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 마련 절실한 교내 흡연구역

정경대 A 씨는 본교 캠퍼스에서의 첫 기억을 “어딜 가든 담배 냄새가 났다”고 회상했다. 문과대 B 씨 또한 “어떤 건물이든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어 지나갈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는 고충을 전했다. 이처럼 캠퍼스 곳곳은 담배 연기로 자욱하다. 별도 흡연 구역이 없어 많은 이들이 건물 앞이나 쓰레기통 주변 등을 암묵적 흡연 구역으로 이용하는 상태다. 하지만 이런 공간은 대부분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 형성돼있어 담배 냄새로 인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흡연자 역시 교내에 명확한 흡연 구역이 없고 흡연 부스가 충분히 설치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The HOANS에서 교내 흡연 구역 실태를 알아봤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4항에 따라 대학교 내 모든 공간은 금연 구역이다. 총무부와의 인터뷰 결과 본교는 흡연 구역을 별도로 지정하고 있지 않으며 흡연 부스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금연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문계 캠퍼스와 자연계 캠퍼스에 각각 하나뿐인 흡연 부스가 모든 흡연자를 수용하는 건 불가능해 대부분 흡연자는 본교 곳곳의 장소를 암묵적으로 이용하는 실정이다.

주로 이용되는 비공식 흡연 구역은 ▲정경대 등나무 ▲중광지하 계단 앞 ▲건물 앞 쓰레기통 주변 등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 위치한 탓에 담배 연기로 인한 비흡연자의 불만이 거세다. 신 모(행정 21) 씨는 “왜 굳이 사람들 지나다니는 데에 흡연 구역이 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며 “학교에서 유동 인구가 없는 공간에 별도 흡연 구역을 지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본교의 별다른 조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총무부는 “학생들의 비공식 흡연 구역 이용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다”고 밝혔고 정경대 행정실 또한 “학생의 편의를 위해 별다른 제재는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교내 유일한 흡연 구역인 흡연 부스 실태도 심각하다. 중광지하 계단 앞과 과학도서관 앞에 각각 한 대씩 설치돼있으나 그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고 시설이 낙후돼 이용률이 낮다. 실제로 교내 흡연 부스 주위에서는 부스 내부가 아닌 바깥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흡연 부스 이용 경험이 있는 이과대 C 씨는 “부스가 좁고 환풍기도 전부 망가져 내부 환기가 안 된다”며 “흡연 부스까지 가기도 멀고 이용하면 머리가 어지러워서 자주 안 가게 된다”고 밝혔다.

학생지원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백주년기념관 앞 흡연 부스 환풍기는 곧 교체 예정”이라며 “담당 업체 내부 사정이 있어 수리가 늦어지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명확한 담당 체계 없이 학생지원부는 인문계 캠퍼스 흡연 부스만 담당하고 있어 자연계 캠퍼스는 시설 교체 계획이 불투명하다. 또한 부스 증설 요청을 하려면 각 단과대 행정실에 문의해야 하지만 상당한 비용 탓에 소수의 요구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추가 설치가 어렵다.

지난 51대 총학생회 SYNERGY는 비흡연자의 혐연권과 흡연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흡연 구역을 재정비하고 흡연 부스를 증설하는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학내 흡연 실태조사까지 진행했지만 해당 사업을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해 실질적인 개선은 제한됐다. 이후 신임 총학생회 ‘버팀돌’이 들어섰지만 임기 중 비대위로 전환돼 흡연 구역 관련 사업은 추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흡연 구역은 비흡연자의 피해를 줄이면서 흡연권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체계적 관리가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 본교에는 흡연 구역 및 흡연 부스를 관리하는 체계가 부족하며 암묵적으로 외부 흡연 구역이 형성돼 많은 이의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교내 흡연구역 체계 마련을 위한 학교와 유관 부서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윤희 기자
ddulee388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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