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향한 심판, 윤리위는 정타로 향하고 있나

지난달 24일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당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재산 축소 의혹을 받는 김홍걸 의원이 최종 제명됐다고 밝혔다. 당 윤리감찰단의 비상 징계 제명 요청 및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의 제명 의결 이후 6일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지난 4·15 총선 전 재산신고 시 ▲실제 소유 주택 4채를 3채로 축소 신고 ▲10억 원 대의 아파트 분양권 누락 ▲다주택 처분을 위해 아들에게 불법적으로 증여한 바가 드러나, 정당법 33조에 따라 소속 의원 과반 동의를 얻고 사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의원의 해당 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이 지난 28일 기록검토에 착수한 상황이다.

하지만 당에서 제명됐다 하더라도 김 의원은 무소속으로 의원 자격을 유지해 논란이 일었다. 현행법상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자진 탈당이 아닌 경우 당적을 상실할 뿐 의원직 자체에는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다. 여론은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함이 필요한 의원들에게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라고 비판했으며, 당내 징계 수준 개선 및 국회의원의 자격·징계를 심사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적극적인 활동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절차는 많고 실속은 없다?

 

각 정당은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공직자의 비윤리적 행태 및 행위를 징계하기 위해 당내에 기구와 절차를 두고 있다. 당별로 징계의 종류와 그 명칭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정당 내 징계는 ▲경고 ▲당직자격 정지 ▲당원권 정지 ▲제명 순으로 수위가 높아진다. 이 중 제명은 당적을 아예 박탈시킨다는 점에서 한 정당이 소속 당원에게 내릴 수 있는 최대의 징계다. 특히 해당 당원이 국회의원인 경우 정당 입장에서는 하나의 원내 의석을 포기한다는 점에서 그 정치적 의미가 크다. 실제로 올해 국민의힘은 미래통합당 시기였던 21대 총선 직전 ‘5.18 망언’ 사건을 일으킨 이종명 당시 의원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다. 민주당에서는 부동산 명의신탁과 재산 축소신고 의혹 등으로 양정숙 의원과 김홍걸 의원에게 제명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당내 징계가 정치적 악재를 회피하기 위한 정당의 ‘꼬리 자르기’이자 실질적 효과가 미미한 행동이라고 지적한다. 이종명 전 의원의 경우에도 당내 윤리심판기구에서 제명 처분을 받았음에도 의원총회의 의결이 계속해서 미뤄지다 총선 직전 비례정당 의석수 확보를 위해 기술적으로 제명이 이뤄진 측면이 있다. 민주당의 제명 사례인 양정숙 의원과 김홍걸 의원은 제명 후에도 의원직을 유지하며 민주당의 정치적 입장과 뜻을 같이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내 징계가 형식적으로만 엄중할 뿐 자세히 들여다보면 처분 전후로 크게 차이가 없다는 힐책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편 정당별 징계 외에도 국회 차원에서 국회의원의 비윤리적 행태를 징계하기 위한 절차가 마련돼있다. 국회는 1991년 국회의원의 윤리적 기준을 마련해 다원화 시대에 국회 내 경쟁과 공존의 원리를 정착시킬 것을 목적으로 국회법 개정안에 포함된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를 발족했다. 위원이 여야동수로 구성되는 윤리특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사과 ▲30일 이내 출석 정지 ▲제명의 징계를 의결할 수 있고, 의결된 내용은 즉시 강제적으로 효력을 발휘한다. 뿐만 아니라 법률가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이하 윤심위)를 둬 의원들이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하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국회 내 윤리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위 기구들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며 행정 역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여야의 제 식구 감싸기로 그 운영이 파행에 이르거나 임기가 끝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5~19대 국회에서 가결된 징계안은 접수된 187개 중 12개 안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47개의 국회의원 징계안이 접수됐으나 그중 42개는 임기 전에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으며 최종적으로는 단 한 개의 징계안도 가결되지 않았다.

 

여기서는 제명, 저기서는 탈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솜방망이 처벌로 제명되는 가운데 지역구 의원들은 제대로 된 징계가 내려지기도 전에 아예 탈당을 선택하기도 했다. 지역구 의원은 비례대표와 달리 탈당을 하더라도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로 이스타항공 임직원 대량해고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됐던 이상직 의원은 당 윤리감찰단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탈당을 선언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매각대금 인하 및 헌납을 내걸며 제주항공과의 인수 성사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받았다고 억울함을 강조했고, 이스타항공을 되살려놓은 뒤 민주당으로 되돌아오겠다고 덧붙였다. 박덕흠 의원 역시 국민의힘 탈당 선언을 했다. 박 의원은 국회 교통위원회 간사·위원 재임 시기에 가족이 운영하는 건설회사가 수천억 원대의 공사 수주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의원 역시 부정 청탁 및 이해충돌 행위는 없었으며 자신은 현 정권의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언급하며 스스로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탈당은 의원 개인의 면피용 눈속임이 아니냐는 문책을 피할 수 없었다. 오히려 징계로 제명된 경우에 재입당이 어렵다는 점과 향후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탈당을 ‘정치적 비상구’로 활용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헌 당규에 “제명 처분을 받은 사람은 5년 내에는 복당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징계 회피 목적으로 탈당한 당원은 5년 안에 복당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만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면 빠른 복당이 가능하다. 실제로 2017년 9월 친인척 부당 채용 논란이 일었던 서영교 의원은 당내 징계 수위 결정 전 탈당한 뒤 1년 2개월 만에 민주당으로 복당하며 당 활동을 이어간 전례가 있다.

 

파행의 굴레 벗어나려면

 

의원 징계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해외에서는 국회 관련 윤리기구의 관할 범위를 늘리거나 독립기구로 유치함으로써 그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 하원 윤리위원회는 의원들에 대한 윤리교육과 재산신고서 검토를 담당하며, 2008년에는 하원윤리실(OCE)을 추가로 발족해 청문회 개최와 증인 소환 등의 권한까지 행사하도록 했다. 영국은 하원 윤리위원회에 최소 2명 이상의 일반인 위원을 선임하도록 해 감시 기능을 높이는 동시에 외부전문가를 초빙해 독립기구인 의회윤리기구(IPSA)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

반면 우리 국회는 지난 20대 국회 후반기에 윤리특위를 비상설 특위로 전환하며 감시 및 처벌 강화라는 방향과는 다소 동떨어진 변화를 줬다. 해당 조처는 원 구성에 있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나누면서도 상임위 숫자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상설이었던 윤리특위는 필요한 경우에만 소집되면서 심사의 부실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러 의원들의 제명과 탈당으로 잡음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재차 국회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내세우며 여론 진압에 나섰다. 추진되는 개정안에는 현재 참고 수준으로 거론되는 윤심위의 의견을 일정 수준 이상 따르도록 의무화하는 조항과 영국 의회처럼 윤리특위 구성원에 일반인을 포함하는 조항 등을 추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 개선에 선행해 국회의원들의 윤리의식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참여연대 오유진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원이 직접 국민들 앞에서 심사를 받는 ‘국민윤리심사청구제’ 등의 제도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정당과 국회의 책임 의식을 높이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블레스보다 오블리주를

 

21대 국회에서 제명과 탈당 논란으로 입방아에 오른 의원은 10월 1일 기준 윤미향 의원 등 총 7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계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의 국회 정무위원 사임 논란과 조수진 의원의 재산축소신고 의혹으로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윤리특위를 비롯한 의원 징계의 개선 가능성이 안갯속인 가운데 책임정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

 

 

권민규·신형목·이가영 기자

dmaria47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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