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칙의 허점

지난달 총학생회장단의 탄핵을 논의하는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 총학생회칙(이하 회칙)의 해석을 두고 수차례 위원들의 갈등이 있었다. 학생사회의 기둥이 되는 회칙이 논란의 중심에 선 까닭에 대해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회칙이 날것으로 비춰지다

고려대학교 서울총학생회는 학부생 전원이 회원의 지위를 갖고 스스로 운영하며 학생회 등 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조직이다. 그리고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회칙은 ▲의결기구 ▲집행기구 ▲산하기구 ▲특별기구 ▲선거 등을 명시해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자치기구라는 역할을 다하도록 만들어졌다. 따라서 회칙은 ▲학적 관리 ▲학사 운영 ▲회의체 등을 규정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학칙과는 구분되는 것이다.

지난달 제51대 총학생회장단 ‘SYNERGY’에 대한 탄핵을 논의하며 회칙의 미비한 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나 탄핵 관련 회칙은 지난 2016년 ‘별:자리’ 총학생회장단 탄핵 추진 이후 개정됐음에도 여전히 명쾌하게 해석되지 못하고 회의를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걸림돌이 됐다. 이에 비록 완전하지는 못할지라도 총학생회칙 전반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회칙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회칙 제8장 제2절에서는 세칙과 규칙을 규정하고 있다. 회칙 제178조에서는 ‘이 회는 회칙에 따라 세칙을 제정·개정하고, 세칙에 따라 규칙을 제정·개정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회칙의 하위개념으로서 세칙을, 다시 세칙의 하위개념으로서 규칙을 얘기하고 있다. 세칙은 회칙에서 위임한 사항과 회칙을 시행하기 위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제정하는 것으로, 선거시행세칙과 재정운용세칙을 예시로 들 수 있다. 규칙 중 세칙에 부수된 규칙은 해당 세칙에서 위임한 사항과 해당 세칙을 시행하기 위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제정한다. 세칙에 이어 선거시행규칙과 재정운용규칙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이와 다르게 일반규칙은 규칙으로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을, 임시규칙은 특정 기간 동안 필요한 사항을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다. 일반규칙과 임시규칙은 세칙에 근거를 두지 않고 제정 및 개정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회칙은 제23차 개정안으로 2017년 9월 3일 전부개정을 통해 완성됐다. 회칙 제8장 제1절에 의하면 회칙의 개정은 ▲발의 ▲공고 ▲심의 ▲의결 ▲정리 ▲공포의 6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총학생회칙 전부개정안 간행본에서는 “2014년 이후 총학생회칙은 발전을 멈췄고,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해석이 불분명해지는 등 발전의 중단을 온전히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꾸준한 추가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2016년부터 몇 차례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를 통해 회칙을 일부 개정했으며 2017년에는 전부개정까지 진행됐다. 특히나 지난 2016년 ‘별:자리’ 총학생회장단 탄핵 과정에서 드러난 회칙의 모호함을 개선하고자 전부개정을 통해 탄핵 관련 조항을 다듬고 신설하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이번 탄핵안 심의 과정에서 위원들의 해석이 충돌하는 등 허점은 여전히 존재했다.

문제점① : 조항 간 충돌

지난달 4일과 8일, 탄핵안 연서명의 심의를 위해 열린 임시 중운위에서는 회칙의 모순이 속속히 드러났다. 중운위에서 연서를 심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된 이래 처음으로 활용된 까닭으로 심의의 개념에서부터 방식까지 회칙을 두고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우선 탄핵안 발의 여부를 두고 회칙의 조항들이 부딪혔다. 발의가 됐다고 보는 입장은 ‘총학생회장단에 대한 탄핵안이 정회원 및 준회원 600명 이상의 연서에 의해 발의할 수 있다’고 명시한 회칙 제107조 제2항을 들었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제107조 제4항에서 ‘탄핵안이 발의될 경우 중운위 의장은 회의를 소집하여 제2항의 연서를 심의한다’고 언급한 점을 주장했다. 탄핵안 연서명에 중복서명은 없는지, 대학원생이 참여한 것은 아닌지 등의 검토가 완료된 후 탄핵안을 발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선 두 의견 대립은 ‘적합한 연서인지 심의를 해야 탄핵안이 발의될 수 있으나, 탄핵안이 발의되면 연서를 심의해야 한다’는 딜레마에서 기인한 것이다.

전학대회 임시회의 소집에 관한 제52조 제1항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과연 제1호의 ‘중운위의 소집요구’, 제4호의 ‘정회원·준회원 400명 이상의 연서에 따른 소집요구’, 제7호의 ‘발의된 총학생회장단 탄핵안의 학생총회·학생총투표 부의’ 중 어느 조항에 근거하는 것으로 봐야 할지 논쟁이 일었다. 제7호라고 답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나 여러 조항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제55조 제1항에 따르면 ‘전학대회의 소집을 개의일 일주일 전에 공고하여야 한다’지만 제107조 제5항에서는 ‘중운위는 탄핵안 발의 5일 이내에 전학대회를 소집하여 탄핵안의 학생총회·총투표 부의안을 심의하고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모두 충족시키려면 탄핵안을 발의하기도 전에 전학대회 소집 공고를 내려야 하므로 두 조항은 근본적으로 병립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제4호의 사유로 전학대회 임시 소집을 해석하면 제52조 제3항에 따라 ‘개의일은 소집요구 서식에 기재된 개의 희망일로 함을 원칙으로 하며, 변경할 때도 개의 희망일에서 일주일 이상의 차이가 있게 정할 수 없다’는 것에 근거할 수 있다. 실제로 4일 중운위에서는 제52조 제3항을 근거로 2일에 탄핵안 발의를 인정했음에도, 개의 희망일인 6일에서 날짜를 추후로 변경하는 것을 가결한 바 있다.

문제점② : 현실성 없는 회칙

학생총회는 총학생회의 최고의결기구이다. 제31조에서 학생총회는 ‘정회원·준회원 2천 명 이상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회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며 총학생회장단 탄핵 안건에 대해서는 ‘정회원·준회원 4천 명 이상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회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제32조에서 ‘표결은 거수로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한다. 학생총회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이 한 장소에 모여야 할 뿐 아니라 일일이 숫자를 세야 비현실적인 상황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회칙에서도 학생총회가 대표성을 띠기 위해 비슷한 숫자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으나 총회가 열리는 시간은 학교당국과 협의 하에 공식 휴강으로 한다는 등 현실화를 위한 보완 조항을 덧붙였다.

학생총회가 아니더라도 중운위와 전학대회에서도 재적 의원의 2분의 1이나 3분의 2 이상이라는 일정 인원수의 출석을 요구한다. 그러나 학생이라는 신분 탓에 개개인의 일정이 큰 차이를 보여 시간을 조율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회칙에 의거해 임시회의를 개회해야 하는 경우 더 심각하게 드러난다. 결국 지난 8일 임시 중운위는 밤 11시에 겨우 개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만약 133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 전학대회가 소집됐다면 개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회의가 무산됐을 것이라는 예측도 다분했다. 한편, 현재 본교 회칙에서는 학생총투표에 대해서만 모바일 방식을 명시하고 있다. 기타 조항에서도 온라인 회의 참가 및 의결 진행을 확대해 현실성을 높여야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총학생회칙의 앞으로

회칙 해석을 두고 의견이 충돌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부터 자치문제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회칙 개정 과정에 참여한 박영재(한국사 15) 씨는 “2017~2018년에는 회칙을 전문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존재해서 중운위에서 해석의 충돌이 있어도 어느 정도 수렴되는 방향성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사태와는 차이가 있었음을 언급했다. 덧붙여 “올해 탄핵 사태의 경우 회칙과 관련해 더 많은 발언권을 가진 사람 혹은 조직이 없어 충돌이 더 심하게 일어났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방향성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말과 함께 “회칙은 그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닌 조직을 원만하게 꾸려가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회칙의 역할에 대한 학생사회의 인식 변화를 당부했다.

회칙은 학생사회에서 내리는 수많은 결정의 준거가 된다. 그러나 누구나 자의적으로 회칙을 해석할 수 있다면 그 무게감은 무겁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안으로 회칙에 대한 관심이 대두한 만큼 총학생회가 진정으로 학생들을 대변하게 하는 회칙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떠한 내용이어야 할지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다.

 

김민지·조수현 기자
minji113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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