되는 탓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제·정치와 법 과목이 수능에 출제되는 일반 선택과목에서 배제됐다. 국·영·수 과목 필수 이수 시간도 각각 학년당 35시간씩, 총 105시간이 축소될 예정이다.

눈에 띄는 문제는 사회 분과의 핵심인 정치·경제를 심도 있게 학습할 기회가 줄어든 점이다. 교육부는 입문 과목인 통합사회에서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고, 경제·정치와 법 과목은 진로 선택과목으로 존치한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통합사회에서 다루는 정치·경제는 말 그대로 기초에 불과하며, 진로 선택과목은 자사고·특목고를 제외한 일반고에서는 수업 개설이 드문 형편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교육의 스펙트럼이 줄어드는 만큼 사교육 의존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필수 과목의 줄어든 공백을 채워줄 교육 계획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개정에서 국·영·수 과목 비중이 줄어든 배경은 고교학점제를 시행해 학생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데 있었다. 그러나 선택권을 보장해줄 만큼 수업을 개설하려면 추가 재정·인력이 필요한 데다, 확대 예고된 진로 적성 교육은 교원이나 현장 상황에 따라 수업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허점이 존재한다. 기존 교육안에서 무리한 변화를 도모하다 학력 저하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공교육은 청소년의 지적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대학이라는 고등교육 기관에서 원활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한다. 교육 당국은 스스로 학생의 학업 능력을 책임지는 기관이라는 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정치적 이해관계나 일각의 반대가 존재하더라도 무리한 요구는 물리칠 줄 아는 과단성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나친 교육과정 축소는 학생들의 필수 학업 능력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교육부의 책임감 있는 행보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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