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이 TV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고 있었다.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다큐 3일에서는 경리단 길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TV에 나온 경리단길의 모습은 평소에…
View More [문화광장] 우리슈퍼와 젠트리피케이션,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카테고리: 오피니언
[허심탄회] 눈감을밖에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정지용 시인의 ‘호수1’이라는 시다. 시인은 얼굴 정도는 충분히 가릴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너무 컸던 나머지, 차마 가릴 수 없어 자신의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고 사유했다. 아름다운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가리지 못해 지그시 눈을 감고, 보고 싶은 사람을 천천히 떠올려보는 시인의 모습이 상상됐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 눈을 감았나, 생각해보려던 찰나 무기력함이 몰려왔다. 호수 같은 현실이 있었고, 현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교에서 회계비리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재학생과 졸업생에게 충격을 주는 일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본교의 명예를 크게 실추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을 위해 쓰라며 한 푼 두 푼 기부한 모든 이들의 신뢰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기부자 중엔 일생동안 과일을 팔며 번 돈을 기부한 노부부까지 있었다. 부정부패와 불신으로 얼룩진 사회가 학문의 전당에서까지 재현되며, 부조리함에 익숙함이 다시 한번 더해지는 순간이다. 이제 대학생들은 대학이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총학생회는 회계비리를 규탄하는 월요집회를 열었다. 단과대학과 학과 차원에서도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정경대학 후문은 회계비리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여럿 붙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캠퍼스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00명도 채 모이지 못한 월요집회와, 어느덧 축제를 기대하는 게시물로만 넘쳐나는 학내 커뮤니티는 학생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의와 선은 반드시 승리한다며, 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라는 故 김준엽 전 총장의 말은 잊힌 지 오래다. 물론 개개인의 전투 같은 일상에 집중하느라, 공동체의 의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할 수도 있다. 참여하지 않는 대학생을 두고 비합리적이라 할 수도, 의식이 결여된 지식인이라 할 수도,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이기적인 개인이라고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들이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훌륭히 대비하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목소리를 내도 바뀌지 않는 세상에 대한 회의와 번민이 생기는 일은 당연하며, 힘들지만 적응해야만 하는 사회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기도 하다.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덩달아 무기력해지는 일은 어쩔 수 없다. 단결된 행동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외침이 공중으로 분해된 자리에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허무함만 남는다. 개인의 소심함이야 안으로 굽어 가릴 수 있지만, 집단적 소시민성은 호수만큼 커 가릴 수도 없다. 세상의 셈법에 맞춰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아쉬운 현실이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집단의 투쟁이 공동체를 바꿀 수 있다는 관념은 신화가 됐다. 회계비리 사건을 두고, 신화를 좇던 이들은 소위 운동권으로 분류되어 의문의 비난 세례를 받았다. 정상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머저리들의 행진으로 치부됐다. 이제는 학생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결집력을 갖췄으며, 설사 이를 갖췄다고 한들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시인은 눈을 감고 천천히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생각했을 터이다. 눈을 감고, 시인은 보고 싶은 사람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눈을 감으면 더욱 막막해질 뿐이다. 그럼에도 개인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무기력할 따름이다. 그저 답이 보이길 바라며 눈을 감을 뿐이다. 호수 같은 현실 앞에, 눈 감을밖에. 임지현 기자 kujh1030@korea.ac.kr
View More [허심탄회] 눈감을밖에[정대後門] 시험 기간만 생각하는 습관의 중요성?
“고등학교 때는 그렇게 어떻게 열심히 공부했지?”, “고등학교 때처럼만 공부하면 A+일텐데” 수험생에서 갓 벗어난 신입생은 물론, 이제 어느정도 대학에 적응한 상당수의 재학생이 시험 기간마다 떠올리는 생각이다.…
View More [정대後門] 시험 기간만 생각하는 습관의 중요성?[문화광장] ‘해석 열풍,’ 영화를 보는 것은 누구인가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체 극장 매출액은 1조 8140억 원에 달했다. 이는 한국 영화산업 역사상 최고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인구…
View More [문화광장] ‘해석 열풍,’ 영화를 보는 것은 누구인가[허심탄회] 법과 교육의 엇박자, 위험한 생각으로
지난달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관련 법 조항을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라고 판결했다. 1953년에 만들어진 낙태 처벌법의 개정은 많은 여성이 외친 결과이다.…
View More [허심탄회] 법과 교육의 엇박자, 위험한 생각으로[사설] 밑 빠진 독이 되어버린 교비회계
지난 5월 7일, 교육부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과 본교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2015년부터 2018년 1학기까지의 회계 자료에 대해 진행된 회계감사 결과, 교육부는 22개의 사항을 지적했다. 매년…
View More [사설] 밑 빠진 독이 되어버린 교비회계[사설] 국민은 청원으로 무엇을 얻는가
지난달 22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자유 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현재 대한민국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해산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 열흘 만에 참여…
View More [사설] 국민은 청원으로 무엇을 얻는가[허심탄회] 저널리즘의 시곗바늘은 어디로 가고 있나
어느덧 다시 봄이다. 캠퍼스 주변의 분홍들이 안암의 하늘을 수놓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연유 없이 설레는 마음에 젖어 소소한 회상에 빠져들게 될 테지만, 달력…
View More [허심탄회] 저널리즘의 시곗바늘은 어디로 가고 있나[정대後門] 끝없는 수레바퀴 속에서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한 발언이다. 나 대표는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더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View More [정대後門] 끝없는 수레바퀴 속에서[사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일관성을 보이기를
지난 3월, 대한민국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한 개의 공식이 성립했다. 꽃샘추위가 있는 날, 즉 차가운 북동풍이 불어오는 날이면 마스크를 그나마 벗어도 된다는 행동요령이다. OECD 국가별 연간…
View More [사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일관성을 보이기를