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드리우는 우울의 그림자, 걷어내려면

이 신문을 펼친 독자 여러분은 과연 행복한가. 뉴스에서는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청년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우울함을 느끼는 지인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우울증은 왜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The HOANS에서 준비한 본기사를 통해 우울증을 제대로 이해하고 각자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지난달 19일 그룹 아스트로 멤버 문빈이 25살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소속사를 비롯해 네티즌들은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초 문빈이 라이브 방송에서 팬들에게 “좀 힘들었었다”며 심정을 고백한 사실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겉으로 힘든 내색을 잘 하지 않던 문빈의 극단적 선택은 다소 갑작스럽게 여겨질 수 있다. 흔히 우울증이라고 하면 시도 때도 없이 슬퍼하는 모습을 떠올리나 사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이미 우리 사회의 중대한 문제로 자리 잡았지만 우울증에 대한 이해도는 그에 상응하지 못한다. 이에 우울증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우울한 한국의 청년들

 

우리나라는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울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 우울증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21년까지 청년 우울증 환자 수는 약 23%에서 34%로 무려 11%P 늘었다.

실제로 우울증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본교 학우 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참여자 44명 중 무려 33명이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중 12명은 자주 우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5%가 우울감을 느꼈다고 답했다는 점에서 우울증이 우리의 삶과 그리 동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왜 우울한가

청년은 왜 우울할까? 설문조사에서 우울감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한 33명 중 72.7%(24명)는 우울감의 원인이 대인관계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가족 ▲친구 ▲지인 관계를 유지하거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울감을 느꼈다는 의미다. 본교 학생 A(정외 21) 씨는 “나와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실망감에서 비롯되는 우울한 감정이 느껴질 때가 있다”며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와의 갈등이 우울감과 직결된다고 답했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대면 접촉이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되는 상황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인관계 다음으로는 취업 및 진로 문제(36.4%)가 우울감의 주요 원인이다. 본인이 원하던 학과에 진학하더라도 취업이 힘들다거나, 실제로 공부해 보니 전공이 자신의 흥미와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일명 ‘대2병’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져 방황하는 청년의 증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스펙을 타인과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지거나 진로에 대해 쉼 없이 고민하지만 답을 좀처럼 찾지 못하는 증상을 가리킨다. 그 외에도 우울감의 원인은 ▲경제적 이유(12.1%) ▲가정상황(3%)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3%) ▲특정 이유 없음(3%) 등으로 다양했다.

 

우울증은 혼자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본교 학생이 선정한 가장 효과적인 우울감 해소 방법은 31.8%의 선택을 받은 ‘여가 활동 등 개인시간 즐기기’였다. ▲타인과의 소통(29.5%) ▲바쁘게 살기(20.5%) ▲병원 치료 및 상담(15.9%)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우울증은 그저 일시적인 기분 저하를 의미하지 않으며 ▲식욕 변화 ▲불면증 혹은 과다한 수면 ▲집중력 저하 등의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따라서 일시적인 우울감이 아니라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개인 차원의 문제 해결보다 약물치료 등이 필요하다.

이에 사회적으로 우울증 관련 정책이나 프로그램이 활발히 시행 중이다. 일례로 최근 일명 ‘우울증갤러리’라 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울감을 느끼는 청년에게 극단적 선택을 부추기거나 조롱하는 행태가 발생하자 정부는 이를 엄격하게 처벌하라는 기조를 제시했다. 이는 청년이 우울증으로 인해 겪는 고통에 공감하고 이들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지자체에서도 각종 심리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도봉구 ▲동대문구 ▲송파구 ▲양천구에 심리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심리상담 지원이 강화되는 추세다. 또한 서울시 청년몽땅정보통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민간 차원의 관심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 22일에는 전자약 플랫폼기업인 와이브레인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공동으로 블루밴드 존을 운영하며 우울증 극복을 목표로 제시했다. 해당 행사에서는 ▲간단한 우울증 척도검사 ▲네일아트 ▲걷기 등의 이벤트를 제공하면서 단순한 행위에서 우울증의 치료와 극복이 시작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 정부와 같은 공적 주체뿐만 아니라 사기업도 사회에 드리워진 우울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홍기묵 상담사에게 청년 우울을 물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아동청소년 놀이치료와 상담, 성인 상담과 심리치료를 하는 18년 경력의 상담사 홍기묵입니다.

 

보통 어떤 증상을 호소하면서 상담센터에 방문하는지.

주로 ▲집착 ▲갈등 해결 ▲타인에게 느껴지는 나의 중요성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이에요. 사람 만나는 걸 두려워하거나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거식증·폭식증을 비롯한 섭식장애 ▲불면증 ▲공황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하죠.

 

상담을 통해 청년이 어떻게, 얼마나 호전되는지.

상담에 열심히 참여하고 노력하는 경우 대부분 좋아져요. 하지만 ‘상담센터에만 가면 뭔가 해결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만 오는 분은 해결이 어렵더군요. 상담은 단순 위로가 아니기 때문에 본인을 다양한 위치에서 바라보면서 이해하고 알아가려는 노력을 동반하거든요. 이런 노력이 동반된다면 대개 호전됩니다.

 

한국 청년의 우울증 유병률이 높은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울증이라는 건 무기력함이 주요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에요. 본인에 대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에 무엇을 해도 되지 않는 상태를 뜻하죠. 즉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수동적으로 생활하고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볼 수 있어요. 과거에 출세를 하고 성공을 경험한 이들도 겪을 수 있죠.

현재 진행 중인 활동에 대해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청년은 스스로 결정하고 노력한 경험이 별로 없어요. 학생 때부터 학교와 학원을 거치며 했던 행동에는 자신의 의지가 잘 담기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거든요. 마치 대학교와 학과가 인생의 전부인 듯 강요당하는 데다 자기 진로를 결정할 기회가 부족한 환경이기 때문이죠.

이렇듯 경험이 협소하고 결정을 내려본 적이 없어서 리스크를 마주하면 확 무너져 버리곤 해요. 특히 요즘 청년은 입시나 취업 압박에 내몰리고 항상 생산적인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더 나은 나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껴요. 세상이 기대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 내몰리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는 셈이죠.

 

본교 학우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5%의 학우가 우울감을 경험해 봤다고 답했지만 전문 기관을 방문해 본 학우는 그중 13%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편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인의 우울감이 만성적으로 진행되면 그것을 자신의 성격이라고 여기게 돼요. 반대로 우울한 감정을 감기처럼 축소해서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경우 일시적인 행복을 느끼면서 우울한 감정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상담센터에 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죠.

그러나 이런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상담이 필요합니다. 언제, 어떻게 우울한지 이해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상담을 받아야 하죠. 학교에 상담센터가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감기에 걸리면 병원을 가듯이 마음의 고통이 있을 때도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센터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나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 때도 있는데, 심리적인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비용을 생각해 보면 상담센터에 방문하는 게 경제적으로도 더 좋은 방법이에요.

 

마지막으로 우울을 겪는 한국 청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최근 〈공감의 반경〉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서로 공감해 주다 보면 그걸 느끼는 사람끼리 강한 결속력이 생긴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결속이 강하면 강할수록 외부에 대해서는 배타적이게 돼요. 나를 공감해 주지 않는 사람과는 교류하려고도 하지 않는 거죠.

공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와 비슷한 사람보다도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이해받는 확장이에요. 다양한 사람을 보면서 타인과 나를 더 잘 드러내고 이해하는 게 필요하죠. 또한 다른 사람에게 미소 지어 주는 것도 좋아요.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눌 수 있거든요.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작은 인사부터 시작해 봐도 좋을 듯하네요.

 

유성규·김은서·박예나 기자

박민재·임재원 수습기자

ysg601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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