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제 안보 질서 속 K-방위산업

전 세계 각국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국제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국방비 확대에 나섰다. 이에 국내에서도 국방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은 고유의 강점을 바탕으로 규모 및 대상을 확대해 왔다. 지난달에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3(이하 ADEX 2023)’이 열리며 방위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을 보여준 바 있다. The HOANS에서 한국 방위산업의 ▲발전 배경 ▲국제무대에서의 지위 ▲향후 방향성을 짚어봤다.

 

전 세계에 위상 뽐낸 K-방위산업

 

지난달 17일부터 일주일간 ADEX 2023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국내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제품 마케팅 기회 제공 ▲해외 선진업체와 기술 교류를 통한 산업 발전 도모 ▲대국민 홍보 및 교육 기회의 장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실내 전시 ▲실외 전시 ▲에어쇼 ▲각종 세미나 및 컨퍼런스 개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번 전시회는 과거와 달라진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을 보여줬다. 단적으로 드러나는 차이는 행사 규모와 참가 기업 수 증가다. 실내전시관 규모와 야외전시장 규모가 각각 24.6%, 17.0%로 늘어났고 역대 최대 규모인 34개국 550개 업체가 행사에 참가했다. 방문객도 늘어 12만 명에 달했다.

이는 K-방산의 수출 호조와 우주·미래항공모빌리티(AAM) 산업에 대한 관심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은 세계 8위의 방위산업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한국 방위산업 수출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77%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수출국 상위 25개국 중 가장 빠른 증가세다.

특히 ADEX 2023에서는 ‘K-방위산업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KF-21이 대중 앞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ADEX 2019 때도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주관하고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가 공동개발 중인 KF-21의 프로토타입 모델이 전시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서는 단순 공개를 넘어 기동 시범에서 수평 급선회 기동과 배면비행 등을 선보였다.

미국의 지원도 평소보다 눈에 띄었다. 올해 한국전쟁 정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ADEX 2023이 최초로 주한미군의 공중 기체와 함께 지상 장비를 전시했다. 그중 세계 최강 전투기로 불리는 미군의 F-22 랩터와 B-52 전략폭격기 등 여러 핵심 공중 전력도 시험비행에 나섰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K-방위산업

 

한국 방위산업은 1970년대 이후로 정부의 지원으로 독자적인 궤도를 그리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이후 한국의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 왔으나 1971년 주한미군 1개 사단이 철수하며 안보 공백이 발생했다. 이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목표로 국군의 국방력 증대에 힘을 쏟았다. 1971년에 한국형 방어·반격 전략 수립을 위한 ‘태극 72 계획’ 및 ‘한국군현대화계획’을 추진했고 1974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전력 증강계획, 이른바 ‘율곡사업’을 진행해 무기 국산화와 대량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정부 주도의 중화학 공업 육성 중 군수산업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초기에는 무기 직수입, 라이선스생산 방식으로 이뤄졌으나 1978년 ▲한국형 국산 미사일인 백곰 ▲한국형 소총 ▲전차 개발에 연이어 성공했다. 이후 1991년 이른바 ‘불곰사업’으로 한국 방위산업 고도화가 실현됐다. 소련이 해체와 함께 한국 정부가 빌려준 차관의 일부를 러시아 무기로 상환하면서 한국군의 전차, 공격헬기 개발이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었다.

 

파죽지세의 K-방위산업

 

한국 방위산업은 여전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방위산업 수주액은 최근 10년간 20억 달러 수준에 머물다 2021년 약 73억 달러, 지난해 약 173억 달러로 증가하며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시장 범위 또한 확대돼 아시아·북미 중심에서 최근 ▲중동 ▲유럽 ▲중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까지 진출 중이다.

수출 품목 다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탄약과 소규모 함정 수출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전차와 장갑차 등의 ▲전투기 ▲대형 함정 ▲미사일 등으로 수출 품목도 다양해졌다. 2021년 하반기부터는 ▲호주 ▲UAE ▲이집트 ▲폴란드에 이르는 역대급 방위산업 수출계약에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 ▲루마니아 등이 한국 무기 도입에 관심을 보여 향후 추가 수출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한국 방위산업의 장점으로는 가격 경쟁력 및 신속한 공급 능력을 들 수 있다. 한국 자주포 K-9은 성능 세계 1위인 독일 자주포와 성능이 비슷하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노르웨이 ▲인도 ▲폴란드에 자주포를 수출하며 세계 자주포 시장의 69%를 점유했다.

한국은 폴란드와 지난해 7월에 체결한 무기 수출계약의 초도 물량인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8문을 단 4개월에 납품한 바 있다. 통상 주요 무기 수출국이 전차와 자주포를 주문에서 납품하는 데까지 통상 수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신속한 수준이다. 현재 안보 불안으로 많은 양의 무기를 필요로 하는 국가에 한국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K-방위산업

 

한국은 70년대부터 자주국방을 위해 방위산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로 현재는 가격 경쟁력 및 공급 능력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7년 한국이 ▲영국 ▲이탈리아 ▲중국 ▲독일 등을 넘고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글로벌 방산수출 BIG4’로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탄약과 부품 위주였던 1세대 방산 수출을 지나 완제품 제작과 구체적 수출 정책을 수립한 현재의 2세대를 넘어선 3세대 수출 기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 재구축 및 국가 주도의 수출 정책 재정립 등 국가적 역량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별 수요를 고려한 구매국 맞춤형 수출 전략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는 수출 과정에서 권역별 수출 거점 국가에 집중하되 이에 인접한 유망 국가로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을 말한다. 국내적으로는 방산 기업 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수혜 대상 또한 중소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국제 안보 질서의 변화로 국방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안보와 더불어 방위산업을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에 한국이 현재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 주도적인 지위와 역할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한 국가적 과제를 넘어 한국의 방위산업이 미래 산업으로도 자리 잡으며 국제적 위상을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유솔·인형진·임재원 기자

20221500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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