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쓰레기는 어디로?

인천 서구에 자리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사용 기한이 2025년 만료되는 가운데 기한 연장을 두고 수도권 지자체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인천시는 쓰레기 매립지로 인한 환경·경제 피해를 주장하며 기한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경기도는 현 부지 이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편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는 6.1 지방선거에서도 주요 공약으로 언급되며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과 향후 방안에 대해서 The HOANS가 알아봤다.

 

갈등의 시발점

 

쓰레기 매립지가 갈등의 중심에 선 이유는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서다. 과거 서울시는 난지도 매립지(현 월드컵공원)에 쓰레기를 처리했다. 그러나 80년대 서울시 인구가 급증하자 난지도 매립지는 더는 쓰레기를 수용할 수 없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해결책으로 당시 동아건설사업이 간척 사업을 벌이던 김포지구(현 인천시 서구 일대)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 생활·건설 폐기물을 수용하는 수도권 매립지가 건설됐다. 1992년 운영을 시작한 후 총 1억 5천만 톤에 달하는 폐기물을 처리해왔으며 현재도 수도권 쓰레기 처리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에는 쓰레기 매립장이 없고 경기도 또한 용인시, 파주시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처리 시설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매립지 조성에 따른 역기능으로 추진 초기 단계부터 주민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었다. 산업폐기물 반입계획 발표 당시 ‘수도권매립지주민대책위’와 ‘백석환경오염방지대책위’가 결성되는 등 주민들은 강력 반발했다. 이후 정부가 주민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피해 보상을 위한 주민지원사업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달 1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가 벌어져 “매립지 입구에 위치한 사월마을이 전국 최초로 환경부 주민건강영향조사에서 주거 부적합 결정을 받았다”며 “쓰레기 처리로 인한 피해는 인천 서구 주민이 떠안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등 상황은 여전했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가 2025년에 수도권 매립지 사용 중지를 예고하자 갈등이 격화했다. 인천은 지난 30년간 인근 지자체 쓰레기 처리까지 담당해 심각한 환경피해를 겪었다며 사용종료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는 2015년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맺은 4자 협의체 합의를 근거로 인천시의 주장이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합의 골자는 ▲3-1 매립장이 포화할 때까지 사용 가능 ▲쓰레기 매립지 기한 연장 ▲인천시에 대한 매립면허권 양도 및 반입 수수료를 통한 인천시 지원이다. 특히 3-1 매립장 사용종료까지 후속 대체지를 마련하지 못하면 잔여 부지의 최대 15%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서울시는 역공에 나섰다.

또한 올해부터 중간처리를 거친 대형 건설폐기물만 수도권 매립지로 반입할 수 있으며 2026년부터 수도권 지역 생활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됨에 따라 3-1 매립장의 사용 기한이 당초 예상됐던 2025년보다 늘어나리란 분석도 이어졌다. 수도권매립지공사 신창현 사장도 지난 12월 동아일보 기고문을 통해 2016년 합의서에 나타나지 않은 인천시의 주장이 쓰레기 대란 우려와 혼란만 낳았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쟁점이 된 쓰레기 매립지

 

합의는 매립지를 유지하는 대신 부담을 안은 인천에 보상하겠다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인천시 측은 지원 이행이 답보 상태인 점을 두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매립면허권 및 소유권과 반입 수수료 가산금 지원은 시행되고 있지만 합의 후 7년이 지난 지금도 매립지공사 관할권은 이전되지 않은 상태다.

인천시는 주변 지역 환경오염도 지역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 문제의 원인이 매립지가 아닌 인근 공장의 오·폐수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30년 동안 인천시민에게 보상으로 1조 2천 768억 원을 지원했다고도 강조했다. 갈등이 쌓여가는 상태에서 수도권 매립지 문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유관 지역 광역자치단체장인 ▲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도지사 선거 모두에서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인천시 자체 매립지 문제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체 매립지인 인천 에코랜드 조성 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경쟁 상대인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가 과거 인천시장 재직 시 체결한 4자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 후보는 반대로 자체 매립지 구상을 비판하고 박 후보가 대체 매립지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을 들어 공세에 나섰다. 다만 두 후보 모두 수도권 매립지를 2025년에 종료시키겠다는 부분에는 동의했다.

서울시장 후보자들은 대체로 매립지 문제에 원칙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 후보는 지난달 26일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4자 합의대로 3-1 매립지가 찰 때까지는 기존 매립지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별도 매립지를 구할지 현 부지 사용 기한을 연장할지는 시장이 된 후 협의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한편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환경부가 경기도 포천시를 대체 매립지로 물색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을 빚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와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모두 포천시 선정설에 반대했다. 김동연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은혜 후보의 해명을 촉구하는 반면 김은혜 후보는 박남춘 후보의 발언에 대해 유언비어라고 일축하면서 공방을 펼쳤다. 포천시 측도 지역 주민을 필두로 성명과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쓰레기 매립지라는 님비 시설을 두고 정치권은 모두 여론의 눈치만 보며 확실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확실치 않은 대안, 사용 기한 예정대로 종료될까

 

인천시는 우선 수도권 3개 시도 대체 매립지 확보로 수도권 매립지 기한 연장을 두고 지속되던 갈등을 일단락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은 인천 에코랜드 조성 사업에 부정적 견해를 밝히면서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와 함께 수도권 대체 매립지 확보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인천시의 이 같은 행보로 기존 수도권 매립지는 예정대로 사용이 종료될 전망이다. 환경부 역시 현 수도권 매립지를 대체하기 위해 대체 매립지를 2곳 이상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 곳에 모든 쓰레기를 모아두지 않고 여러 매립지에 나눠 특정 지자체의 부담을 덜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수도권 매립지를 대체할 부지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쓰레기 매립지가 주민이 기피하는 대표 혐오 시설이어서다. 지난해 환경부가 약 3조 3천억 원의 지원책을 바탕으로 수도권 대체 매립지 공모를 두 차례 진행했지만 응한 지자체는 한 군데도 없었다. 이에 환경부는 3차 공모를 철회하고 수도권 매립지로 들어오는 쓰레기양을 줄이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생활폐기물 직매립과 건설폐기물 반입을 금지함으로써 사용 기한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뜻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만 아니라 현재 수도권 3-1 매립장이 포화 상태에 놓여 있어 언제든지 다시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환경부가 대체 부지를 찾지 못하면서 수도권 매립지 기한을 연장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건설폐기물과 생활폐기물 반입량이 급감해 2042년까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4자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신창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도 수도권 매립지가 인천 경제에 보탬이 된다며 사용 기한 연장을 주장했다. 신 사장은 환경전문기자협회와의 간담회에서 “반입 수수료의 가산금 50%인 800억을 1년마다 인천시에 주고 있고 주민 지원기금으로 180억씩 해마다 주고 있는 곳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뿐”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지속적인 관리와 소독으로 지역 주민이 걱정하는 환경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수도권 매립지의 향방은?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두고 벌였던 긴 공방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등을 타개할 방법이 부재하고 사용종료 기한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이를 두고 지자체별로 입장이 엇갈리면서 피해는 주민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매립지 포화 상태를 대비해 각 지자체와 환경부가 함께 대체 매립지 후보를 물색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과연 해묵은 수도권 매립지 갈등을 풀 해결책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윤·신재용·정서영 기자

justinmanu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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