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투,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야기

지난 1월, 전 보디빌더인 박승현 씨(이하 박 씨)가 유튜브를 통해 보디빌딩 업계의 스테로이드 남용을 폭로했다. 유사한 고발이 이어지며 ‘미투(Me Too)’의 용어를 빌려 ‘약투’라고 불리며 보디빌딩, 헬스 트레이닝 관련 업계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The HOANS가 취재했다.

소리 없이 퍼져나가는 약물 남용

박 씨와 전 보디빌더 김동현 씨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림으로써 시작된 약투는 운동 업계에 만연한 약물 사용을 비판하고 이를 악화하는 업계 종사자들에 대해 비판한다. 스테로이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할 정도로 위험성이 높은 약물이다. 그러나 박 씨는 선수라면 거의 기본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며, 심지어는 유명 트레이너나 선수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고발했다.

박 씨의 주장에 따르면, 헬스 및 보디빌딩 종사자들이 사용하는 약물은 스테로이드 외에도 ▲성장호르몬 ▲인슐린 ▲에페드린 ▲윈스톨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이런 약물은 체내 안정성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작용을 의도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상당하다. 약물로 인한 부작용은 ▲여드름 ▲두드러기같이 비교적 그 피해가 작은 것부터 ▲피부 괴사 ▲우울증 ▲여유증 ▲복부 팽창증 ▲성기능 상실 ▲심장마비와 같은 심각한 질병까지 다양하다. 이는 단순히 약물을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야기되는 부작용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이런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교육이나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다. 약물 사용의 긍정적 효과만을 말해주며 약물 사용을 권할 뿐이다. 이들에게 약물 사용은 당연한 절차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신체 파괴 행위가 선수와 트레이너 본인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제자나 수강생을 통해 더욱 확산된다는 점이다. 약물 브로커 업무를 통한 수입은 트레이너 업무가 계약을 통해 보장하는 월급보다 월등히 많다. 약물 유통을 일삼는 트레이너는 자신을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내 추럴’ 트레이너라고 속이며 수강생들을 모집한 후, 이들에게 더 나은 운동 효과를 이유로 위험 약물임을 숨긴 채 약물을 권유하는 식으로 수입원을 늘린다. 약물 남용은 헬스계 내부에서만 퍼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설명이나 경고 없이 일반인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약투 논란이 시작되자 여러 의사가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약물 남용의 위험성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 종류의 약물만을 사용하는 것도 복용량과 그 위험성을 정확히 진단받은 후에 이뤄져야 한다. 십여 가지가 넘는 약물을 매일 복용하는 것은 언제 죽음의 위기에 처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최악의 경우, 약물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심장마비에 이를 수도 있는 만큼 약물 남용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도박과 같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약물 유통 및 약물 복용을 숨긴 채 수강생을 모집하는 행위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테로이드 등은 약사법상 전문의약품에 속한다. 전문의약품은 약사라 할지라도 의사의 처방 없이 판매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정도로 위험하다. 더욱이 약사도 아닌 일반 트레이너의 처방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이다.

물론 국가적인 수사를 통해 헬스계 전체가 조사를 받거나 특정 단체가 나서 진위여부를 판별한 상황이 아니기에 박 씨와 김 씨가 업계 현실이라고 주장한 내용이 모두 거짓일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인당 20만 원에 달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고자 했던 박 씨와 김 씨의 행각 등으로 인해 이들 의 약투 자체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보자 개인의 진정성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이들이 화두를 던진 업계의 폐단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해외 유명 보디빌더들이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고생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트레이너나 선수로 활약했던 내부자의 폭로가 나온 만큼 우리나라도 약물 남용의 위험에서 자유롭다고 보기는 힘들다.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보다 건강한 문화 형성을 위해 관련 업계 종사자 및 일반인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래는 김동현 보디빌더와의 인터뷰이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트레이너와 보디빌더로 활동하고 있는 김동현이라고 한다.

-약투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무엇인가.

요즘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많아졌다. 운동광이나 운동선수, 트레이너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부작용을 잘 모른 채 약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반인에게 약물을 권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부작용을 얘기해주지 않는다. 부작용을 말해준다고 해도 그 일부만 말하는 게 대다수였다. 그래서 약 물 사용자 수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약투를 시작하며 약물 사용의 모든 부작용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약물 브로커들은 어떤 식으로 일반인 에게 약물 사용을 권유하는가.

보통 약물 브로커들은 상업적인 이익을 위해 심각한 부작용은 숨기고 긍정적인 효과만 알려준다. “나는 약물을 10년간 썼는데도 멀쩡하니까 너도 괜찮을 거다.”라고 소비자를 안심시키며 약물을 권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약물은 알약 하나에 불과하다. 비타민 먹듯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대부분은 먹어도 몸에 큰 이상이 올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일반인들은 같이 운동하는 지인이나 트레이너가 권유하면 경각심 없이 위험성을 못 느끼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존경하고 잘 따르던 트레이너나 선배 등의 지인이 “나는 약물을 사용해서 몸이 좋아졌으니 너도 써봐”라고 권유하며 부작용이 없음을 증언하니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약물 브로커들이 약물을 권유하는 이유가 그저 약값 때문이라는 걸 모른다. 운동계에서 약값은 판매자가 부르는 대로 높아지기 때문에 이 점을 악용하는 판매자들도 많다.

-합법적인 약물 사용도 가능한가.

운동계에서 사용하는 약물은 다 불법이다. 관련 질병이나 질환을 겪어야 처방 가능한 약물이라 직접 구매할 수가 없다. 치료의 목적이 아닌, 그저 근육량을 키우기 위해 사는 약은 마약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사람들은 불법으로 약물 브로커들을 통해 약물을 취득한다.

– ‘유튜브’라는 매체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중파, 케이블 방송사, 언론사는 자체적으로 심의와 수위를 조절한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도 편집될 수 있고 단어나 문장 등을 전달하려는 사람이 자신의 의도대로 선택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진정성과 약물에 대한 현실적인 부분을 보여주기 위해선 개인방송을 이용해야 한다고 느꼈 다. 적어도 유튜브 개인 채널에서는 개인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까 말이다.

-운동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이 사건의 경각심을 일깨운다면?

약물을 사용하면 남자든 여자든 성 기능을 상실할 수 있으며 여성의 경우엔 불임이 될 수 있다. 또한, 피부 괴사가 일어날 수 있다. 호르몬 양을 조절할 수 없어 분노, 슬픔과 같은 감정 조절이 힘들다. 이러한 부작용이 있다는 걸 명심하면 경각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디빌딩 업계 측에서 어떻게 이 문제 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스테로이드의 경우엔 판매자에게만 처벌이 이뤄질 뿐 구매자, 사용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 점이 약물 사용에 대한 걱정과 경각심을 없애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마약과 같이 법적으로 판매자, 구매자, 사용자 모두 처벌받을 수 있는 강경한 제도가 마련된다면 약물 사용자 수가 줄어들 것이다. 준비해 둔 콘텐츠가 매우 많다. 지금까지 밝혀낸 것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피트니스나 헬스 쪽에서 악습처럼 전해 내려온 전통과 악행을 밝혀내려 한다. 대중에게 절대 한 번이라도 약물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걸 강경하게 말하고 싶다. 한 번 시작하면 중독성이 매우 강해 끊기가 어렵다. 나도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면 약물을 사용하게 될지 모를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이 점을 반드시 명심 했으면 한다.

 

김해솔·강민정·김원섭·이지영 기자

pinensun@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