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의대 동물실험 논란, 국내 동물실험의 현주소는?

최근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하 서울대 수의대)의 이병천 교수 연구팀이 퇴역 탐지견 ‘메이’를 대상으로 학대에 가까운 수준의 동물실험을 자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음이 고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연구의 위법성은 물론, 정부 부처와의 부정한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은 확대될 전망이다. The HOANS에서 사건의 전개 과정과 더불어 국내 동물실험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논란의 중심에 선 ‘복제견의 아버지’

이병천 교수는 2005년 세계 최초로 복제견 ‘스너피’를 탄생시키며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자신의 스승 황우석 박사와 이름을 나란히 했다. 2006년 황 박사가 줄기세포 연구결과 조작 논란에 휩싸인 이후로는 그가 줄곧 국내 동물복제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혀왔다. 이후 이 교수의 연구윤리와 관련해 크고 작은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1년 9월에는 그가 동물보호법을 위반하고 은퇴 탐지견을 실험동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2017년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불법 식용견 농장에서 실험견을 들여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그의 명성에 큰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다.

이 교수가 최근 새로이 논란의 중심에 선 데에는 이른바 ‘메이 사태’가 기폭제로 작용했다. 지난달 15일 KBS는 이 교수 연구팀이 2012년 복제해 5년간 탐지견으로 일한 복제견 ‘메이’가 사망에 이른 사정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이하 비구협)가 자체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이뤄진 것으로, 다음 날인 16일에는 비구협 측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 수의대에서 실험중인 퇴역 탐지견을 구조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게시하기도 했다.

KBS 보도와 비구협 측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 검역탐지견으로 일하던 메이는 작년 3월 이 교수팀의 ‘번식학 및 생리학적 정상성 분석’ 실험을 위해 서울대로 이관돼 실험동물로 사용됐다. 8개월 만인 작년 11월에는 메이가 비공식적으로 인천공항 검역본부로 복귀하게 됐는데, 갈비뼈가 드러나고 생식기는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와 있었으며 수차례 코피를 흘릴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다. 9일 후 메이는 다시 서울대로 이관됐다. 이후 비구협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메이가 11월 갑작스레 검역본부로 복귀한 것은 서울대 수의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의 자체 감사를 피하기 위함이었으며 메이는 지난 2월 결국 폐사했다.

동물보호법 제24조는 ‘장애인 보조견 등 사람이나 국가를 위해 사역(使役)하고 있거나 사역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 교수 측은 명백히 위법행위를 저지른 셈이 된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17일 이 교수 연구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서울대 윤리위 측은 18일 이 교수의 실험동물자원관리원 원장직 직무를 정지하고 자체조사를 시작했는데, 논란이 커지자 뒤늦은 수습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적 여론도 적지 않다.

 

이병천 연구실, 위법성에 이어 부당 유착 관계까지 의심돼

이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기용된 다수의 복제견 관련 국가주도사업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교수의 자체적 연구결과 외로는 복제견이 일반 개보다 우수하다는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작년 동의대학교 국가안전정책대학원이 발표한 ‘경찰견 핸들러의 현장 업무수행 경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경찰견 핸들러 중 다수가 복제견에서 특별한 우수성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청을 포함, 복제견을 업무에 활용해 온 여러 기관이 복제견 사용을 줄이는 추세다.

그럼에도 농식품부 등은 꾸준히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복제견 사업을 발주하고 있다. ▲정부 우수 특수목적견의 복제 생산 및 보급 사업 ▲복제견 품질 향상 사업 ▲반려동물산업 활성화 핵심기반 기술 개발 사업에는 각각 11억 원, 25억 원, 43억 원의 예산이 투자됐는데 이 모든 사업의 주축은 이 교수다. 정부주도 복제견 사업이 ‘이병천 카르텔’이라는 말을 과장이라 볼 수 없는 지점이다.

지난 24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비구협,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측은 “국민 세금으로 진행되고 있는 특수 목적견 복제사업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라며 “그 연구의 수혜자는 이병천 교수 개인과 일부 공무원, 그리고 복제견 공급사업자”라는 비판을 가했다. 이어서 이들은 정부 중앙부처와 서울대 수의대 간 유착 관계에 대한 조사와 국가주도 동물복제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법, 공허한 선언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물실험에 대한 법적 규제의 미비함도 조명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25조는 동물실험시행기관이 윤리위를 설치·운영하고 동물실험은 사전에 윤리위의 심의를 거친 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험동물 사용의 윤리성을 제고하는 것이 이 조항의 목적이다.

그러나 동물실험의 윤리성을 담보하기에는 설치된 윤리위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18년 4월 농식품부가 발표한 ‘국내 동물실험시행기관의 2017년도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윤리위의 수는 2013년 342개에서 2017년 384개로, 42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실험동물의 숫자가 약 112만 마리 증가한 것과 현격히 대비되는 수치다. 이에 대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험동물의 복지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미흡한 상황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했다.

이미 설치된 윤리위의 운영이 실효성이 있는지도 재고해봐야 한다. 2017년에는 353곳의 윤리위에서 총 2만 8506건의 동물실험계획을 심의했는데, 그중 원안 승인이 77.1%, 수정 승인이 18.3%였으며 미승인은 겨우 4.6%에 그쳤다. 이 교수의 연구는 사전에 서울대 윤리위의 검토·승인 절차를 거쳤는지도 분명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 등의 교육기관이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이하 실험동물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국내 사용 실험동물의 30% 이상이 대학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현행 실험동물법은 적용대상을 건강기능식품·의약품·화장품의 개발 등의 목적으로 수행되는 실험으로 한정하고 있다. 다수의 동물권 단체가 대학 실험실을 ‘동물복지의 사각지대’로 꼽는 이유다. 지난달 2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그 적용대상에 대학을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실험동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오랫동안 실험동물법 개정에 회의적이던 국회가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동물실험,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EU의 경우 2008년에서 2011년 사이 실험동물의 숫자가 4.33% 감소했고 네덜란드는 2025년까지 화학물질·식재료·살충제·수의약품·백신에 대한 독성실험을 종식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동물실험을 축소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실험동물의 사용이 최근 5년간 매년 증가했으며, 절대적 수치만 두고 봐도 한국은 세계에서 5번째로 실험동물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다.

동물실험의 윤리성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이병천 교수 연구실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게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과연 동물실험이 이제껏 해왔다는 관성적 논리나 편리함에 대한 선호를 능가할 만큼의 사회적·과학적 편익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재고도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이서희·박지우 기자

seohee042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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