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을 용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관계 맺음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분명히 존재하므로 이를 필수적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서로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 평형을 이룰 때를 한정한다. 한쪽이 더 많은 부담을 느끼는 순간부터 이점은 고사하고 스트레스만 쌓인다. 이처럼 소위 불편한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학생사회로도 번졌다. 스스로 인간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인 알바몬의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살고 있는가?’란 질문에 대학생 약 900명 중 45.8%가 그렇다고 응답했 다. 자발적 아웃사이더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44%에 달했다. 개인주의화 경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사는 이유 중 22.3%는 ‘인간 관계 등 관태기에 지쳐서’라는 답을 냈다. 관태기는 인간관계와 권태기를 합 친 신조어로 보통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권태를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한때는 관계 맺음에 긍정적이었던 사람이 ‘지쳐서’ 아웃사이더의 길을 택하는 현상까지 개인주의화 경향만으로 둘러대기엔 무리가 있다. 해 마다 이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

조금의 휴식 후에 다시 사회생활로 돌아오는 3월은 대부분 긍정적인 단어들을 떠올리게 한다. 개중 3월의 봄과 시작이란 단어의 설렘은 우리를 들뜨게 만든다. 그렇기에 새롭게 시작되는 학기도,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봄도 기꺼이 유쾌해 할 수 있다. 이토록 꿈과 희망이 넘치는 3월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달은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고민거리다. 새해는 대부분 시작되는 순간부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디폴트가 된다. 이를 꺼리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필자는 인간관계 때문이었다. 작년 이맘때를 되돌아보면 3월은 새로운 관계 맺음을 시작으로 해 관태기로 마무리됐다. 애초에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 자체를 그렇게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단과대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에 불안했었고, 어느 순간 이제는 의미 없는 ‘인싸’와 ‘아싸’에 마음을 쓰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얻은 개인적인 깨달음도 있었기에 최대한 넓게 친구를 사귀려고 애썼다. 그러나 본래 인간관계를 좁고 깊게 사귀었던 터라 어떻게 넓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지부터가 고민이었다. 많은 학교 행사들이 지나고 3월 말이 되었을 때, 머릿속에서 한 문장으로 상황이 정리됐다.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게 아니다.’ 모든 친구 관계를 깊게 할 수는 없음을 그때가 돼서야 깨달았다. 몇몇 친구들과 깊이 지냈던 사람이 넓고 깊이 사귀려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관계만 지속했다. 결국은 새내기 티조차 못 벗은 3월에 관태기가 왔다.

현재는 인간관계에 집착하지 않는다. 친해질 사람은 친해지고 안 친해질 사람은 친해지지 않기 마련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관태기나 불필요한 인맥은 자른다는 인맥 다이어트 등의 신조어가 생기고 자주 언급되는 판국이다. 그런데도 관계에 대한 회의가 찾아 왔을 때 애써 이를 유지하는 것은 몸과 마음에 부담이 될 뿐이다. 처음에는 ‘그래도 새내기인데 친구랑은 같이 다녀야 할 것 같아서’, 혹은 ‘무엇을 혼자 한다는 것에 대한 타인의 시선 때문에’와 같은 변명으로 합리화했다. 그렇게 한 달 사이 잘 챙겨주는 친구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그 뒤에서 정작 본인은 챙기지 못했다. 인간관계에 조금의 여유를 가지자. 3월은 장소를 막론하고 정말 많은 행사가 지나는 달이며 자신을 돌아보며 챙기기도 바쁜 달이다. 사회를 살아가며 인간관계가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리할 필요도 없다. 관계에 자신을 옭아매지 말고, 당신의 3월은 조금 더 빛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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