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학식으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정부

본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천 원에 조식을 제공하는 일명 ‘천원학식’을 시행해 많은 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천원학식은 지난해 28개 대학에서 올해 41개 대학으로 확대되면서 본교를 포함해 ▲서울대 ▲경희대 ▲성균관대 등 많은 학교에서 활발히 운영되는 상황이다. 최근 외식 물가가 상승하며 발생한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보완할 효과적인 수단으로 천원학식이 주목받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이를 확대하기 위한 후속 방안을 논의 중이나 천원학식에만 초점을 맞추는 정부의 행태가 대학생이 겪는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천원학식을 둘러싼 논쟁을 The HOANS가 알아봤다.

 

받는 사람만 받는 천원학식 혜택

 

천원학식 사업은 본래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운영되다 2017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이는 정부와 학생이 각각 천 원씩 부담하고 남은 비용은 대학이 자체 예산을 통해 충당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대학마다 제각각인 재정 여력과 정부 예산 지원 부족 탓에 천원학식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본교는 천원학식을 시행할 때 교우회의 지원을 받지만 별도의 지원이 없는 대학의 경우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같은 천 원으로도 밥과 반찬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는 대학이 있는 한편 컵라면과 삼각김밥 하나를 제공하는 대학도 있다. 특히 재정 압박을 받는 소규모 대학에서는 천원학식 시행은 ‘그림의 떡’이다.

또한 천원학식이 대부분 아침 시간에 제한된 수량 내에서 선착순으로 운영되는데 이 때문에 혜택을 받는 사람이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중앙대 등 일부 대학에선 천원학식을 개시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준비된 식사분이 모두 소진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천원학식의 시간과 제공량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심지어 점심시간에도 천 원으로 음식을 제공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적다. 또한 천원학식의 시간을 늘린다면 인근 대학가 상권과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에 천원학식의 적용 대상 확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천원학식만 보이고 다른 문제는 안 보이나요?

 

현재 정부는 천원학식 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7일 농식품부는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145개 대학을 전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지원 대상은 234만 명에 달한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방학 기간 동안 천원학식을 시행하는 방안 역시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에서 천원학식 지원에만 주목하며 실질적인 대학생의 경제적 부담 해소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3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에서 시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이 생활비 대책 혹은 지원 항목 중 가장 시급하게 여기는 지출항목은 등록금이다. 현재 학생 정원 감소와 고물가 등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는 대학이 증가하고 있으나 교육부는 등록금 부담을 경감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 주요 대학가 월세가 지난해 대비 15% 이상 상승하면서 학생들의 기숙사 입사 경쟁률 역시 치열해졌다. 거리나 자취 등을 이유로 기숙사 지원조차 불가한 학생 수를 고려하면 경쟁은 더욱 극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에 기숙사 확장을 여러 차례 요구했고 지자체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학생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뚜렷한 대안 없이 천원학식 지원만을 강조하는 정부의 태도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는 무관심한 태도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더 건강한 대학생 삶을 위하여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15~29세 청년의 체감 경제고통지수는 25.1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렇듯 대학생이 겪는 경제적 고통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천원학식이라는 제도는 분명 복지 향상에 일조하는 면모가 있다. 그러나 식비 이외에도 주거비, 등록금 등의 인상이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으로 지목되기에 천원학식만을 근본적인 대책으로 내세우기는 어렵다. 정부는 천원학식에만 힘쓰기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대학생의 요구사항에 관심을 기울이며 전반적인 청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은서 기자

인형진 수습기자

cat3754@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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