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있느니만 못한 화해·치유 재단, 드디어 해산하다

지난 21일 여성가족부는 화해·치유 재단의 해산을 선언하는 공식 문서가 법적 절차를 밟도록 했다. 화해·치유재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 일본군 성노예에 대한 배상과 사과를 명목으로 일본이 우리에게 10억 엔을 제공하되, 일본 정부에게 더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지 않기로 한 ’12·28 합의’로부터 설립된 재단이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당사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채 금전으로 상처를 덮으려 했다는 점에서 이를 부정하는 여론이 끊이지 않아 왔다.

화해·치유재단은 그 내용을 파헤쳐 보았을 때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산되는 것이 마땅하다. 우선 ‘화해’라는 단어부터 잘못됐다. 일본군 성노예와 일본의 위치는 동등한 관계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다. 재단은 이름 선정부터 피해자들을 존중하지 않았다. 또한 한일 위안부 담론에 있어 피해자가 일본에게 요구한 ‘진정한 사과’는 합의에 있어 선행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억지 사과를 하려는 측과 진정성 없는 사과는 받지 않겠다는 피해자를 억지로 연결한 끈이 3년 동안이나 끊어지지 않고 유지돼 온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화해·치유재단을 사실상 해산한다고 통보했을 때, 아베 총리는 예상대로 석연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국이 국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언급했는데, 면밀히 본다면 12·28 합의는 국제 조약이 아니다. 국제조약이 되기 위해서는 합의가 서면형식으로 체결돼야 하지만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협상한 결론은 서면형식이 아닌 구두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12·28합의를 파기하더라도 국제적으로 부당하진 않다.

혹자는 박 정부 때 합의를 해 놓고 현 정부에 와서는 결정을 바꾸는 것이 국익에 해가 되는 외교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의 결정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면, 과거의 실수는 바로잡고 이제부터라도 일관된 모습을 보이면 된다. 더 이상 돈으로 아물지도 않은 상처를 덮어버리려는 비인간적인 결정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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