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튜닝의 끝은 ‘안전’이어야 한다

지난달 튀르키예는 규모 7.8과 7.6의 강진에 의해 수많은 사상자를 동반한 참극을 겪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초대형 재난으로 전 세계가 탄식했지만, 동시에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은 튀르키예의 소도시 에르진이 주목받았다.

막대한 피해를 보았던 1999년 대지진 후 튀르키예는 일찍이 내진설계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현장의 건설업자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저급 콘크리트 등을 사용해 불법 건축물을 지었고 담당 공무원도 이를 눈감아 주기 일쑤였다. 반면 에르진의 시장 엘마솔루는 달랐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어떤 형태의 불법 건축도 묵인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이러한 노력 덕분에 에르진은 인명 피해와 건물 붕괴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재난이 설령 하늘의 뜻이라도, 그 피해를 최소 규모로 줄이는 데 인간의 뜻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안전을 중시한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본받을 점이 많다. 화재에 취약한 열차 내장재 탓에 192명이 사망한 대구 지하철 참사가 지난달 희생자 20주기를 맞았다. 세월호를 비롯해 20년마다 반복되는 여객선 사고는 모두 과적과 구명정 부족이라는 기본적인 안전관리 소홀로 벌어졌다. 이태원 10.29 참사는 어땠을까?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음에도 매년 투입하던 현장 통제 병력을 뺀 경찰 당국이 사고의 규모를 키웠다. 위험 요소를 알면서도 설마 하고 방치해 둔 끝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여러 변화에 매료되기 쉽지만 결국은 기본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돌이켜보니 기본을 지키는 것만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면 이제 우리의 순정은 ‘안전’이어야 한다. 또 다른 재난이 닥쳐오기 전에 안전관리 규제와 감시를 강화해 우리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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