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길고양이가 문제냐, 사람이 문제냐

길에서 살아가는 야생 고양이(이하 길고양이)가 생태계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길고양이의 사냥 본능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조류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길고양이가 매년 24억 마리의 새를 죽였으며 63종의 동물을 멸종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저 본능을 충실히 따를 뿐인 길고양이를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진정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대상은 자의적으로 야생동물 생태계에 개입하는 일부 인간이다.

캣맘 혹은 캣대디는 길고양이에게 주기적으로 먹이를 주거나 거주공간을 설치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은 길고양이의 생존율과 번식률을 높여 개체수를 급증시키고 궁극적으로 생태계 혼란을 초래한다. 실제로 제주 남쪽의 섬 마라도에는 2021년 동물보호단체가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함과 동시에 고양이 중성화(이하 TNR)를 통해 개체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노력했으나 2019년 대비 올해 초 길고양이의 개체수는 3배나 증가했다. 결국 올해 2월 초 해당 사건을 두고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방출하는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은 길고양이는 살릴지언정, 다른 많은 생명을 죽이는 결과로 이어지는 어긋난 사랑이다. 진정으로 길고양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면 먹이를 주기보단 TNR을 택할 수 있다. 생태계에 혼란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개체수의 길고양이를 TNR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안 하는 것보다야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길고양이와 인간, 넓게는 생태계 전체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향해 캣맘·대디의 자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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