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도] 흔들리는 정대 학생사회’ 기사에 대한 입장을 독자님들께 알립니다

언론이란 무엇인가. 언제부터 언론이, 지킬 수 없는 ‘중립’이라는 가치를 붙잡고 권력의 눈치를 보는 소시민의 표상이 됐는가. 언론은 중립의 수호자가 아니라, 누구보다 격렬하게 소리를 질러 사회의 경종을 울리는 존재여야만 한다. 그렇기에 언론사는 필히 논조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중립성’을 ‘객관성‘과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철권통치가 횡행하던 시절, 중립은 곧 죄악이었고 언론의 역할은 객관을 잃지 않되 국민의 염원인 민주주의를 신문을 통해 외치는 것이었다. 언론은 다채로운 생각을 담아 여론을 보여주는 창구의 구실을 넘어, 시대를 이끄는 횃불이라야 한다. 독재정권은 물러났으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황을 꿰뚫는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는 언론의 의무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지난 선거기간 제52대 호안정대 학생회장단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태도에는 언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담겨 있었다.

본지는 지난달 25일 오후 6시 40분경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와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 고파스에 제52대 호안정대 학생회장단 선거에 관한 ‘흔들리는 정대 학생사회’ 기사를 게시했다. 해당 기사는 정경대학 학생회장 후보 공청회를 앞두고 선본원 모집 공고문에 관한 선관위의 회칙 해석과 새터 기조와 같은 선본명 사용에 대한 지적이 담겼다. 보도 과정에서 본지는 인터뷰 공개 전 취재원의 충분한 동의를 구해야 하는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인터뷰 검토 과정을 누락하면서 기사에는 선관위의 회칙 해석 이유가 사실과 다르게 담겼다. 본지는 문제를 인지한 직후 해당 기사를 수정했으며, 언론으로서 취재원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개인의 추측을 선관위의 회칙 해석 이유로 보도한 점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설을 통해 언론으로서 본지의 책임을 다시금 반성하며 선관위가 제기한 다른 문제점에 관한 입장을 독자들에게 표명하고자 한다.

정경대 선거시행세칙 제3장 2절 28조에 따르면 선본은 선거 공고가 있고 난 뒤부터 선본원 모집을 위한 공고를 할 수 있고, 선본원을 모집하고자 하는 선본은 공고문을 선관위에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당시 후보자였던 현 정경대학 학생회장 정종락 씨는 페이스북에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결의문을 게시하면서 말미에 “뜻을 함께 해주실 선본원들을 찾고 있다”라며 ‘우리의 공동체를 위한 일에 관심 있다면 아래 연락처로 얼마든지 연락달라’는 문구를 기재했다. 해당 세칙을 두고 선관위는 선본원을 모집하면서 공고문 제출이 필수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본지는 세칙의 문리적 해석*에 근거해 선본원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선본원 모집 공고문을 제출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선관위의 허가를 받지 않고 선본원 모집 공고를 했을 경우 선관위는 선본에 주의 1회를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전까지의 관행과 해당 세칙의 입법 취지를 참고하면 ‘선본원 모집 공고를 할 수 있’는 것이지 “모집을 위한 공고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 않는다”라며 후보자의 개인적인 선본원 모집에 대해서는 선관위의 징계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본지 보도에 대해 선관위와의 ‘충분한 합의와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언론사로서의 중립의무를 지키지 않고 징계편파적인 해석으로 보도”했다며 사과 및 정정 보도를 요구했다. 또한 “선거에서 회칙 해석 관련 문제제기를 하고자 하신다면, 기사화 이전에, 선거관리위원회에 직접 문의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라며 “선본과 관련된 모든 선거운동 및 유세는 선관위 관리, 감독 하에 진행되는 것이므로 원활한 선거 진행을 위하여 협조 부탁드린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는 입장문에서 여러 차례 중립의무를 강조하며 본지를 수동적인 역할로 한정했다. 선관위는 ‘서로 대립하는 입장이 있는 경우에, 공정한 보도를 추구하는 언론사라면,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동일하게 보도했었어야 한다’며 언론은 중립을 지켜야 하고, 이를 위해 사안에 관한 모든 의견을 동등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분명히 전달했음에도 부정확한 내용의 보도를 게시 중단, 혹은 정정하지 않았다”라며 본지 회칙 해석의 방향성이 선관위와 달랐다는 이유로 이를 정확하지 않고, 잘못된 내용의 보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언론의 공정성이란 찬성과 반대 의견을 동일한 분량으로 전달해야만 확보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뉴스는 어떤 사안을 보도할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가치가 개입된다. 언론이 지향점은 중립이 아니라 객관성이다. 사실관계를 왜곡해서는 안 되고 충분한 취재를 거쳐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본지가 지향하는 언론의 여론 수렴 의무는 모든 의견을 정리해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신문사만의 관점과 시선으로 사안을 보도하는 것이다.

언론은 논조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논조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 논조의 존재를 변명 삼아 결론을 정해두고 논리를 세우지 않고, 이성과 양심의 판단에 따라 타당하고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내용을 보도해야 한다.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신문사 기자들은 정경대학 학생으로서 옳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보도한다. 언론사이자 정대 학생사회의 감시자로서 타당하다고 판단하는 주장을 이야기한다.

본지는 정대 내 유기적인 공론장 형성의 역할을 하는 자치언론이다. 본지 기자들은 선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믿음 속에서 정대 내 자치언론의 의무를 다하고자 했다. 선관위와 선본이 선거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기사를 기획했으며, 선거시행세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검토했다. 직접 취재하고 분석한 내용을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합리적인 비판을 제기했다. 본지는 어느 쪽의 편도 들고 있지 않다. 언제나 독자들에게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할 뿐이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언론사 논조의 존재 가능성 및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공정성’을 근거로 본사를 언제나 여러 의견을 동일하게 보도해야 하는 소극적 기관으로 간주했다. 논조를 인정하지 않은 채 해당 기사를 편파적이라고 규정한 선관위의 태도는 정경대학 학생회원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해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언론의 본분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준 사례다.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신문사는 그 어떤 외압에서도 전적으로 자유로운 자치언론으로서 우리에게 귀속된 기사 기획 및 작성에 있어서 전권을 갖는다.

정말로 본지의 보도가 선관위가 이야기한 것처럼 “충분한 합의 없는 자의적 회칙 해석”이었으며, 언론사로서의 윤리를 따르는 것이 중립을 지키는 것인가? 누구도 주장의 방향성이 자신이 고수하는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자의적이고 부적절한 것’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 보도가 다루는 내용에 파급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언론의 문제 제기를 탄압하는 것이 합리화될 수 없다. 선관위가 선거에 관한 모든 업무의 결정권과 집행권을 위임받은 이유는 정경대학 학생회장단 선거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하고자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경대학 학생회 대표자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선관위가 정경대학 학생회원으로서 지닌 자유롭고 정의롭게 진리를 추구하고, 지성과 양심의 엄숙한 명령 아래 비판적인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봐야 하는 학생의 권리와 의무를 침해하는 것이 안타깝다.

비단 회칙의 해석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경대학에서, 그리고 고려대학교에서 누구도 타인을 자의적이라 매도하고 그들의 입을 막을 권리를 부여받은 사람은 없다. 다르다는 이유로 틀린 것이라 탄압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진부할 정도로 익숙하다. 정경대학 내 대표자들이 끊임없이 지키겠다고 말했던 가치, 그간 당연하게 여겨져 온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겠다는 외침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소수의 이야기가 메아리에 머물게 두지 않겠다는 약속은, 정작 자신의 주장에 대한 비판을 만나자 그들이 타개한다던 기득권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학생사회에 누구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야 할 의무를 부여받은 이들이 편협한 시선으로 학내언론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는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신문의 첫 호가 발간된 지 15년째가 되는 해다. 본지는 학생회원들이 선출한 대표자와 학생회 집행부가 정말로 학생을 위해서 일하고 지켜보고자 펜을 들었다. 더 다채로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새로운 시각을 전달해 학생과 소통하고 학생이 원하는 학교를 만들고자 했다. 보도에 있어서 본지가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최상의 그리고 유일한 가치는 언론의 윤리다.

앞으로도 자치언론의 뜻을 지켜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정경대학 신문사가 되겠습니다. ‘흔들리는 정대 학생사회’기사에서 보도의 신속성에 매몰돼 취재원 보호 의무를 지키지 못했던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정경대학 신문사 내외의 사정으로 4월호 발간이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문리적 해석: 법문(法文)을 구성하고 있는 어구(語句)나 문장의 뜻을 문법의 규칙 및 사회통념에 따라서 상식적인 언어의 용법에 따라 확정하는 해석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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