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 학생 배려, 더이상 후순위로 밀려나서는 안 돼

올해 축제 기간은 유독 장애인 재학생에게 불편한 시간이었다. 대동제가 시작된 21일, 장애인권위원회 KUDA(이하 장인위)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민주광장에 설치된 부스가 장애인 재학생의 이동권을 침해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학내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일었으나 이튿날 총학생회가 해당 부스를 철거·이동함에 따라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25일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 입실렌티에서도 장애 학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30일 장인위 측이 게재한 대자보 내용에 따르면 안전관리가 미비했을 뿐 아니라 배리어프리석 공간이 턱없이 모자랐다. 또 배리어프리석에 상주하던 일부 응원단 스탭은 문자통역사 자리 확보 등 애초에 합의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방면에서 문제가 지적됐으나 지난 수년 사이 본교 행사에서 장애 학생들의 참여권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의제 중 하나로 등극한 것은 분명하다. 각종 행사에서 그들이 완전히 “소외됐다”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이유다. 실제로 대동제 건의 경우 애초에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총학이 비교적 발 빠르게 사과 및 시정 조치를 했다. 또 입실렌티 배리어프리석의 경우 2014년에 등장한 이후 빠르게 확장됐다. 올해도 장애 학생들이 전반적으로는 쾌적한 환경에서 입실렌티를 관람했다는 것은 장인위 측의 대자보에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행사 진행의 우선순위에서 장애 학생에 대한 배려가 후순위로 밀려나곤 하는 현실은 쉽게 용납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주최 측을 비판하면서도 그들이 감당해야 할 수많은 사항을 떠올리며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수긍해버린 적은 없었던가. 장애 학생이 행사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일은 장애 유무·외모·성적·가정 환경·직업 등 무수히 많은 이유로 사람을 나누고 그에 따라 서로를 배제하는 우리 사회의 철학을 조정해나가는 과정을 상징한다. 이 일을 조금씩 뒤로 미뤄두기를 멈춰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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