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공간이 부족해

문과대학 학생회 ‘문의’는 지난달 11일, 12일, 14일 정경대 후문에서 인문관 자치 공간 배정에 관한 연서명을 진행했다. ▲영어영문학과 ▲한문학과 ▲사학과 등 문과대 내 학생자치기구에서도 대자보를 연달아 게시했다. 대자보의 주된 내용은 쾌적한 자치 공간에 대한 요구와 학교에 대한 비판, 행동 촉구였다.

현재 문과대의 과방 등 자치 공간은 국제관에 있지만 그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영어영문학과 학생회 ‘W:ELL’은 대자보에서 머리 위로는 석고가 떨어지고 매년 여름 장마철이면 과방 천장이 젖어 드는 환경을 언급하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에 본교 측에 보수를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영어영문학과 학생회는 120명이 넘는 학번당 인원수에 비해 10명 남짓하게 들어갈 수 있는 과방이 턱없이 협소하다고 밝혔다.

문과대 자치 공간 문제는 지난 2018년 홍보관 철거 때부터 시작됐다. 문과대학 학생회는 본교 측에서 홍보관 철거 이후 우당교양관과 SK미래관(이하 미래관) 등에 자치 공간을 마련해주겠다는 약속만 했을 뿐 실제로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래관 건립 당시에도 염재호 전 총장이 문과대 공간 부족 문제를 미래관으로 해결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정작 완공 후 문과대의 ▲강의실 ▲자치 공간 ▲연구 공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문관이 건립된다면 자치 공간을 배정받아 공간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처음에 지상 9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던 인문관 건물은 기금 부족으로 지상 3층과 지하 1층의 건물로 변경됐다. 설상가상으로 본교 측은 인문관에 배정되는 문과대 자치 공간을 현재 국제관보다 더 좁은 정도로밖에 제공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치 공간 확보를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문과대 측만은 아니다. 정경대도 난감한 상태다. 짓게 될 건물의 이름이 ‘인문사회관’이었을 때는 문과대와 정경대가 자치 공간을 함께 배정받을 예정이었지만, 결국 명칭이 인문관으로 바뀌며 정경대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미래관을 리모델링해 강의시설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대안이 마련됐으나 여전히 아쉬운 점을 남겼다.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정월’은 정치외교학과에서는 정경대와 별개로 공간문제해결특별위원회(이하 공문특위)를 발족해 공간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알렸다. 공문특위는 “2023년부터 완전한 대면 캠퍼스로 전환돼 많은 학우가 과방을 이용하고 있지만 과방이 매우 비좁고 정경대 내 다른 과보다 학생 대비 크기가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문특위는 미래관과 관련해 “미래관 3~5층이 정경관으로 전환됨에도 정경대 학생을 위한 자치 공간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를 정경대학과 정치외교학과 학생을 위한 자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냈다. ‘인문사회관’ 안에 정경대 과방이 보장됐던 만큼 이를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인문관 건립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학생들과 학교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뒤바꾼 독단적 행정”이라며 “학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공간문제해결특별위원회장 이수영(정외 23) 씨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자치 공간이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아서 유감스럽다”며 “미래관의 용도 변경에 따른 학교 측의 안내가 미흡하고 자치 공간을 위한 장소를 마련해주지 않겠다는 기조도 매우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문특위는 학우들의 쾌적한 자치 공간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학교 측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도 전했다.

자치 공간 부족은 계속해서 제기되던 문제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대면 캠퍼스로 돌아온 뒤로 그 문제가 더 부각되고 있다. 학교가 학생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는 없으나 학교 운영에서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런 요구에 대한 대응으로 ‘단순한 약속’을 넘어 실제 결과물을 보여주는 학교가 되길 바란다. 공간 문제 해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상우·오정태 기자

jungsw060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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