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래된 이야기, 오래된 불신

지난달 고인의 친구 배우 윤지오 씨가 故 장자연 사건에 대한 다수 인터뷰에 응하면서 잊혔던 10년 전 사건이 다시금 조명됐다. 2009년 배우 장 씨는 자신이 겪었던 성 상납 강요를 고발하는 문건, 일명 ‘장자연 리스트’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인의 고발에 따라 대기업과 언론사 등의 유착관계와 연예계의 흑막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지만, 고인의 다이어리나 핸드폰이 증거자료로 포함되지 않는 아쉬운 수사를 끝으로 폭력에 대한 혐의만 인정되면서 잊혔다.

재작년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꾸려지며 이전의 부실 수사에 대한 재수사가 진행됐다. 장 씨 사건도 그 일환으로 작년 6월 서울지검에 의해 재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장 씨의 사망 전 1년 치 통화기록이 사라져 고의적인 유실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통신사가 제공한 원자료가 임의로 수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당시 수사에 대한 불신이 가중됐지만, 당시 담당 검사가 보관하던 자료를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사건에 대한 정확한 재수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윤 씨는 6명의 추가 목격자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장자연 사건의 내막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연예계의 부패나 언론과 기업의 유착관계가 있었다면 드러낼 기회다. 재수사 요구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문 대통령은 “사건은 과거지만 사실을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은 현재의 과제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경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회를 보호하는 존재다. 그러나 부실 수사로 일단락되거나 통화기록과 같은 핵심 자료가 사라지는 등 그 부실성과 부패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회특권층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내지 못한다면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검경에 대한 불신이 강렬하다. 명확한 규명을 통해서 사회의 정의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 또한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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